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주문 뚝뚝..소부장 中企, 탈원전에 탈났다

이준형 입력 2021. 5. 3. 11:06 수정 2021. 5. 2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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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김포에 위치한 압축공기 제습장치 제조업체 금성하이텍은 '잘 나가는 회사'다.

박흥석 금성하이텍 대표는 "2017년부터 탈원전 기조가 가속화되며 실적이 고꾸라지기 시작했다"면서 "월성, 영광, 고리 등 한수원의 모든 원자력발전소에 압축공기 제습장치를 공급했는데,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한수원의 설비 투자가 위축되면서 협력사들과의 계약을 끊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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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축공기 제습장치 제조업체 금성하이텍
1990년대 국산화로 단가 낮춰..국내외 주문 쏟아져 승승장구
최근 4년새 매출 6분의 1토막..2017년 가속화된 탈원전 영향
매출 절반 한수원 계약 뚝..해외 기업 "탈원전 나라 제품 못 믿어"
압축공기 제습장치 제조업체 금성하이텍은 탈원전 여파로 매출액이 최근 4년새 187억원에서 36억으로 줄었다. 사진은 경기 김포에 위치한 금성하이텍의 공장 내부. [사진 = 이준형 기자]

[아시아경제 이준형 기자] 경기 김포에 위치한 압축공기 제습장치 제조업체 금성하이텍은 ‘잘 나가는 회사’다. 그런데 최근 4년새 매출액이 6분의 1토막났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회사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계약이 뚝 끊긴 탓이다.

심지어 해외 원자력 기업들까지 "탈원전 국가 제품을 어떻게 믿고 쓰겠나"라며 계약 의사를 철회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주 고객이었던 기업들의 설비 투자도 줄면서 회사는 위기에 봉착했다.

금성하이텍은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만 생산했던 ‘압축공기 제습장치’를 1990년대에 국산화했다. 공기 중의 수분, 먼지 등 불순물을 제거하는 장치로 청정한 대기상태가 필수적인 첨단산업군의 핵심 설비다.

‘산업용 고성능 공기청정기’로 반도체 공정, 원자력 발전, 바이오 등 여러 분야에서 두루 쓰인다. 금성하이텍은 이 장치의 단가를 외산 대비 60~65% 수준으로 낮췄다. 수입 과정에서 드는 관세·물류비를 다 포함해도 가격은 50% 이상 낮다.

금성하이텍이 개발 및 생산하는 압축공기 제습장치. [사진제공 = 금성하이텍]

2011년 정부에서 은탑산업훈장을 받았고, 업계에 소문이 나면서 실적도 순풍을 탔다. 삼성SDI,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부터 서울반도체, 대덕전자 등 중견기업까지 주문이 쏟아졌다. 해외에서도 주문이 몰려 와 한창 때는 물량의 70%를 수출했다.

박흥석 금성하이텍 대표는 "2017년부터 탈원전 기조가 가속화되며 실적이 고꾸라지기 시작했다"면서 "월성, 영광, 고리 등 한수원의 모든 원자력발전소에 압축공기 제습장치를 공급했는데,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한수원의 설비 투자가 위축되면서 협력사들과의 계약을 끊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매년 상승세를 타며 2017년 187억원에 달했던 매출이 2019년 90억원으로 반토막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확산세에 경기가 악화되자 산업 전반에서 신규 투자가 줄었고, 지난해 회사 매출액은 36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직원도 한때 96명까지 채용했지만 지금은 29명만 남았다.

수출도 제로(0) 상태가 됐다. 관심을 보였던 해외 원자력기업들은 한국 정부의 기조에 따라 계약 의사를 철회했고, 코로나19로 해외 미팅까지 줄줄이 취소되면서 남아있던 고객과도 단절된 것이다. 박 대표는 "10년 전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계약을 수주하며 국내 원자력 관련 기업들에 대한 해외 관심도가 높아졌지만, 탈원전 선언 후 달라졌다"면서 "영국 원자력 공기업에서도 견적 문의가 왔었는데, 결국 탈원전하는 나라에서 만드는 제품은 못 쓴다고 하더라"라고 털어놨다.

박 대표는 올해 전망되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호황)에 매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 반도체 회사들을 중심으로 되살아나는 신규 투자의 직접적인 수혜를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반도체 품귀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산업을 밀어줄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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