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팀 비상"..유통업계, 갈수록 커지는 젠더갈등에 '자기검열' 강화

임유정 2021. 5. 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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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식품, 패션 등 줄줄이 논란.."공부하는 기회로"
"그림·용어 등 겉으론 알 수 없어" 불안감 높아
논란이 된 패션브랜드 MLB의 광고(왼쪽)와 사과문 ⓒMLB Korea 인스타그램

편의점 GS25에서 시작된 젠더 갈등이 유통업계 전반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른바 ‘숨은 메갈 찾기’가 확산되며 불매의 불씨가 커지자, 황급히 과거 홍보물을 삭제하거나 전면 수정에 들어가는 등 ‘자기검열’ 감화에 나선 모양새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젠더 갈등은 편의점 GS25가 공개한 포스터에서 점화됐다. GS25가 이달 1일 자사 인스타그램 계정에 캠핑용품 행사 홍보물을 올리면서 불을 지폈다.


이 포스터가 논란이 된 것은 일부 이미지와 문구가 급진적 페미니즘 커뮤니티인 ‘메갈리아’와 연관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일부 네티즌은 엄지와 검지를 오므린 손동작이 메갈리아를 상징하며, 소시지 역시 남성의 신체 부위를 조롱한다는 의미를 담고있다고 주장했다.


젠더 갈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캐주얼 브랜드 MLB는 인스타그램의 모자 광고 문구에 “쌩얼은 좀 그렇잖아?”라는 문구를 적었다가 ‘여혐’으로 뭇매를 맞았다.


“소비자는 쌩얼을 가리는 모자가 아닌 착용감이 좋은 모자를 원한다”, “이제 MLB 모자 쓰면 쌩얼 가리는 여자로 낙인찍히는 건가” 등의 항의성 댓글이 빗발쳤다.


논란이 커지자 MLB 측은 “성차별로 인지될 수 있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고객님들께서 지적해 주신 소중한 의견을 귀담아듣고, 불편해하실 수 있는 콘텐츠를 게시 중단했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편의점 이마트24도 최근 ‘별도 따줄게’라는 제목으로 이마트24에서 스타벅스 텀블러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공지했다. 하지만 GS25의 손가락 모양이 논란이 되자 포스터 속 남성의 손 모양을 바꿔 오토바이 핸들을 잡고 있는 디자인으로 교체했다.


최근 '오조오억', '허버허버' 등이 남성혐오 단어로 알려지면서 유통업계가 신조어 사용에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동원F&B

이처럼 연이은 논란에 유통업체들은 광고물과 마케팅에 대한 자체 검열을 강화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MZ세대에 민감한 요소인 만큼 한번이라도 논란에 휘말렸다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이미지가 실추해 불매운동으로 이어지는 등 피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신조어인줄 알고 특정 단어를 사용했다가 불매 리스트에 오르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에 있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소비자가 기업 좌표를 찍으면 온라인몰 탈퇴를 인증을 하거나 악성 댓글을 남기는 식이다.


유통업계는 사태가 심각한 만큼, 이번을 계기로 자사 제품 홍보문구나 이미지 등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젠더 감성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하는 등 더욱 신중히 마케팅을 진행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알려진 ‘집게 손가락’나 ‘월계수 잎’과 같은 그림들의 경우 해석이 뒤따르지 않으면 평소 알아차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데다, ‘허버허버’ ‘오조오억’과 같은 단어 역시 갈등을 내포하는 표현인지 겉으로는 알 수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동원F&B는 과거 포스터에 사용한 ‘오조오억’이라는 표현으로 인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이 표현은 ‘매우 많다’는 의미로 쓰였지만, 남자의 정자가 쓸데없이 5조5억개나 된다는 뜻을 담은 혐오 표현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뒤늦게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관련 표현들이 과거 사투리인줄 알았지 혐오 표현이라는 걸 이번을 계기로 처음 알았다”면서 “대부분은 하청업체나 유료 사이트에서 이미지를 가져오는데 편향 기업으로 낙인 찍어 공격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과거 젠더 이슈로 인해 불매 리스트에 오른 업체만 수십여개에 이른다. 특정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리스트가 공유되고 있는 상황이다. 화장품 브랜드부터 시작해 식당 및 카페 영화관 등 업체의 종류와 불매 이유도 다양하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최근 편의점 GS25를 계기로 논란이 확산되자 업체마다 광고물 제작과 모델 기용을 재검토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며 “이번을 계기로 젠더 감성에 대해 더 공부하고 알아가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마케팅을 진행할 때 최신 유행이나 트렌드를 잘 접목 시키는 것이 중요했으나 이제는 접목시키는 것을 넘어 내포하는 뜻까지 명확하게 이해할 필요성이 있다”며 “홍모 모델 이슈부터 시작해 갈수록 신경쓸 것도 많고 홍보하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데일리안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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