'정상 향한다' 장담한 남기일, 제주 끌고 어디까지 갈까

조효석 2021. 5. 8. 04: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남기일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이 지난달 11일 홈구장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의 경기를 승리한 뒤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제주는 정상을 향해 가겠다.” 지난 2월 23일 프로축구 K리그1 개막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주 유나이티드 남기일(46) 감독은 말했다. 아무리 전력에 자신이 있다지만 이제 막 2부 K리그2에서 승격한 팀의 포부라고 보기엔 너무 거창한 것 아닌가 싶은 선언이었다.

시즌 일정 약 3분의 1을 치른 현재 지금 리그 순위표에서 제주는 3위다. 양대 우승 후보인 현대가(家) 두 구단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상위권에 도전할만한 전력임을 증명하고 있다. 개막 당시 남 감독의 장담이 허언은 아니었던 셈이다.

지지 않는 제주

순위표에 드러난 제주의 가장 큰 장점은 좀처럼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승리는 4승으로 9위 인천 유나이티드와 비교해도 같지만 무승부가 8개나 된다. 패배는 같은 승격팀 수원 FC(이하 수원F) 원정에서 지난달 4일 2대 1 석패한 게 전부다. 당시 제주는 경기 주도권을 잡고 슈팅 14개를 쏘아붙였으나 후반 추가시간 상대 결승골에 졌다. 달리 말해 그 정도 극적인 드라마가 아니라면 제주를 잡는 게 어렵다는 뜻이다.

지난 라운드에서 제주는 디펜딩챔피언 전북 현대를 상대로 1대 1 무승부를 거뒀다. 이름값에서 압도적인 전북이지만 제주는 오히려 더 날카로운 공격을 선보이며 밀리지 않는 경기를 했다. 단순히 ‘강팀을 상대로 잘 싸웠다’ 정도의 수식이 아니다. 데이터분석업체 비프로일레븐의 당시 경기 분석에 따르면 제주의 최종 수비라인은 오히려 전북보다 2m 이상 전진해 있었다. 주포 주민규가 결장했음에도 제주는 웅크리지 않았다.

박찬하 해설위원은 “지금 하는 축구가 남기일 감독의 스타일이다. 먼저 지휘한 광주 FC나 성남 FC 때도 그런 축구를 했는데 제주에서 가장 잘 구현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제주는 굉장히 좋은 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공격수 주민규의 활약이 좋은 데다 스리백에서 중요한 좌우 윙백 정우재와 안현범이 각기 다른 스타일로 공격에 이바지한다”면서 “미드필드에서도 이창민이 워낙 잘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효율 좋은 제주산 폭격기

수치상 제주는 K리그에서 최상급의 효율적인 축구를 한다. 비프로일레븐 통계에 따르면 제주가 13라운드까지 경기에서 쏟아부은 슈팅은 총 157개로 이중 유효슈팅 비율은 34.4%, 리그 2위다. 1위인 울산 현대가 34.7%인 것과 비교해도 차이가 적다. 특이한 점이라면 이중 중거리슛의 비율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효율 좋은 축구’ 하면 흔히 연상하는 ‘뻥 축구’를 하는 것도 아니다. 제주가 올 시즌 시도한 장거리 패스는 858개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적다. 대신 공격지역과 중앙지역에서 인터셉트가 209개로 독보적인 선두다. 2위 포항 스틸러스보다 무려 50개 앞선다. 뒷선에서 공을 길게 뿌릴 필요 없이 앞선에서 촘촘한 압박으로 공을 따내 효율적인 공격을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하는 건 물론 현재 5골로 리그 득점 2위인 주민규다. 슈팅 19개를 쏴서 5개를 골망에 꽂았으니 이 역시 무시무시한 효율이다. 올 시즌 국내 중앙공격수 중 가장 위협적이라 할만하다. 공격 패턴 면에서는 왼쪽 측면에서 윙어 제르소와 수비수 정우재가 전방으로 깊숙이 전진한 형태가 많다. 주장 이창민은 이 과정에서 볼배급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팀으로서 완성된 제주

약팀들이 초반 전력질주하다 체력 문제로 고꾸라지는 건 흔한 일이다. 그러나 제주의 경우 높은 체력 수준을 유지하도록 시스템을 잘 갖췄다는 평가다. 지난 시즌 내내 같은 팀 색깔을 유지하면서 K리그2를 우승한 경험도 무시할 수 없다. 박 위원은 “22세 이하 자원인 미드필더 김봉수가 단순히 잠깐 뛰고 나오는 게 아니라 전반 정도는 충분히 소화할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덕분에 제주 미드필더들이 90분 내내 활발하게 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격력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무승부가 벌써 8개나 된다는 건 경기마다 1골씩만 더 넣었어도 그만큼 승수를 쌓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된다. 박 위원은 “결국 제주가 좋은 경기력을 유지할지는 골 결정력에 달렸다”면서 “주민규의 폼이 워낙 좋으므로 부상만 없다면 기대해볼만 하다. 측면 등 다른 공격자원들이 받쳐준다면 계속 상위권에 머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제주는 8일 올 시즌 유일한 패배를 남겼던 수원F와 시즌 두 번째 맞대결한다. 이후에는 수원 삼성과 대구 FC, 광주와 성남 등 중위권에서 추격 중인 팀들과 연달아 대결한다. 제주가 상위권에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을지는 이들과의 경기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