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아슬아슬 줄타기 마케팅..득일까 실일까
장기적으로 제품에 불신 생기고 전체 시장 위축시킬 수 있어
높아진 소비자 의식..ESG경영 화두에 맞춰 담백함 중심돼야
최근 유통업계를 둘러싼 마케팅 부정 이슈가 세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젠더갈등으로 시작해 과장광고와 경쟁사 비방광고까지 갖은 사건사고가 계속되면서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GS리테일은 지난 2일 자사 편의점 브랜드 GS25에서 공개한 홍보 포스터에 남성 혐오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로고로 쓰이는 손가락 모양이 담겨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해당 로고는 한국 남성의 성기 크기를 조롱하는 의미로 알려졌다.
GS리테일은 즉시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기존 GS리테일 홍보물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상징이 다수 발견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순식간에 편의점 GS25는 불매 리스트에 올랐고,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진 가맹점주들은 본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에 나섰다.
남양유업 역시 지난달 마케팅 이슈로 곤혹을 치렀다. 자사 제품 불가리스를 코로나19 사태와 연결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남양유업은 “국내 최초로 소재 중심이 아닌 완제품 형태로 항바이러스 효과를 규명해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지 않고 발표하면서 문제가 됐다.
식약처는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행정처분·고발조치했고,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달 30일 남양유업 본사와 세종연구소 등 총 6곳을 압수수색했다. 소비자의 비난은 계속됐고, 결국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대중 앞에 고개를 숙이고 회장직을 내려놨다.
주류업계도 도를 넘어선 홍보 경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맥주시장 1,2위를 다투는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서로를 비방하는 마케팅을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최근 또 다시 법적 다툼을 예고하면서 소비자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논란 마케팅’은 업계를 가리지 않고 과거부터 지속돼 왔다. 경쟁사를 은근슬쩍 깎아 내리는 비교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적절하게 경쟁사와 비교하는 식으로 교묘하게 비방 메시지를 전달하고, 브랜드의 가치를 각인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로 활용돼 왔다.
일례로 남양유업은 지난 2012년 커피믹스 시장에 뛰어들면서 ‘카제인나트륨’ 없는 고급 커피라고 광고해 이슈몰이를 했다. 그러나 카제인은 우유에도 들어 있는 무해한 물질로 밝혀졌다.
하지만 당시 광고를 본 소비자들은 동서식품에 오해를 하기 시작했고, 지속되는 남양유업 공세에 동서식품은 결국 화이트 골드 제품이라는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때문에 당시 일부 여론에서는 후발주자 남양유업의 네거티브 마케팅이 ‘성공’을 거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비교 마케팅은 현재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하림은 최근 즉석밥 시장에 뛰어들면서 “집에서 밥 지을 때도 첨가제를 넣나요?”라는 문구를 사용해 첨가물을 쓰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업계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CJ제일제당과 오뚜기 측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첨가물을 넣지 않았다는 하림의 마케팅 포인트는 기존 제품들이 첨가물을 썼다는 의미로도 해석돼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모든 광고는 적절하게 과장되기 마련이다. 얌전빼서는 소비자 지갑을 열기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절대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한도를 정하고 상대적인 균형을 맞추는 선에서 줄을 타는 게 광고인 셈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뀐 만큼 이제는 공정하고 냉정하게 마케팅을 진행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성분하나까지 따져 소비하는 똑똑한 소비자가 크게 늘어난 데다, 잘못된 광고는 소비자 신뢰를 잃고 ‘미운 털’ 까지 박힐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경쟁사 비방 광고도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과거에는 경쟁사를 밟아야만 올라갈 수 있는 구조였으나, 최근에는 한 업체가 구설수에 오르면 업계 전반에 소비자가 등을 돌리는 사태가 생기고, 시장 전체가 어려워지는 구조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최근 유통업계가 ESG경영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 신뢰 구축을 위해서라도 보다 신중한 마케팅을 이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양웅 동서대 광고학과 교수는 “특정한 이슈를 활용할 때 광고나 마케팅에서 어떻게 다룰것인가 하는 지가 이제는 한 기업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이 변했고 소비자 역시 광고에서 무엇을 의도하고 담고 있는지 간파하는 시대가 됐다. 때문에 기업들도 과거 약장사 하는 식으로 광고를 만들어선 안 된다. 금융상품처럼 갠관적으로 담백하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데일리안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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