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필이면 영끌 2030 모인 곳..민주당 '김부선 쇼크'

남수현 2021. 5. 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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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신도시 스마트시티·한강신도시·검단아파트총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28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D 노선의 서울 강남권 직결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의원님들 지금 뭐하십니까? 제대로 된 GTX-D 노선 발표 나올 때까지 김포에서 안 뵀으면 좋겠습니다.”
김포 한강신도시 주민들이 모여 있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서부권 광역급행철도(GTX-D) 노선이 김포(장기동)~부천(부천종합운동장)을 연결하는 것에 그칠 가능성이 커지자 주민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 서부지역 주민들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이 노선의 강남권 직결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에서 GTX-D 노선은 김포에서 부천까지만 연결하는 것으로 발표돼, 일명 ‘김부선’(김포~부천선)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후 청와대 신문고 등 온라인 청원 사이트에는 강남 직결을 요구하는 김포, 인천 검단·계양, 부천 지역 주민들의 글이 쏟아졌다. 지난달 28일에는 김포·검단 신도시 주민 50여명이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에서 ‘서부시민이 개돼지냐! 서울직결 완성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김부선’ 지역구 與의원들 직격탄
주민들의 거센 항의는 김부선이 지나는 여당 의원들에겐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당초 경기도는 김포 한강신도시를 시작으로 검단~계양~부천~서울 남부~하남까지 이어지는 노선을 제안했던 만큼, 김포가 지역구인 김주영(김포갑)·박상혁(김포을) 의원뿐 아니라 김경협(부천갑)·서영석(부천정)·신동근(인천서구을)·최종윤(경기하남) 의원 등이 민심 이반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지난 총선 더불어민주당의 수도권 싹쓸이 승리로 김부선 이해당사자도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이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의원은 지난 27일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김포의 인구 증가수는 전국 1위인데 교통편은 2량짜리 꼬마 경전철만 있어 출퇴근 시간 혼잡률이 285%에 달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서울로 가는 급행철도 요구는 너무 당연한 요구인데도 (국토부는) ‘중복된다’고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성원 국토부 장관 직무대행(1차관)을 향해 “오늘 저녁 6시 반에 김포공항역에 가서 국민들이 어떻게 고통받고 있는지 같이 봐줬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박 의원은 “국토위는 현재까지 어떤 논의가 돼 초안이 나왔고 향후 방향 무엇인지 전혀 보고받은 바가 없다”며 국토부에 특별 현안보고도 요구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 노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러나 김부선 지역 주민들의 분노는 의원들을 겨냥하고 있다. GTX-D가 지나는 한 지역구 의원실 관계자는 “노선이 ‘김부선’에 그칠 것이란 보도가 나온 이후 전화·문자·팩스 등 온갖 수단을 통한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며 “내용은 논리적 설명부터 ‘지금 뭐 하고 있느냐’는 압박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정치후원금으로 ‘18원’을 보낸 뒤 후원금 영수증을 요구하거나 아예 후원금을 돌려달라고 하는 집단행동도 300건 넘게 쏟아졌다고 한다. 일부 김포·검단 주민들은 아예 ‘GTX-D 강남직결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꾸려 30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2030 이탈 우려에…“삭발까지 검토”
김포·검단은 특히 최근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다)해 집을 마련한 20~30대 인구가 대거 유입된 지역이다. 4·7 재·보선에서 민주당에 등을 돌린 연령층과 같은 세대가 밀집해 산다. 김포(48만명)·부천(81만명)만 합해도 인구 100만명이 훌쩍 넘는데, 이중 반발이 가장 거센 김포시의 주민 평균 연령은 39.7세(전국 평균 43세)로 젊은 층 비율이 높은 도시다. ‘김부선 쇼크’에 영향을 받는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 지역구는 20~40세대 인구만 45% 정도 되는데, 최근 표심으로 드러나고 있는 젊은 세대의 실망이 더 커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신동근(인천서구을)·김주영(김포갑)·김경협(부천갑)·박상혁(김포을)·최종윤(경기하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국회에서 황성규 국토교통부 2차관과 일명 '김부선'(김포부천선)이라 불리는 GTX-D 노선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면담을 갖고 있다. 최종윤 의원실 제공


이들 의원들은 6월 확정·고시 이전에 국토부·기재부 등 유관 부처를 집중 설득해 보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29일엔 이해관계가 걸린 의원들이 황성규 국토부 2차관과 국회에서 GTX-D 노선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면담을 가졌다. 같은 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선 김주영 의원이 5분 자유발언에 나서 “(GTX-D 노선의 축소는) 인구 100만의 김포, 인천 검단·계양, 부천 대장 지역 주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관계부처 장관을 향해 “출퇴근 시간 저와 함께 김포경전철에 탑승해 볼 것을 요청드린다. 고통받고 있는 현장을 직시해달라”고 호소했다.

정부가 계획을 수정하지 않으면 국회가 취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은 마땅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삭발 투쟁까지 검토하고 있지만, 연관 지역구 의원들이 전부 여당이라는 점에서 정부를 상대로 극한투쟁을 벌이기도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도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 여러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도 “당장은 정부를 끈질기게 설득하고, 주민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하는 등의 노력밖에 방법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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