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사망 의대생 주머니엔 지갑뿐..부친 "친구 폰 찾겠다"
지난달 25일 새벽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엿새 만에 숨진 채로 발견된 의대생 손정민(22)씨의 사건에 대한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해소할 주요 단서로 휴대전화가 지목되지만, 실종 당일 정민씨와 술을 마셨던 친구 A씨의 휴대전화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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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아이폰, 남은 건 갤럭시
3일 서초경찰서와 정민씨의 유족 등에 대한 취재를 종합하면 A씨의 휴대전화는 아이폰 기종이고, 정민씨 휴대전화는 갤럭시 기종이다. A씨 휴대전화 위치는 용산 서빙고동 기지국 신호를 마지막으로 끊겼다. 한강 변은 기지국이 많지 않아 반포한강공원에서도 강에 인접한 서빙고동 기지국 신호를 잡는다고 한다.
정민씨의 휴대전화는 경찰에서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데이터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정민씨 휴대전화는 지난달 25일 A씨가 들고 있다가 그날 새벽 유족들에게 전달됐다. 실종 당일 한강공원에서 사라진 정민씨를 찾기 위해 정민씨 가족과 A씨 가족이 만났고, 이때 A씨가 자신의 휴대전화가 아닌 정민씨의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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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씨 주머니에선 지갑만 나와
사건 당일 술에 취한 상태에서 두 사람의 휴대전화가 뒤바뀌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한강에서 발견된 정민씨에게선 A씨 휴대전화가 나오지 않았다. 발견 당시 정민씨의 주머니에는 지갑만 남아있었다고 한다. 지갑은 정민씨가 집에서 나가면서 들고 간 것으로, 유일하게 발견된 소지품이다.
복수의 경찰 간부는 “주머니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바지 주머니에 있는 소지품은 강물에 오래 있어도 빠지지 않는다”며 “강에 빠진 시신을 찾으면 휴대전화가 같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 광진교에서 투신한 뒤 두 달 만에 발견된 강동구청 소속 공무원 윤모씨도 휴대전화가 주머니에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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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휴대전화 찾겠다"…유족도 "찾아야"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주 기동대를 동원해 반포한강공원 풀숲을 수색하는 등 A씨의 휴대전화를 찾으려 했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정민씨 소지품에서도 A씨 휴대전화가 나오지 않은 만큼 경찰은 추가로 휴대전화를 찾기 위한 수색을 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 휴대전화 등 객관적으로 필요한 모든 증거를 수집하겠다”고 했다.
A씨가 지난달 25일 오전 3시 30분에 자신의 부모에게 전화한 기록이 남아있는 만큼 이때까지는 A씨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던 게 확인된다. 정민씨 아버지 손현(50)씨는 “실종 지점 인근 한강 바닥에 A씨 휴대전화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며 “사비를 다 털어 민간잠수사를 고용해서라도 휴대전화를 찾아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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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씨 아버지 '버린 신발' 의혹 제기
손씨는 이날 오전 아들의 장례식장에서 “A씨가 아들과 함께 진흙에서 굴러 신발과 바지가 더러워졌다고 해서 A씨 아버지에게 신발을 볼 수 있냐고 물었지만 ‘버렸다’는 답이 바로 돌아왔다”고도 했다. 그는 “한강공원엔 진흙이 없고, 신발을 버렸다는 것도, 그런 답변이 바로 나온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A씨의 부모가 한강에 정민씨를 찾으러 나오면서 자신에게 바로 연락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정민씨의 사망 원인과 사건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새벽 시간대라 목격자가 많지 않고 한강공원 안을 비추는 CCTV가 없어 조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A씨에 대한 조사도 다시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경찰은 정민씨의 시신이 발견되기 전 실종 상태에서 A씨에 대한 최면조사를 진행했으나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안타까운 사건을 최대한 의혹이 남지 않게 조사할 것이다. 근거 없이 의혹을 제기하거나 키우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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