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의 '제이릴라' 디스전? '잘 키운 캐릭터 열 히트 상품 안 부럽다'
최근 각 기업이 새로운 캐릭터 개발과 홍보에 몰두하고 있다. 'MZ세대(1980~2000년대생)'가 개성 있는 캐릭터에 열광하고 이를 소비로 연결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최근 고릴라 캐릭터 '제이릴라'를 공개적으로 디스(사람이나 사건 따위에 대해 무례한 태도를 취하는 것)해 화제에 올랐다. 제이릴라는 지난해 9월 이마트가 상표권을 출원한 캐릭터다. 이마트 측은 정 부회장의 성과 발음이 비슷한 알파벳 'J'와 고릴라의 '릴라'를 더해 제이릴라라는 이름을 붙였다. 긴 얼굴과 강조된 광대뼈, 하늘로 솟은 헤어스타일 등이 정 부회장과 썩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정작 정 부회장은 제이릴라와 닮았다는 말이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눈치다. 그는 SNS에 제이릴라가 보낸 케이크나 그림 등을 올린 뒤 "아 진짜 너무나 짜증 나는 고릴라 x끼. 진짜 나랑 하나두 안 닮았고 J는 내 이니셜도 아님", "내가 시러하는 고릴라가 보내준 케이크- 재섭서 내다 버릴려다가 애들이 너무 좋아해서 어쩔 수 없이 킵함" 이라고 썼다.
정 부회장이 제이릴라에 대해 부정적인 글을 올릴 때마다 대중은 환호하고 있다. 정 부회장의 제이릴라와 관련한 게시글 밑에는 수만여개의 '좋아요'가 달렸다. 댓글도 수천여개에 달한다. 댓글에는 "정 부회장님과 닮았다", "제이릴라 너무 좋다", "디스 글을 더 올려달라" 등의 긍정적인 내용이 빼곡하다.
업계는 정 부회장의 디스가 제이릴라를 홍보하려는 의도로 분석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SNS 스타다. 거느린 팔로워만 약 63만명에 달한다. 그가 글을 올릴 때마다 수많은 팔로워들이 실시간으로 게시물을 확인한다. 확실한 홍보 채널인 셈이다. 정 부회장도 SNS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왔다. 이마트 자체 브랜드 '피코크' 등에서 출시한 신제품을 소개할 때도 자신의 SNS를 이용해 왔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12월 이마트에서 제이릴라의 상표권을 양도받았다. 아직 제이릴라와 관련한 상품이 출시되지 않았지만 정 부회장의 '디스 홍보'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지도가 상승했다.
비단 신세계만의 일은 아니다. 하이트진로는 '두꺼비' 캐릭터를 선보인 뒤 홈쏘맥잔, 슬리퍼, 피규어를 출시했다. 지난해에는 스트리트패션브랜드 '커버낫'과 협업해 패션 제품을 선보였는데 금세 동 났다. 하이트진로는 두꺼비 캐릭터를 판매하는 '두껍상회'도 열었다.
바이오 기업 휴젤은 지난 4일 창립 20주년을 맞이해 캐릭터를 론칭했다. 주력 제품인 보툴리눔 톡신 제제와 HA(히알루론산)필러를 모티브로 '허그, 알루, 렉스’'라는 이름도 지었다. 휴젤은 공개된 3종 캐릭터 외에도 다양한 서브 캐릭터를 추가로 개발할 예정이다. 또 캐릭터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다양한 영상물과 굿즈를 제작해 브랜딩 강화에 주력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캐릭터산업 시장 규모는 12조2070억원이다. 2014년(9조527억원) 이후 연평균 7.8%씩 성장 중이다. 올해는 2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에서 캐릭터 사업을 '캐시카우'로 삼은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네이버의 캐릭터 사업을 영위하는 '라인프렌즈'는 2019년 연 매출 2075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프렌즈' 종합 지식재산권(IP)을 사업화 하는 카카오IX도 1600억원대 연 매출을 달성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의 카카오프렌즈와 네이버의 라인프렌즈가 성공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캐릭터 사업이 돈이 된다는 걸 인지하기 시작했다"며 "캐릭터는 장벽이 없고 활용도 다양하게 할 수 있어서 기업의 관심도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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