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서 동사한 日14살 소녀..그를 몰아세운 집단괴롭힘
집단 괴롭힘과 성폭력 등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을 앓던 일본 여중생이 실종 한 달 만에 공원에서 동사한 채 발견된 사건이 최근 국내에도 알려지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15일 일본 매체 주간문춘은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의 공원에서 히로세 사아야(14)양이 3월 23일 동사체로 발견된 사건을 보도했다.
사아야는 앞서 2월 13일 저녁 6시쯤 자택을 나온 후 행방불명됐다. 영하 17도를 밑도는 혹한의 날씨에도 그는 외투를 걸치지 않은 가벼운 차림으로 집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실종 당일 친구에게 “결정했다. 오늘 죽으려고 한다. 여태까지 무서웠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미안해”라고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경찰견과 헬리콥터 등이 투입되며 광범위한 수색이 이뤄졌지만, 사아야는 실종 38일 만인 3월 23일 아사히카와시의 공원에서 얼어붙은 시신으로 발견됐다. 날이 따뜻해지며 1미터 가까이 쌓였던 눈이 녹아 신체 일부가 드러난 것이다. 부검 결과 사인은 저체온증이었다.
14살 소녀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아야가 열 살 때 이혼 후 홀로 키워 온 어머니는 주간문춘에 “지금도 그 아이를 낳았을 때를 잊지 못한다. 3.39 킬로그램의 건강한 여자 아이였다. 벤치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다”며 딸에 대한 그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미래에는 법무성에서 일하며 정의의 편으로 있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면서 “‘검사 말고 변호사 어때?’라고 물었더니 사아야는 나쁜 사람을 편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2019년 4월 중학교에 입학한 뒤 딸의 성격은 크게 달라졌다. 어머니는 그해 5월 딸이 방에서 혼잣말로 “미안하다”“죽여달라”고 하는 것을 듣고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시작은 4월 중순이었다. 친한 친구가 없어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사아야는 중학교 근처 공원에서 선배 A양(당시 14세)과 만나 친해져 자주 어울리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A양의 친구 B군과 인근 중학교 학생 C군이 이들에 합류하면서 성적 괴롭힘이 시작된 것.
특히 C군은 사아야에게 탈의한 신체나 자위행위를 담은 사진, 영상을 보내도록 요구하는 등 괴롭힘을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6월 3일 C군은 채팅 앱인 ‘라인’을 통해 “벌거벗은 동영상 보내줘. 사진이라도 좋아”라며 “(보내지 않으면) 콘돔 없이 (강간)하니까”라고 협박했다.
사아야는 몇 번의 거절 끝에 사진들을 보냈고, 이를 계기로 괴롭힘은 더욱 노골적으로 변했다. A양은 그에게 “괜찮냐. 난 네 편이니까”라고 위로하는 한편 C군에게 음란 사진을 보내달라고 부탁하는 이중적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아야의 사진과 영상은 여러 명의 중학생들이 들어와 있는 그룹 라인 방에도 유포됐다.
6월 15일에는 가해자들이 사아야를 공원으로 호출해 그곳에서 성행위를 보여주기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A양과 B군, C군뿐 아니라 두 명의 중학생과 초등학생이 그를 둘러싸고 “자위 여기서 보여줘”라고 하는 등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급기야 6월 22일에는 사아야가 4미터 높이의 둑에서 우페츠 강으로 뛰어내리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날 저녁 10명 이상의 아이들이 사아야에게 이날 저녁 6시쯤 총 10명 이상의 아이들이 그를 둘러싸고 “사진을 전교생에게 뿌리겠다”고 협박했다. 그만두라는 부탁에도 이들은 “그럼 죽어라” “죽지도 않으면서 죽겠다고 하지 마라”고 답했고 사아야 양은 어쩔 수 없이 강물에 뛰어내렸다.
어머니는 “학교에서 연락을 받아 강에 도착했을 때 아이는 교사 품에 안겨 ‘이젠 죽고 싶다’고 울부짖고 있었다”며 “그 모습을 가해자들은 울타리 너머에서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강에 뛰어든 사아야는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상황은 사아야를 더욱 고립시켰다. 가해자들이 경찰 조사에서 “사아야가 엄마로부터 학대를 받고 있고 그것 때문에 죽고 싶어서 뛰어들었다”고 거짓증언을 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경찰 조사로 학대 사실이 없었다는 것이 입증되고 나서야 딸을 만날 수 있었다.
이후 어머니가 사아야의 핸드폰을 확인하면서 괴롭힘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가해 학생들은 핸드폰을 초기화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했지만 디지털 포렌식으로 사아야를 찍은 사진·영상 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해자들은 수사가 종료되고 경찰이 데이터를 모두 삭제한 이후에도 컴퓨터를 백업해 사아야 양의 사진, 영상을 유포했다. 경찰이 한 차례 더 데이터를 삭제했지만, 또 다른 가해자가 사진을 유출하는 등 가해 행위는 계속됐다고 한다.
결국 사아야는 9월에 이사해 다른 중학교로 전학을 갔다. 의사로부터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 진단을 받은 사아야는 하루 종일 집에 틀어박혀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일 년 넘게 PTSD에 시달린 그는 지난 2월 13일 실종된 이후 공원에서 동사체로 발견됐다.
어머니는 “딸이 쉽게 죽음을 택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가해자들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고 너무 억울하다”면서도 “가해 학생들이 불행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왕따로 사람이 이렇게 죽게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왕따는 간접 타살이다. 적극 반성이라도 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정인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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