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시티와 첼시, 전초전 과제는 '탑 차이'에 대한 해법 찾기

김정용 기자 2021. 5. 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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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 베르너(왼쪽, 첼시)와 가브리엘 제주스(맨체스터시티).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유럽 정상을 놓고 격돌하는 맨체스터시티와 첼시는 주득점원 없이 최강 전력을 구축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첼시와 맨시티는 30일(한국시간)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우승을 놓고 격돌한다. 앞서 9일에는 맨시티 홈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를 먼저 갖는다. 결승의 전초전이다. 또한 9일 경기에서 맨시티가 승리할 경우 2위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경기결과에 상관없이 그 순간 우승을 확정할 수 있고, 첼시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4위 자리를 수성하기 위해 승점이 절실하다.


재미있는 건 현재 세계최강인 두 팀 공격수 중 정규리그 10골을 넣은 선수가 단 1명도 없다는 점이다. 첼시는 잘 알려진 것처럼 팀 내 최다득점자인 티모 베르너의 리그 득점이 6골에 그쳤다. 공격수로 분류할 수 있는 태미 에이브러햄(6골), 크리스천 풀리식, 카이 하베르츠, 올리비에 지루(4골)도 리그 골은 보잘것없다. 첼시는 비교적 수비적인 팀이라 그렇다 쳐도, 경기당 2.09골로 가장 공격력이 강한 팀 맨시티의 최다득점자가 12골을 넣은 미드필더 일카이 귄도안이라는 점 역시 이채롭다. 공격수 중 윙어인 라힘 스털링, 리야드 마레즈가 각각 9골씩 기록했다. 스트라이커 가브리엘 제주스는 8골에 그쳤다.


두 팀의 EPL과 UCL 순항은 '확실한 득점원이 승리를 보장한다'는 축구의 상식을 깼다. 그렇다고 해서 공격수의 기량이 무의미한 건 아니다.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시티 감독, 토마스 투헬 첼시 감독 모두 성에 차지 않는 기량의 '탑'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묘수를 냈다.


정통 공격수를 기용하되 변칙적으로 활용하는 팀은 첼시다. 투헬 감독은 지난 1월 부임한 뒤 베르너에게 꾸준히 기회를 줬다. 베르너는 빈곤한 결정력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즌 리그와 컵대회를 통틀어 12골 10도움을 기록하며 높은 득점 생산력을 보이고 있다. 팀의 공수 전환이 빨라지면서 베르너의 침투 능력을 잘 살릴 수 있게 됐고, 베르너는 골만 노리는 게 아니라 측면까지 활용하면서 동료들의 문전 침투를 돕는 특유의 역할을 해낸다. 전방 압박도 성실히 수행한다.


반면 과르디올라 감독은 맨시티의 간판 공격수들을 오히려 선발 라인업에서 빼 버리는 결정을 했다. 스트라이커 제주스뿐 아니라 지난 시즌 EPL 20골을 터뜨린 특급 윙어 스털링까지 중요한 경기에서는 벤치로 물러났다. 대신 최전방은 케빈 더브라위너, 스털링이 맡던 왼쪽 윙어는 필 포든 등 플레이메이커 성향의 선수들에게 모두 맡겼다. 미드필더 베르나르두 실바와 귄도안이 수시로 전진하고 공격진과 위치를 바꾼다. 고급스런 포지션 파괴 축구다. 윙어 중에서는 골에 치중하는 스털링보다 드리블과 패스 능력이 더 나은 리야드 마레즈가 주전 자리를 지켰다.


지난 4월 두 감독이 잉글랜드에서 벌인 첫 맞대결은 주득점원 부재에 대한 해법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FA컵 대결에서 주전 라인업을 가동한 첼시는 베르너의 어시스트가 나오며 1-0으로 승리했다. 맨시티는 평소 전술을 버리고 스트라이커 제주스, 왼쪽 윙어 스털링을 기용하는 전통적 축구를 시도했으나 결과는 무득점 패배였다.


UCL 결승에서는 두 감독 모두 상대 맞춤형 전략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전술변화의 귀재 투헬뿐 아니라, 과르디올라 역시 너무 깊게 생각하다가 일을 그르칠지언정 고정관념과 다르게 자기 축구만 고집하기보다 상대에 맞춘 축구를 시도하는 편이다. '플랜 A'가 막힐 경우를 대비해 '플랜 B'를 마련해둬야 한다.


두 팀 모두 존재감이 큰 후보 스트라이커는 갖고 있다. 첼시는 장신과 확실한 연계플레이라는 장점을 지닌 올리비에 지루가 대기하고 있다. 속공 위주 공격이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지공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이다. 맨시티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날 '전설'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부상을 털고 최근 벤치에서 대기하고 있다. 아구에로는 2월 말 복귀한 뒤 선발로 뛴 경기에서는 총 2골을 넣으며 어느 정도 득점 감각을 회복했다. 그러나 FA컵에서 확인한 것처럼 스트라이커를 뻔하게 최전방에 기용하는 건 투헬 상대로 통하지 않기에, 과르디올라 감독은 아구에로 투입 효과를 극대화할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이번 리그 맞대결은 두 팀 모두 UCL 혈전을 치르고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치르는데다 결승전을 앞두고 연막을 칠 필요도 있다. 로테이션 시스템이 가동될 가능성이 높다. 발상을 뒤집으면, 상대가 비주전을 내보낼 때 우리만 주전을 내보낸다면 리그에서 꼭 필요한 승점 3점을 따내는 동시에 기선제압 효과까지 누릴 수도 있다. 선발 라인업부터 치열한 눈치 싸움이 예상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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