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후 음식 못먹고 계속 구토..반려견 앗아간 '마스크 습격'
길에 버려진 마스크 반려견에 '흉기'
英·美서 숨지거나 응급 상황 잇달아
최근 영국 체셔주에 사는 엠마 폴의 가족은 반려견이 함께 산책하러 다녀온 후 부쩍 기운이 빠진 걸 발견했다. '오스카'란 이름의 이 개는 다음날이 되자 음식을 거부하고, 잘 움직이지도 못했다. 폴은 개를 황급히 동물병원으로 데려갔고, 혈액 검사 등 여러 검사를 받았다.
그런데 다음날 오스카의 엑스레이 촬영을 한 수의사의 입에선 놀라운 이야기가 나왔다. 개가 마스크를 삼킨 것 같고, 패혈증으로 번졌으며 응급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수술대 위에서 오스카의 상태를 확인한 수의사는 절망했다. 마스크 속 철사(콧등 부분의 철심)가 오스카의 장기를 관통해 손 쓸 수 없이 손상됐기 때문이다. 치명상을 입은 오스카는 결국 숨지고 말았다.
수의사는 폴에게 "마스크의 상태 등으로 볼 때 3~4일 전 산책을 할 때 삼킨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29일(현지시간) 영국 메트로 등에 따르면 폴은 "온 가족이 충격을 받고 분노하고도 있다"고 말했다. 누군가 길에 함부로 버린 마스크가 반려견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했기 때문이다.
그는 "어디에나 쓰레기통이 있고, 집에 가져가서 버릴 수도 있다"면서 "마스크를 길거리에 버리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라"며 울분을 토했다. 그와 가족은 동네에 마스크를 제대로 버리라고 호소하는 포스터를 붙였다.
영국과 미국에서 개가 마스크를 음식으로 착각해 먹고 숨지거나 죽을 고비를 넘기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스크는 내구성이 뛰어나 잘 녹지 않고, 코 지지대용 철심이 장기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고 경고한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마스크 착용은 일상생활이 됐다. 하지만 사람들이 함부로 버린 마스크가 개에게 '흉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BBC 등에 따르면 '랄프'란 이름의 한 코커 스패니얼은 마스크를 삼킨 뒤 응급 수술을 받고 가까스로 살아났다. 브리스톨에 사는 마이크 글랜튼은 자신의 반려견 '콜린'(보더콜리종)이 길에서 마스크를 삼키는 모습을 보고 재빨리 병원으로 데려갔다. 응급 처치를 받은 콜린은 다행히 무사했다.
미국 터프츠대가 운영하는 동물병원에선 지금까지 마스크를 삼킨 개 10여 마리가 수술을 받았다. 래브라도 리트리버종인 '킹'은 마스크를 두 개나 삼킨 경우였다. 킹은 음식을 먹지 못하고, 계속 구토했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 마스크는 킹의 위와 소장에 박혀있었다. 이 때문에 장기에 염증이 생겼지만, 다행히 철심으로 인한 천공은 생기지 않아 마스크 제거 수술을 받고 회복됐다.
영국 수의학협회 수석 부회장인 다니엘라 도스 산토스는 스카이뉴스에 "반려견이 마스크를 섭취할 경우 소화관을 막고, 심각한 내상을 입을 수 있다"면서 "식욕 감소, 구토 등의 증상이 보이면 즉시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애견가클럽의 빌 램버트는 "반려견 주인들은 길에 버려진 마스크와 장갑을 개가 먹지 않는지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영국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의 최고 책임자 크리스 셔우드는 "하루에 마스크가 수 천개씩 버려지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RSPCA는 지난해 길에 버려진 마스크에 다리가 엉켜 날지 못하는 갈매기를 구조하기도 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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