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또 입증할 것" 국내언론과 상반된 해외의 극찬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임상훈 입력 2021. 5. 7. 12:30 수정 2021. 6. 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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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국내 언론이 외면한, OECD가 공개한 주목할 만한 자료

[임상훈 기자]

어둡던 코로나19 터널의 끝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인도를 비롯해 여전히 최악의 상황에서 분투하고 있는 국가들도 있지만 지구촌 많은 지역이 정상화를 향한 긍정적 움직임들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까지 빈번하던 백신 효과에 대한 회의적 전망, 빅 파르마(big pharma, 백신 제약사 음모론) 논란도 점차 누그러지는 듯 보인다.

백신 효과

코로나19 위기를 통제 능력 범위 안에서 관리해온 한국 입장에서는 피부로 느끼기 어렵지만, 코로나19 피해 규모가 컸던 대부분의 나머지 경제대국들은 최근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최대 피해국 미국은 일일 신규 확진자 규모가 올해 1월 8일 27만 662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감소 추세를 이어가다 지난 5일에는 8만 8084명에 이르렀다. 크루즈 여행이 중단 1년 만에 코로나19 증상 검사를 거친 승객 대상에 한해 재개됐다.

프랑스의 신규 확진자 역시 지난달 9일 9만 7950명 이후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며 지난 5일에는 2만 4371명을 기록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말 점차적 정상화 계획을 통해 단계별 봉쇄 완화를 예고했다. 지난 3일부터 자택 기준 10킬로미터 반경 이상 외출금지 조치가 해제됐고 오는 19일부터는 모든 식당과 카페 등 요식업이 야외 테라스에 한 해 정상영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된다. 6월 9일부터는 식당 내부에서도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영국의 변화가 극적이다. 올해 초만 해도 프랑스보다 신규 확진자가 적게는 두 배, 많게는 세 배 이상을 기록하더니 백신 접종에 박차를 가하면서 감염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2월 시작과 함께 프랑스와 역전이 됐고 2월 22일부터는 만 명 이하의 신규 확진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이달 5일 신규 확진자는 2144명이다. 백신과 함께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월등한 방역 능력을 갖추게 된 영국은 자국의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20.12.1 이후 영국과 프랑스 신규 확진자 추이(coronaboard.kr)
ⓒ coronaboard
 
사실 아스트라제네카 관련 논란은 미국과 유럽연합에 의해 과장된 측면이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미국과 유럽연합에 본사와 주요 공장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영국에서 제기된다. 영국의 면역학 권위자 피터 오픈쇼 임페리얼칼리지런던 교수는 지난 3월 유럽연합의 국가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한 데 대해 <비비시(BBC)> 라디오에 출연해 "유럽 백신 캠페인의 재앙적 결정"이라고 일갈한 바 있다. 결국 프랑스의 일간지 <르몽드>는 3월 17일자 보도에서 영국의 백신 작전 성공은 아스트라제네카에 기인한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착시 현상 ① : 백신 접종률은 코로나19 방역 성적순이 아니다

이처럼 백신이 전 세계적으로 감염 수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코로나19 극복과 관련해 심각한 착시현상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든 미국, 프랑스, 영국의 성공적 사례들은 한국의 현재 상황과 비교하면 민망한 수준이다. 최근 일주일 미국의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4만 8056명이었다. 몇 달 전과 비교하면 엄청난 진전이지만 여전히 수 만 단위의 기록이다.

프랑스 역시 최근 일주일 평균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2만 866명이다. 획기적 진전을 이뤄낸 영국마저 2020명의 최근 1주일 평균 확진자 수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의 최근 일주일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611명이다. 그나마 최근 이들 국가의 피해가 대폭 감소했을 때의 비교이지 전체 팬데믹 기간을 계산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인구 대비 발생률을 봐도 마찬가지다. 인구 100만 명당 확진자 수를 나타내는 발생률을 보면 미국과 프랑스, 영국은 각각 10만 668, 8만 7423, 6만 5197인데 반해 한국은 2448이다.
 
▲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 지지" 밝히는 바이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경제 부양을 위한 '미국 구조계획' 이행 상황에 대한 연설 후 취재진과 문답을 나누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신과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를 지지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yes)"고 말했다. 2021.5.5
ⓒ 연합뉴스
 
이들 국가들이 백신에 사활을 걸었던 것은 이처럼 우리와는 차원이 다른 심각한 확진자 규모 때문이었다. 만약 이들 국가들이 한국 정도의 코로나19 피해 규모를 유지했다면 백신 개발은 더 늦춰졌을 것이라는 상상도 과장이 아니다. 그래서 한국의 백신 접종 리듬과 서유럽의 것이 같을 수는 없다. 현재 서유럽은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상황이 다시 심각해져 집단 격리로 되돌아가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경제에 숨통을 트이려는 계획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영국에 비해 백신 접종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프랑스의 방역당국은 국민들을 접종 장소로 불러들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현재 50세 이상에게만 주어진 백신 접종 권한을 여러 예외 규정을 추가로 만들어 젊은 층에게도 문을 개방하려 하고 있다. 평소 프랑스의 행정 처리 속도와 까다로운 절차에 비하면 접종 접수는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절차도 무척 단순하고 심지어 허술하기까지 하다.

만약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 접종하러 오면 어떻게 하냐는 언론의 질문에 담당 장관은 "난 프랑스인을 믿는다"고 답한다. '자격 검사를 엄격히 하지 않으니 한 명이라도 더 와서 접종하라'는 뜻으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이처럼 프랑스는 접종률 견인에 모든 희망을 걸고 있다. 현재의 확진율로는 안심할 수 없는 피서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착시 현상 ② : 경제성장률은 더더욱

코로나19를 둘러싼 착시 현상은 경제 분야에서도 나오고 있다. 2021년 경제성장 전망치를 보면 주요 선진국 가운데 한국이 하위권에 놓여있다. 국내 일부 언론은 그 자료를 근거로 한국이 백신 전쟁에서 완패했으며 그렇게 되면 경제 회복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백신 접종률은 코로나19 방역 성적순이 아니라는 점은 앞서 언급했다. 심지어 역순에 가깝다. 그런데 경제전망과 백신 접종률을 뜬금없이 비교하면서 그 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설명하지 못한다. 심지어 2021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낮아 경제가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려 한다. 과연 그럴까?

올해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대비 성장률이라는 사실을 기본적 경제 지식을 아는 사람들은 알고 있다.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선진국들의 2021년 경제 성장률이 높은 이유는 지난해 이들 국가가 엄청난 마이너스 성장을 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의 지난해 경제 성장률 하락 폭은 선진국 가운데 가장 적었다. 따라서 올해의 성장률은 한국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국내총생산 주간 성장률 추적장치'(Weekly Tracker of GDP growth)라는 주목할 만한 자료를 공개했다. 말 그대로 경제 성장률을 주 단위로 추적해 그래프로 옮겨 놓은 것인데, 예를 들어 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내총생산 주간 성장률 추적장치(Weekly Tracker of GDP growth)' 중 미국
ⓒ OECD
 
위 그래프는 2020년 1월부터 2021년 4월까지 미국의 주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상황을 표시하고 있다. 파란색 그래프가 실제 성장률이다. 자세히 보면 지난해 4월 성장률이 급격히 하락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팬데믹이 본격적으로 전 세계를 덮치기 시작한 순간이다. 그리고 계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다가 올해 4월 들어 급격히 상승하는 형상을 보여준다. 백신의 효과로 경기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에 지난해 4월 대비 급성장을 한 것이다.

다시 말해 올해 4월 경제가 급성장한 이유는 지난해 4월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해 4월의 하락폭 대비 올해 4월의 상승 폭을 상쇄시키면 사실상 성장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러한 착시를 없애기 위해 OECD가 개발한 것이 '가상 주간 추적장치'(Counterfactual Weekly Tracker)다. 위의 표에 보이는 검은색 그래프가 그것에 해당한다. 결국 올해 4월 미국의 실질적 경제 성장률은 -2.5%라는 결론이 나온다.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내총생산 주간 성장률 추적장치(Weekly Tracker of GDP growth)' 중 영국
ⓒ OECD
 
올해 4월 영국의 실질적 경제성장률은 -7.7%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내총생산 주간 성장률 추적장치(Weekly Tracker of GDP growth)' 중 독일
ⓒ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내총생산 주간 성장률 추적장치(Weekly Tracker of GDP growth)' 중 프랑스
ⓒ OECD
 
마찬가지 방식으로 독일프랑스는 각각 올해 4월 성장률이 -10.9%, -5.6%다. 반면 한국을 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내총생산 주간 성장률 추적장치(Weekly Tracker of GDP growth)' 중 한국
ⓒ OECD
 
위의 그래프를 보면 지난 한 해 동안 한국의 경제지표는 큰 파고 없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신음을 할 때 한국 국민과 정부는 방역은 물론 경제 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4월의 하락 폭이 크지 않기 때문에 올해 4월의 파란색 그래프도 크게 오르지 않는다. 대신 검은색 그래프의 오른쪽 끝자락에는 -0.1%라는 숫자가 보인다. 올해 4월 한국은 -0.1%의 실질적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 수치는 G20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한국이 주요 20개 경제대국 가운데 가장 높은 실질적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는 의미다.
 
 올해 4월 한국은 -0.1%의 실질적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수치는 G20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사진은 점심시간에 주변 직장인 등 시민들로 붐비는 서울 명동거리
ⓒ 연합뉴스
 
이중 전선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한국 국민과 정부는 이중 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첫 번째 전선은 말할 나위 없이 바이러스 병원균과의 싸움이다. 그리고 두 번째 전선은 가짜 뉴스라는 또 다른 바이러스와의 싸움이다. 

5월 5일자 프랑스의 경제 신문 <레제코(Les Echos)>는 한국의 현대-기아 자동차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 현대-기아 자동차가 유럽 시장에서 피아트(Fiat), 지엠(GM), 포드(Ford)를 앞질러 톱 5에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는 내용의 보도였다. 이 신문은 같은 기사에서 현대차 그룹은 세계 자동차 생산 업체 가운데 코로나19 사태에 가장 잘 적응한 업체 중 하나라고 소개하고 있다. 다른 자동차 생산 업체들이 코로나19를 맞아 고전한 반면 현대-기아 자동차는 위기를 잘 선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격주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는 최근호에서 한국의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예상을 뒤엎고 연율 1.6%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 언론은 "한국은 지난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첫 번째로 회복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면서 "다시 성장하고 있는 지금 경제 개혁의 쉽지 않은 일을 시작할 기회의 창이 열렸"고 "그 기회를 이용한다면 한국은 다시 한 번 비관론자들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할 것"이며 "한국 경제는 더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는 최근호에서 한국의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예상을 뒤엎고 연율 1.6%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 Forbes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오는 명대사가 있다. 남자 주인공 레트 버틀러가 여자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소신껏 하라는 뜻에서 한 말. "개가 짖어도 열차는 달린다.(The dogs bark, but the caravan moves on)"

가짜 뉴스들이 짖어대도 한국열차는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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