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산업·교육·과기부 참여 '반도체 대응팀' 만들자

2021. 5. 4.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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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 다툼에 낀 한국 반도체
국가 생존전략 차원서 접근 필요
이칠기 성균관대 문행석좌교수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부각된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다툼이 컴퓨터·통신 분야로 번졌다. 급기야 국방 분야로까지 이어지면서 글로벌 패권전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미국의 인텔과 마이크론, 대만의 TSMC 등은 앞다퉈 공격적인 투자 확대 계획을 발표하며 반도체 주도권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려는 기세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철저히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서 반도체 원천 기술과 제조 설비의 대중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파격적인 세제 혜택 등을 내세워 반도체 생산시설의 미국 유치를 유도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2030년까지 180조원을 투입해 역내 반도체 생산량을 세계의 20% 수준까지 늘리기로 했다.

한국 상황은 어떤가. 반도체 산업의 수출 비중은 19.4%로 국가 경제의 매우 중요한 축을 맡고 있다. 지난해 7월 이후 9개월 연속 수출 흑자를 이끌고 있다. 대표 주자인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에서 글로벌 초격차를 유지하며 세계 1위를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스템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17%로 TSMC(54%)와는 여전히 격차가 크다.

반도체 산업은 설계 전문기업(팹리스)과 제조 전문기업(파운드리), 삼성전자처럼 설계와 제조를 망라하는 종합반도체 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반도체 설계와 제조의 두 핵심 분야에서 설계는 전자 및 소프트웨어 분야 기술이 주류이고, 제조는 물리·화학·화공·신소재·기계 분야 기술 등이 모두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제조 능력을 조속히 향상하기 위해 다수의 전문 인력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써는 정부와 대학의 인력 양성이 매우 미흡하다.

우수 인력 양성 측면에서 산업통상자원부는 반도체를 직접 설계해 볼 수 있는 전문 설계 툴을 대학에 지원하는 IDEC 사업을 20년 넘게 지속해 왔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반도체 위상 확립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의 또 다른 핵심인 제조 측면에서는 일부 대학에서 소수의 인원만이 제조 실무 중에서 일부를 경험할 수 있는 매우 부끄러운 수준이다.

시장 규모에서 메모리 반도체보다 약 3배가 큰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2019년 4월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선언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133조원 투자와 시스템 반도체 전문 인력 1만5000명 직접 고용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 실제로 꾸준하게 고용 규모를 늘리고 있다.

이러한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우수한 엔지니어가 꼭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유휴 제조 설비를 대학에 이관하고, 운영·유지 및 교육 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설계와 제조의 원투펀치를 갖춘 실무형 인재 육성의 튼튼한 틀을 갖추는 것이 관건이다.

단기적으로는 기술 보안 우려 등으로 공개할 수 없는 제조 라인을 초·중·고·대학 눈높이에 맞는 수준의 애니메이션 또는 가상현실(VR)로 구현하면 어떨까. 이를 온라인 및 전국의 과학관을 활용해 홍보해보자. 이를 통해 반도체 산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지원을 유도하는 ‘반도체 사랑 운동’이 촉발되길 바란다.

반도체는 빅데이터·인공지능·사물인터넷(IoT)이 만들어 내는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국방·우주산업 등을 비롯한 미래산업에서 더 중요해지고 있다. 반도체는 단순히 하나의 산업 부문이 아니라 국가의 전략 인프라이며 군사·안보에도 직결된다.

삼성전자라는 한 기업 차원이 아니라 국가 생존 전략 차원으로 바라봐야 한다. 산업부·교육부·과학기술정통부가 합동으로 ‘반도체 대응팀’을 구성해 기업과 학계 전문가 모두의 힘을 합쳐 중장기 발전 방안을 조속히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이칠기 성균관대 문행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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