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수표·뇌물장부..한명숙 "결백"에 대법관 전원 "유죄" 이유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자신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죄에 대한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 6년 만에 다시 무죄를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 난 결백하다”며 6월 자서전 출간을 예고하면서다.
한 전 총리 사건은 2015년 8월 대법관 13명의 만장일치 유죄 확정 판결로 사법적 판단을 마친 사건이다. 하지만 정치자금 공여자인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동료 재소자가 제기한 ‘검찰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의혹에 대해 최근 대검찰청이 무혐의 결정을 하자 한 전 총리 본인이 아예 본안 판결을 뒤집으려 여론전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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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100만원 후원하면 한명숙과 식사 특전
2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tumblbug)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자서전 『한명숙의 진실』 출판을 목표로 후원금을 받고 있다. 목표 금액은 1000만원인데, 이날까지 890여명의 후원자로부터 2643만원을 모았다. 현재 초고 저술을 마친 뒤 퇴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달 31일 책 제작이 시작되고, 6월 30일 후원한 순서대로 책을 받아볼 수 있다. 후원금을 100만원 이상 낸 사람은 저자인 한 전 총리와 1시간가량 동안 식사를 함께할 수 있는 특전도 내걸렸다.
한 전 총리는 미리 공개한 책 머리글에서 대법원 확정판결로부터 6년 만, 2017년 8월 징역 2년 만기 출소한 지 약 4년 만에 전면 무죄를 주장했다.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6년 세월을 검찰이 만든 조작재판과 싸웠다. 결국 불의한 정권과 검찰 그리고 언론의 무자비한 공격에 쓰러져 2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 그리고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던 출소 후 2년…암담한 시간 속에서 날 견디게 해준 유일한 희망은 진실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었다. 난 결백하다. 그리고 그것은 진실이다.”
또 책 소개글에서 “우리는 진실이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절차로 드러나기를 기다렸다”며 “검찰이 한명숙 재판의 증언을 조작했다는 여러 증거가 드러났고 새로운 증언이 나타났지만 검찰 권력의 원천봉쇄로 진실은 번번이 덮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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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군부독재 기생 세력의 탄압”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추천사에서 “한 전 총리는 재판 시작 날 ‘나는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라고 외쳤다”며 “이 책에는 군부독재에 기생해 ‘그렇게 살아왔던’ 자들이 어떻게 ‘그렇게 살아오지 않은’ 사람들을 탄압하고 누명을 씌웠는지 그 진실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는 2015년 8월 24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 직전에도 백합꽃과 성경책을 든 채 무죄를 주장해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재심 청구 등 정식 절차를 밟지 않고 여론몰이로 판결을 부정하는 건 법치주의의 뿌리를 뒤흔드는 행동”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더욱이 2015년 8월 20일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대법관 13명은 검찰이 기소한 불법 정치자금 8억 8300만원(현금 4억8000만원, 수표 1억원, 미화 32만7500달러) 중 3억원에 대해 만장일치로 유죄라고 판단했다. 대법관 8명(다수의견)은 8억 8300만원 전액을 유죄로 봤다.
![책 『한명숙의 진실』 [사진 텀블벅]](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105/03/joongang/20210503120652145ujqd.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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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현금 2억 돌려줬고, 여동생은 1억 수표 전세금 썼다
대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결정적인 증거는 자금 공여자 한만호씨가 2007년 4월 건넨 1억원짜리 수표였다. 한 전 총리 여동생이 2009년 2월 자신의 아파트 전세금 잔금을 치르며 해당 수표를 썼기 때문이다. 한만호씨가 재판 과정에서 “한 전 총리 비서에게 수표를 빌려줬다”고 하고 한 전 총리 비서는 “수표를 다시 한 전 총리 동생에게 빌려줬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고 물리쳤다.
한 전 총리 비서가 1억원 수표를 빌렸다는 한씨와 모르는 사이로 접촉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과거 금전 거래 경험이 없던 두 사람이 변제기한이나 이자 약정 없이 거액의 수표를 빌려준 것은 통상적 금전 거래 형태로 보기 힘들다고도 판단했다.
아울러 한 전 총리가 2008년 2월 한신건영 부도 직후 한씨에게 현금 2억원을 돌려준 것도 유죄 판단을 뒷받침했다. 한 전 총리는 같은 달 2월 23일 부도 충격으로 입원한 한씨를 직접 병문안했고 다음 날 비서를 통해 한씨 운전기사에게 2억원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전 총리는 돈을 돌려준 직후 한씨와 2차례 통화하기도 했다.
이 밖에 한신건영 경리부장이 한씨가 2007년 3월말부터 9월 초순까지 3차례에 걸쳐 한 전 총리에게 약 3억원씩 정치자금을 건넬 때마다 자금 조성 경위 등을 상세히 기록한 ‘접대비 총괄 장부’와 ‘채권 회수 목록’, ‘달러 환전 기록’, 돈 전달에 사용한 ‘여행 가방 구매 영수증’ 등도 유죄의 객관적 근거가 됐다. 이 판결문 전문은 국민 누구나 국가법령센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주소는 다음과 같다.
http://www.law.go.kr/%ED%8C%90%EB%A1%80/(2013%EB%8F%8411650)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한 전 총리를 죽인 게 아니라 되레 봐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올해 3월 말 현재 한 전 총리가 내야 할 추징금 8억 8300만원 중 7억 1000만원(약 80%)을 집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집행을 맡은 서울중앙지검은 “주기적으로 재산 조회 등을 통해 한 전 총리의 재산이 발견되는 대로 신속하게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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