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아케고스 사태 우려"..美 연준, 자산 버블 '붕괴' 경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자산 거품(버블) 붕괴를 공식 경고했다. 미 CNBC 방송 등에 따르면 Fed는 6일(현지시간) 공개한 금융안정 반기 보고서를 통해 주식과 암호화폐 등 자산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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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암호화폐·스팩 과열 콕집어 경고
Fed는 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모든 시스템이 대체로 안정적이지만, 미래의 위협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위험을 높이는 요소로는 자산 가격 상승을 꼽았다. Fed는 “최근 투자자들은 주식과 회사채, 암호화폐를 대거 사들였다”며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로 불리는 ‘백지수표’ 회사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고, 전통적인 기업공개(IPO)에도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풀어놓은 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다 이들 시장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백신 보급과 경기부양책으로 미국 경제가 급격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증시와 암호화폐 가격은 급등했다. 부동산 가격과 목재 등 각종 원자재 가격도 나란히 상승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두고 “100년 전 ‘광란의 20년대’(Roaring ‘20’s)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광란의 20년대는 1929년 뉴욕 증시 대폭락으로 시작된 세계 대공황 발생 직전의 상황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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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평가 비정상적 수준…급락 위험”
Fed는 이런 현상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본다. Fed는 “높은 자산 가격은 일정 부분 낮은 (미국) 국채금리를 반영한결과”라면서도 “국채금리를 고려해도, 일부 자산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은 역사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환경에서 투자자들의 위험을 감수하려는 성향이 갑자기 낮아지면 자산 가격은 하락의 충격을 받기 쉽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CNBC는 “Fed가 최근 급등한 증시와 다른 자산 시장이 하락세로 급반전할 가능성이 있음을 경고한 것”이라 해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이사는 이날 성명에서 “위험 감수 성향이 늘어나면서 금융관련 취약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부풀려진 밸류에이션과 높은 수준의 기업 부채는 가격 재산정 효과를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에너지, 여행·관광 업종이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해 특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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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고스·게임스톱 사태 금융체계 위협"
Fed는 현 금융체계를 잠재적으로 위협하는 존재로 헤지펀드와 기타 비(非)은행 금융기관을 꼽았다. 대표적 사례로 최근 전 세계 투자은행을 휘청거리게 한 한국계 헤지펀드 매니저 빌 황이 세운 패밀리 오피스(family office) 아케고스캐피털을 거론했다. 아케고스캐피털은 지난 3월 추가 증거금(마진콜) 부족으로 대규모 ‘반대매매’를 촉발하면서 거래 금융사에 큰 손실을 안겼다. Fed는 “(아케고스) 사건은 (비은행 금융기관에서) 금융 체계에 광범위하게 물질적 고통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브레이너드 Fed 이사는 “헤지펀드가 미칠 수 있는 고통을 방지하기 위해 보다 상세한 투자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벌어진 게임스톱 투자 열풍도 언급했다. “이 같은 밈 주식(meme stocks·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서 유행하는 주식) 역시 특정 종목 가격 변동성을 높이면서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수요가 약해진 상업용 부동산 역시 여전히 잠재적으로 취약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Fed는 금융체계 붕괴 시나리오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이 다시 악화돼 경제 회복에 지장이 생기면, 자산의 차입 비중이 높은 보험회사와 헤지펀드가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봤다. 이렇게 되면 머니마켓펀드(MMF)에서 대규모 인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Fed는 우려했다. 유럽도 거품 붕괴의 뇌관이다. Fed는 “유럽이 코로나19 억제에 실패하고, 경제적 충격 최소화를 위한 충분한 자원을 지원하지 못하면 일부 금융기관들이 상당한 손실을 겪게 될 것이고 미국 경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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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 깊어진 Fed…금리인상 나설까
관심은 이러한 Fed의 경기 판단이 조기 금리 인상이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으로 이어질지다. 앞서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다수의 Fed 고위 관계자들은 당장 긴축 정책을 논의할 시점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에서도 Fed는 “통화정책이 최대 고용과 평균 인플레이션 목표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하기 위해 강력한 금융 안전장치와 거시적 도구가 중요할 것”이라 밝혔다. 브레이너드 이사도 “(금융) 체계가 적절한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화정책 전환보다 금융 건전성을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Fed 내에서도 자산 거품 붕괴를 막기 위해 긴축 논의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자산매입이 만들어 낸 과도함과 불균형을 볼 때 Fed가 (금리 인상 등의) 주제에 대해 빨리 이야기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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