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 찾기만큼 흥미진진한 김명민의 '살아 있는 교육'

[TV 리뷰] JTBC 수목드라마 <로스쿨> 양크라테스의 다짐

[이정희 기자]

▲ 로스쿨 ⓒ JTBC

 
4월 14일 첫 방송을 내보낸 JTBC 수목드라마 <로스쿨>은 배우 김명민을 포함 화려한 출연진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첫 회 주인공 양종훈을 맡은 김명민이 선배이자, 자신과의 오랜 악연이었던 한국대 로스쿨 겸임 교수 서병주(안내상 분)를 살해한 용의자가 되는가 싶더니, 회차를 거듭하면서 의심스러운 인물을 하나 둘 더 지목하고 나선다. 화려한 출연진들은 저 마다의 사연을 갖고 살인 용의자로, 혹은 증인으로 법정에 선다. 

양종훈의 바통을 이어받은 건 서병주의 제자이자 조카인 한준휘(김범 분)였고, 그 뒤를 이은 건 강솔 B(이수경 분)였다. 7회에는 강솔 A와 서지호(이다윗 분)가 양종훈 교수 측 참고인으로, 그리고 8회에는 전예슬(고윤정 분)이 검사 측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드라마 스토리의 큰 줄기는 서병주 살인 혐의를 받는 양종훈에 대한 형사 재판이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건 그 과정을 통해 법정에 선 학생들이 진정한 법조인으로 성장한다는 점이다.

8회, 양종훈은 자신을 범인으로 구속하려 하는 검사 진형우(박혁권 분)에게 일침을 가한다. 자신이 법복을 벗고 로스쿨 교수가 된 것은 바로 진형우같은 '법꾸라지'를 만들지 않겠다는 신념 때문이었다는 것. 즉, 8회까지 진행된 <로스쿨>은 양종훈 교수의 살아있는 교육의 현장이나 다름없었다. 

서로를 의심했던 부녀, 강솔 B의 개과천선 
 

▲ 로스쿨 ⓒ jtbc

 
알고보니 로스쿨 부원장의 딸이었던 강솔 B.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그녀는 법조인 집안의 명예를 위해 학대에 가깝게 자신을 다그치는 엄마의 모진 성화에 지쳐가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남편이 못 이뤄준 법조인이란 꿈을 딸로 이뤄보겠다는 야망을 품은 엄마는 무리수를 썼다. 바로 서병주 교수의 논문을 베껴 입시에 활용한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이 드러날 상황이었다. 논문 표절로 인해 아버지와 딸은 서병주와 엮였는데, 하필 그 상황에서 서병주가 죽은 것이다. 

아버지와 딸은 서로를 믿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아버지의 책상 위에 놓인 양종훈의 노트북, 그리고 아버지가 평소에 사용하던 설탕을 서병주 교수실에서 본 딸은 아버지를 의심했다. 아버지 역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입신양명에 자신을 던지는 딸의 정신상태를 의심한다. 그래서 아버지는 아마도 딸이 자신의 논문 표절을 문제삼은 서병주를 죽였을 것이라 의심하며 달 대신 자백을 선택한다.

결국 법정에 선 아버지는 자신이 살인범이라 고백하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예측한 양종훈의 배려 덕분에 아버지와 딸은 뒤늦게 오해를 푼다. 그리고 표절을 불사하며 어머니의 목표를 향해 달려오던 딸 강솔 B는 그 궤도에서 비껴서기 시작한다. 

불법도 마다하지 않던 서지호의 법적인 복수혈전 

이런 식이다. 서병주의 피의사실 사전 공표로 인해 자신이 아버지를 잃었다고 생각하는 서지호(이다윗 분)에 대한 가르침 역시 재판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앞서 양종훈은 진형우의 피의 사실 공표에 대한 고소장을 서지호에게 쓰게 했다. 하지만 진형우는 미꾸라지처럼 서병주의 운전수이자, 성범죄자인 이만호(조재룡 분)를 이용하여 빠져나간다. 

그 서지호가 증인으로 법정에 설 기회를 얻는다. 그리고 그 법정에서 서병주가 자신의 아버지가 하던 장난감 회사에 대한 범죄 사실을 사전에 공표해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음을 만천하에 폭로한다. 그 과정에서 외려 양종훈은 불리하게 되었지만, 서지호는 기회를 얻고 한준휘의 도움을 얻어 그 사건의 피의사실을 공표한 주범이 죽은 서병주가 아니라 진형우 검사임을 알게 된다.

서지호는 5년을 헛되게 보냈다고 후회했지만, 양종훈은 불법적 경계를 넘어서며 복수를 꿈꾸던 제자에게 제대로된, 그리고 법조인으로서 당당한 복수의 기회를 가지도록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로스쿨에 온 학생들은 이곳을 나서면 법조인으로 날개를 달고 훨훨나는 것을 고대하며 고된 학습의 시간을 견딘다. 수많은 법문의 사례, 형법, 민법 등 다양한 법의 과정, 그걸 암기하고 시험을 보는 과정을 거치면 법조인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 과정에서 법적인 양심이나 도덕적 고민 따위는 배제된다. 

법정에서 이루어지는 양종훈의 살아있는 교육 
 

▲ 로스쿨 ⓒ jtbc

 
하지만 양종훈은 파렴치한 법조인이 되어버린 서병주로 인해 법복을 벗게 된 과정, 그리고 여전히 판치는 진형우같은 검사를 보며 법조문을 달달 외우는 방식의 로스쿨 학습만으로는 또 다른 법꾸라지만을 양성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에게 닥친 '서병주 살인 혐의'와 그 재판 과정을 학생들을 교육하는 장으로 활용한다. 

8회에선 차기 대권주자의 아들을 남자친구(고영창)로 둔 전예슬이 검사 측 증인으로 나서 양종훈이 설탕 대신 필로폰을 커피에 넣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한다. 전예슬이 증언대에 선 이유는 고영창(이휘종 분)이 성관계 동영상으로 협박을 하고 나섰기 때문. 양종훈은 전예슬이 증인으로 나설 것이라는 걸 예감하지만 사전에 그를 설득하지 않는다. 대신 애인에게 강권당하는 나약한 여성 대신, 장래 법조인으로 법을 공부하는 학생 전예슬에 대한 믿음을 앞세운다. 

양종훈은 강솔 A에 '유급'을 운운하며 때론 닥달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한준휘를 돌려세워 배려하는 등 저마다 자신의 고민에 빠져 있으며 로스쿨을 수단으로만 여기던 학생들을 법에 대한 진실한 고민을 가진 이들로 거듭나게 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 속에서도 양종훈이 포기하지 않는 목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가 법복을 벗게 된 계기가 된 고형수 의원과 서병주의 커넥션 및 그 배경이 되는 고 의원의 불법적인 선거 운동과 비리 등에 관련된 비밀들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과연 포기하지 않는 법조인과 그의 깨우침으로 진정한 법조인으로 거듭나기 시작한 로스쿨 학생들이 저 거악을 상대로 어떤 일전을 벌일 것인가. 로스쿨의 궁극의 관전 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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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5252-jh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