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文 모욕죄 청년 김정식 "쿨하지 못하다, 문재인 정부"
"박근혜 누드화 합성은 괜찮고 이건 안 괜찮나"
"경찰이 나를 찍은 영상으로 휴대폰 암호 풀어"
문재인 대통령 비판 전단을 뿌렸다가 모욕죄로 고소를 당했던 시민단체 터닝포인트 대표 김정식(34)씨가 지난 4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2년 가까이 경찰 수사를 받은 데 대한 소회를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고소 취하를 밝혔다. 김씨는 2019년 7월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분수대에서 문 대통령을 비롯,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을 비난하는 내용의 전단지 뭉치를 뿌렸다. 이후 경찰이 지난 달 기소 의견으로 김씨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사실이 중앙일보 보도로 알려지면서 고소 주체가 법리상 문 대통령이어서 논란이 일었다.
김씨는 경찰 수사를 받을 때 조서 마지막 부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남긴 말을 썼다고 한다.
“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주권을 가진 시민의 당연한 권리다. 대통령을 욕하는 것으로 주권자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면 전 기쁜 마음으로 들을 수 있다.”
문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장관도 인용했던 말이다.
Q: 소감은
A : 덤덤하다. 개인적으로는 대통령이 누군가를 모욕죄로 고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유시민 이사장 등 공직에 있다가 물러난 분은 명예훼손으로 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문 대통령이 '비난받겠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서 문 대통령이 고소할 줄은 예상 못 했다.
Q: 왜 전단을 뿌렸나
A : (집권 세력이) 국익을 훼손하면서까지 반일 프레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민주당 진영의 상징성 있는 인물들에게도 (친일 뿌리라는) 의혹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 전단을 만들었다. 자신들은 애국이고 민주화 세력이고 다른 사람은 적폐고 친일 매국노 세력이라고 양분하지 않았나. 이런, 정치적 이익을 위해 편 가르는 행위를 멈추라는 거지 문 대통령 개인을 힐난하고 싶지는 않았다.
Q: 대통령에게 모욕적인 내용을 담을 필요가 있었나
A : 며칠 전부터 인간적인 미안함이 커졌다. 나는 내 입장에서 이 정도 수위면 이전 대통령이 겪은 것에 비해 높은 수위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문 대통령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성적 게시물 관련 내용이 역린을 건드린 게 아닐까 스스로 생각했다. 합성은 내가 한 게 아니다. 일본 잡지에 있는 걸 그대로 쓴 것이다. 해외 간행물에 나온 내용을 전단에 못 쓰게 한다면 인터넷을 차단하는 중국과 다를 바가 뭔가. 어쨌든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불편하거나 화가 날 만한 내용을 공개적으로 뿌리면서 마음이 편한 사람은 없다. 인간 대 인간으로 미안하다.
Q: 고소 주체가 누구인지 모른 채 수사를 받았다는데
A : 답답했다. 피의자로 입건됐을 때 문 대통령이 고소했냐고 물어도 말을 안 해주더라. 나를 모욕죄로 고소할 수 있는데, 왜 내 사적인 영역을 고소 주체가 누군지도 말 안해주면서 왜 모든 걸 털어가나. 비교가 됐던 게 조국 전 장관이다. 조 전 장관은 일가족이 비리 연루 의혹이 있었고 그것 때문에라도 휴대폰 디지털 포렌식을 해서 사건 개요를 명확히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생활 보호라는 명목으로 포렌식을 안했다. 저는 사생활 보호가 안됐다. 이게 중대범죄도 아니고 그렇게 복잡한 문제도 아니고 포렌식을 할 일인가.
Q: 혐의에 걸맞은 정도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A : A: 휴대폰을 뺏길 때는 공포스러웠다. 수사 방식이 정말 별로라고 생각했다. 모욕죄를 가지고 이동통신사에 요청해 이미 제 이동 동선을 파악해놨다. 휴대폰 포렌식을 할 때 패턴 암호가 풀리지 않자, 내가 개인적으로 휴대폰을 열 때의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형사가 수사관에게 보내 패턴 암호를 풀었다. 합법적인 증거 수집 방식인지 모르겠다. 예측이 안 된다는 게 무섭다. 경찰이 상담센터로 찾아와 휴대폰 압수수색 영장을 내밀었을 때, 안에서는 상담이 진행 중이었다. 결국 지난해 3월 상담센터를 접었다. 휴대폰 압수를 당한 게 센터 직원이나 주변 인물들에게 미친 영향이 컸다. 경찰이 얼핏 "집으로 가서 수사할 수도 있다"고 했다. 만약 제 집을 헤집어놨다고 생각하면 진짜 못 참았을 것 같다.
Q: 수사받는 게 힘들었다는 것인가
A : 이것 때문이라고 콕 집을 수는 없지만 원형탈모가 500원짜리 동전만한 크기로 왔었다. 2019년 말에, 잠깐 왔었다. 지금은 풍성하다.
Q: 본인은 그냥 30대 일반인이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
A : 동생이 정당 활동을 하고 지난해 나도 보수당 비례대표를 신청했기 때문에 나온 지적인 것 같다. 하지만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 전에 나는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던 사람이었다. 단지 정치적 양심에 의해 목소리를 냈을 뿐이다. 국민의힘에서 이 사건에 대해 말하지만, 내가 부당한 수사를 겪을 때 아무 도움도 준 일이 없다. 나 역시 인신공격과 가족에 대한 모독도 당하고 이를 감수한다. 작년에 비례대표를 신청했을 때는, 휴대폰을 압수당해서 화가 많이 나 있었고 '나는 아무 힘도 없구나'라고 느꼈을 때였다. 그래서 정당 활동을 해보려고 시도했다.
Q: 청와대가 성찰 계기로 삼으라고 했는데
A : 문제는 나한테 있는 게 아니라 그쪽이 먼저 성찰을 했으면 좋겠다. 모욕은 그쪽도 일상적으로 행하고 있다. 한쪽은 순혈이고 한쪽은 '귀태'처럼 나누는 자체가 이미 모욕이다. 이번 사안은 비껴가면서 다음번엔 두고 보자라는 뉘앙스처럼 느껴진다. 쿨하지 못하다. 문재인 정부.
Q: 표현의 자유와 모욕 사이의 경계는 어디일까.
A : '모욕인지 아닌지' 선을 그을 수 있다는 게 권력인 거 같다. 이전 대통령들은 쥐, 닭으로 매도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누드화 합성도 당했다. 그건 괜찮고, 이건 틀렸다는 건가. 경찰 조서에서 맨 마지막에 썼던 말이 "대통령을 욕하는 것으로 주권자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면 전 기쁜 마음으로 들을 수 있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이다. 개인적으로 노 전 대통령은 권력자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많이 증진한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매력적인 인물이고. 그래서 이 말을 썼다. 문 대통령이 '노무현의 친구'라는 후광을 많이 받았는데, 노 전 대통령이 국민을 대하는 방식과 달리 좀스럽고 쪼잔하게 느껴진다.
Q: 하고 싶은 말
A : 더는 편가르기가 없었으면 좋겠다. 광화문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셨고, 비판이 있으면 광화문에서 소통하겠다고 했는데, 사정기관을 동원해서 개인을 찍어 누른 것밖에 안 되지 않나. 그동안 비판해온 권력자와 뭐가 다른가.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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