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간 집요하게 문자 보낸 그녀..화이자 18억회분 쓸어갔다
화이자 CEO "위원장과 깊은 유대 형성"
유럽연합(EU)이 화이자-바이오엔테크사의 백신 18억 회분을 확보할 수 있었던 비결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개인 외교'가 있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18억회분'은 지금까지 있었던 백신 계약 중 최대 규모로 EU 시민 4억5000만명이 2회씩 두 번 접종할 수 있는 물량이다.
28일(현지시간) NYT 보도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번 계약이 성사될 때까지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와 한 달 동안 문자메시지와 전화를 주고 받는 조율 과정을 거쳤다.
위원장이 직접 백신 확보에 뛰어든 건 지난 2월 유럽이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최악의 위기를 맞고 백신 수급마저 꼬이는 상황이 오면서다. 그는 화이자 CEO와 직접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두 가지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화이자에는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백신 여분이 있으며, EU가 그것을 싹쓸이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불라 화이자 CEO도 이 기간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깊은 신뢰와 유대감을 형성했다고 말했다. 볼라 CEO는 "그는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세부 사항과 그 밖의 모든 (백신 관련) 세부사항을 알고 있었다"며 "그래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토론이 활발했다"고 말했다.
결국 EU는 화이자의 최대 고객이 됐다. 화이자가 지금까지 미국에 제공한 백신 3억 회분보다 6배 많은 양이다. 인구 비례로 따져봐도 EU가 미국보다 훨씬 더 많은 물량을 확보했다. 미국에는 모더나 등 다른 백신 제조사가 있다는 배경을 배제하고 단순히 숫자만 놓고 비교하면 미국 인구(3억3200만여명) 대비 1회 접종량 기준 90%에 해당하고, EU는 인구 대비 400%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9억 회분+9억 회분' 방식이다. 2023년에 9억 회분은 받기로 확정했고 나머지 9억 회분은 2021~2022년에 걸쳐 받는다.
백신 수급 문제로 궁지에 몰렸던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번 계약으로 상황을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는 지난 2월 상황에 대해 "아스트라제네카가 백신 배송을 (계약 물량 대비) 75%까지 줄일 것이라는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백신 수급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실제 그 상황이 벌어졌을 때) 엄청난 좌절이었다"고 떠올렸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올해 초 EU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공급 물량을 대폭 감축하겠다고 통보하며 EU 집행위와 갈등을 빚었다. 1분기에 당초 공급하기로 계약했던 1억2000만 회분의 25% 분량에 불과한 3000만 회분만 공급했고 2분기에는 당초 공급하기로 했던 1억8000만 회분 중 7000만 회분만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혈전 논란까지 번지면서 EU 각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권고 사항을 수차례 바꾸는 등 혼란이 가중됐다. 독일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관련해 권고를 4차례나 바꿨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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