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는'의 세상에서 '도'를 말하다

2021. 5. 4.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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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인 듯한데 이 조사가 들어가면 그렇지 않게 되는 말이 있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살아가면서 '는'이라는 단어 하나로 의미를 전복시킨다.

'는'이라는 말에 이어온 칭찬도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에게 인기 있고 높은 소득을 올려주는 제작자들과 자극적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들도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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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인 듯한데 이 조사가 들어가면 그렇지 않게 되는 말이 있다. ‘는’이라는 조사다.

“공부는 잘해”라는 말은 인성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 “말은 잘해”는 행동이 그에 미치지 못함을 뜻한다. “머리는 좋아”는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하지 않아 결과가 좋지 않음을 타박하는 말이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살아가면서 ‘는’이라는 단어 하나로 의미를 전복시킨다. 대개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오랜 시간 불편과 불만이 쌓여 있는 경우 이런 말을 쓴다.

그렇다고 ‘는’이라는 조사를 마냥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 그 안에 담긴 불편한 시선 속에 중요한 진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는’이라는 부정적 뉘앙스를 불러일으키게 된 계기에 문제의 단서가 있다. ‘는’이라는 말에 이어온 칭찬도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연이어 터진 학교폭력 사태가 그렇다. 학창 시절부터 성과 위주를 당연시하며 인성을 등한시했던 부분들이 훗날 부메랑이 돼 배우, 스포츠선수 등 당사자의 전성기에 발목을 잡는다. 운동‘은’ 잘해, 매력‘은’ 있다는 말 뒤에 숨어 자행했던 은밀한 폭력이 피해자인 누군가에겐 평생을 따라다니는 상처가 됐다.

유튜브 문화도 마찬가지다. 유튜브는 구독자 수와 조회 수가 진리인 양 아무런 제동 장치 없이 운영된다. 사람들에게 인기 있고 높은 소득을 올려주는 제작자들과 자극적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들도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이런 행태가 장기화하면서 유튜버들이 공황장애와 같은 불안정한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각종 기행을 벌이며 구설수에 오른다. 그러자 그들에게 열광했던 언론과 소비자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콘텐츠의 한 면을 극대화해 이윤을 창출하고 인기를 얻는 대중문화의 속성에 따라 벌어지는 어두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는’이 당연시된 사회는 한쪽으로 치우친 파편화된 사회라 할 수 있다. 서로의 뾰족함으로 인해 피를 흘리면서도 더욱 날카롭게 칼 끝을 간다. 피 흘리는 승자와 피 흘리는 패자만 남는 사회가 된다.

성경은 ‘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배만 중요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정의‘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잠 21:3) 성경은 상전들에게 자신의 유익만을 누리지 말고 종들에게‘도’ 의와 공평으로 잘 대하라고 말한다.(골 4:1) 지혜만큼 순결‘도’ 간과하지 말라고 한다.(마 10:16)

신앙은 특정 장소와 시간, 대상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곳, 어느 때, 누구에게라도 통용될 수 있어야 한다. 성경의 관심은 일관성과 온전함에 있다. 세상이 제아무리 특정 가치와 성과를 드높이며 승자의 미소를 부러워하게 만들지라도 신앙은 누락된 ‘도’의 문제가 없는지 물어야 한다.

더디 가더라도 목표치에 덜 도달하더라도 함께 기뻐하고 함께 울 수 있는 공동체가 되는 과정을 포기해선 안 된다. ‘도’가 성가신 요구로 들리지 않고 자연스러운 사고 습관으로 자리 잡을 때, 우리는 함께 자라게 될 것이다.

그럴 때 우리의 성공은 도심의 우뚝 솟은 고층 건물과 같은 과시가 아닌 더 많은 생명을 꿈꾸게 한다. 다친 영혼이 은혜를 누리는 치유의 숲이 될 것이다. “오직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하여 범사에 그에게까지 자랄지라.”(엡 4:15)

성현 목사 (필름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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