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위험하다"던 정부, 거래소에 500억 간접 투자

이가영 2021. 5. 4.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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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에 설치된 전광판에 이더리움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전일 3000달러를 돌파했던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총 2위인 이더리움이 하루 만에 3400달러 선마저 돌파하며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뉴스1

암호화폐는 인정할 수 있는 화폐가 아니며 가격이 급변동해 위험하다고 경고했던 정부가 암호화폐 관련 펀드에 수백억 원 규모의 투자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각 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 KDB산업은행 등 정부부처와 공공기관들이 2017년부터 올해 3월까지 암호화폐 관련 투자 상품에 투자한 금액은 502억1500억원에 이른다.

기관별로 보면 중기부 343억원, 산업은행 117억7000만원, 국민연금공단 34억6600만원, 우정사업본부 4억9000만원, IBK기업은행 1억9000만원 등이다.

이들은 직접투자가 아닌 모태펀드를 이용해 업비트, 빗썸 등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 간접 투자했다. 정부가 모태펀드에 자금을 지원하면 모태펀드는 각종 벤처펀드를 만들고, 벤처캐피털(VC)이 이를 운용하는 구조다.

2018년에도 범정부 예산으로 편성된 모태펀드가 암호화폐 거래소에 투자를 한 사실이 문제가 되자 홍종학 당시 중기부 장관은 “문제가 드러난 거래소의 모태펀드 투자금을 회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실제 투자비 회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근에도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암호화폐는) 인정할 수 있는 화폐가 아니며 가격이 너무 급변동하니 위험하다는 것을 정부는 일관되게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사람들이 많이 투자한다고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장을 지낸 윤창현 의원은 “암호화폐가 도박이라면 공공기관의 거래소에 대한 투자는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며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않는 이상 이 같은 모순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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