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이지의 건치 에세이] 치주질환 우습게 보다간 큰 코

전병선 2021. 5. 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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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주질환이 코로나19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이전에 언급한 바 있다. 이번에는 치주질환과 전신질환과의 연관성을 알아보자.

만성 염증성 질환인 치주질환은 잇몸의 염증뿐 아니라 전신의 염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구강을 통해 유입된 세균과 세균에 의한 염증 반응물질, 대사산물이 잇몸이나 치조골에 형성된 혈관 안으로 침투해 혈류를 타고 다니며 면역체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치주질환이 오래 지속하면 염증 물질인 IL-1, IL-6, TNF-α 등이 생성된다. 이 염증 물질은 간에서 대사하면서 C-반응 단백질, 혈장 아밀로이드 A, 피브리노젠 등을 생성하게 된다. 이 물질들이 뇌, 위, 장, 심장 등 전신의 각 기관으로 이동하여 질병을 유발한다.

또한 치주질환으로 생성된 염증반응 물질과 대사산물은 균혈증을 유발하면서 세균성 혈소판 응고와 혈관 내피세포 파괴를 일으키며 대사과정을 거쳐 전신의 각 기관에서 만성질환이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다.

2000년대 이후 진행된 많은 연구에 따르면, 치주질환이 있으면 고혈압, 협심증 등의 심혈관 질환, 뇌졸중, 당뇨병, 각종 암, 폐렴 등의 호흡기질환, 류머티즘성 관절염, 치매, 만성 신장 질환, 조산으로 인한 미숙아, 성 기능 장애 등이 발생할 위험성이 현저히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주질환과 심혈관 질환과의 관련성
치주질환은 특히 동맥경화, 심근경색 등의 심혈관 질환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많다. 심혈관질환은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경우, 또는 혈액의 점도에 이상이 생겼을 때 발생한다.

막힌 혈관은 동맥경화, 협심증, 뇌졸중 등 중증 질환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혈전 덩어리가 내벽에 붙어 혈관이 좁아지면서 심혈관 질환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혈관 내벽의 혈전 덩어리에서 치주질환 유발 세균인 액티노미세템코미탄스나 진지발리스 등이 발견되면서 치주질환이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기 시작했다.

또 치주질환이 진행되면 혈관 내로 세균성 생성물이 침투하여 혈관 벽에 부착된다. 혈액 단백구 등이 혈관 벽에 응집하기 시작하면, 면역반응을 거치며 혈전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해서 혈관이 폐쇄되면 본격적인 심혈관 질환 증상이 시작된다고 알려졌다.

반대로 치주질환이 있어도 치주질환 치료와 관리를 꾸준히 진행해서 염증을 줄이면, 혈액 속 염증 물질인 IL-6, C-반응 단백질 등이 감소해 심혈관 질환이 감소한다는 보고가 많다. 다시 말해 치주질환이 직접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도 줄일 수도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치주질환과 당뇨병과의 관련성
치주질환 환자의 경우, 당뇨병을 비롯한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높다는 연구가 오래전부터 보고됐다.

치주질환은 특히나 당뇨병에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당뇨병은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지 않아 혈액 속 당을 처리하지 못해 혈당이 높아지는 질환이다.

치주질환이 생기면 혈관 속 염증 수치가 높아져 인슐린의 기능을 방해한다. 안 그래도 당을 처리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당뇨병 환자에게 치주질환은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당뇨병 환자 역시 처리하지 못한 당이 내·외장 지방으로 축적되고 축적된 지방세포에서 내보낸 염증 물질로 인해 치주질환이 악화하기도 한다. 치주질환이 당뇨병을 유발할 가능성도 크지만, 당뇨가 발생하면 치주질환을 치료해도 잘 낫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적절하게 치주관리를 진행하면 당산화물이 감소하고 당뇨가 개선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뇨의 치료방법의 하나로 치주치료가 적극 권장되고 있다.

◇치주질환과 치매와의 관련성
최근의 여러 연구를 통해 치주질환이 치매 확률을 또한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치주질환 원인균 중 하나인 ‘진지발리스’(Porphyromonas gingivalis)가 치매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진지발리스는 잇몸 깊숙이 서식해 잇몸을 붓고 아프게 하는 세균이다. 대부분 세균은 체내 면역세포가 막아내지만, 진지발리스는 특정 효소로 면역세포를 무력화시켜 신체 곳곳에 침투하며, 뇌까지 침투해 치매까지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뇌에서 진지발리스같은 치주질환 세균이 많이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다. 진지발리스의 치매 유발 기전에 대해 다양한 연구 결과가 있는데, 먼저 진지발리스가 뇌에 비정상 단백질 축적을 유발, 치매를 촉진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진지발리스 감염 쥐의 뇌혈관 표면에는 알츠하이머병 원인 물질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Aβ)을 뇌로 옮기는 수용체 수가 2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뇌세포의 Aβ의 축적량도 10배나 늘었다.

이 외에 진지발리스로 인한 면역 염증반응이 전신 질환 및 혈관질환을 일으켜 간접적으로 뇌 기능 저하를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치주질환으로 인한 염증성 물질인 IL-1, IL-6 등이 혈관을 통해 온몸의 염증 반응에 영향을 주며 이 때문에 인지장애, 알츠하이머병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진지발리스가 아니더라도 치주질환으로 인한 치아 상실 자체가 치매의 지름길이다. 건강한 치아는 뇌 혈류를 증가시켜 뇌의 활성을 유지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치아가 많을수록 더 강하고 다양한 자극이 뇌에 전해지기 때문이다.

◇치주질환과 암, 류머티즘성 질환, 만성폐쇄성 폐 질환과의 관련성
치주질환이 있으면 위암과 인후암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들에 의하면 입, 식도, 위가 모두 연결돼있고, 어느 한 곳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기관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치주질환을 앓는 사람은 전신에 염증이 더 많고, 염증이 장기를 손상시켜 암 발생률이 더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또한 최근에 미국에서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치주질환이 심화하거나, 무치악인 경우 전체 암 유병률, 특히 대장암과 폐암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주질환이 암을 유발하는 기전은 명확하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치주질환으로 생성된 염증 물질이 대사하면서 활성산소 등의 암 유발물질을 생성하고 이것이 타겟 조직에서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편, 자가 면역성 질환인 류머티즘성은 면역 조절의 불균형을 통해 신체 각 부위에서 다양한 질환을 유발하는데, 치주질환이 있는 환자는 류머티즘성 관절염 유병률이 2배 가까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만성 폐쇄성 폐 질환은 고령의 남성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질환으로 치주질환이 있으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치주질환으로 인해 구강 내 세균 군집이 증가하게 되며 폐 질환으로 인해 구강으로 주로 호흡하는 환자는 세균 군집이 호흡기로 이동하여 염증이 진행되어 폐 질환이 발생하고 심화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치주질환은 비교적 단순한 원인으로 발생하지만 단순히 입안만의 문제가 아닌 전신의 문제와 연관 지어 생각해야 하며 전신의 건강을 위해서는 전신질환의 관리와 함께 잇몸 건강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지영 닥터이지치과 원장(치의학 박사) 정리=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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