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소문 못내면 소용없어..공시에 공들여라

명순영·류지민·반진욱 2021. 4. 28. 23:1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ESG의 모든 것] 4 투자자에게 제대로 알리는 법
삼일PwC·사회적가치연구원·매경이코노미 공동기획

지난 3월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는 ESG 이슈 대응 태스크포스(TF) 창설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자발적 공시 대상 영역으로 여겨져왔던 ESG 영역에 대해 SEC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ESG 관련 왜곡된 정보가 투자자와 자본 시장에 전달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SEC의 ESG 정보 공시 규정 개정의 움직임은 친환경 정책 지지를 선언한 바이든 정부의 정책 방향과 모든 투자 전략에 ESG 요소를 반영하기로 한 블랙록자산운용의 CEO 연례 서한이 촉매제가 돼 가속화되고 있다.

언뜻 생각하기에 기업 입장에서 귀찮고 번거로운 일 하나가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ESG 공시 강화가 단순히 정책 편의성이나 글로벌 기업들과의 키 맞추기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본질적으로 ESG 정보 공시를 확대해야 하는 주된 이유는 기업가치 상승이다. ESG 정보에 대한 공시는 적시에 충분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투자자의 신뢰도를 높이고 기업가치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로니스 로노우(Loannis Loannou) 런던 경영대학원 교수와 조지 세라핌(George Serafeim)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ESG 공시를 통해 기업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 기업가치 상승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들은 ESG 공시를 의무화한 덴마크, 중국, 말레이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공시 의무화 전후의 시장가치 변화를 분석한 결과 ESG 공시 이후 시장가치가 높아졌음을 밝혔다.

3M은 매년마다 ‘지속 가능 보고서’를 내놓는다. 보고서를 내놓으며 재생에너지 사용 중간 목표를 지속적으로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3M 제공>

▶글로벌 기업 ESG 공시 활발

▷통합 보고서 형태로 발표, 전진 배치

ESG 공시 효과는 실제 기업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3M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 50% 감축, 2040년까지 80% 감축, 2050년까지 100% 탄소 중립 계획을 투자자에게 알리고 적극적인 실천에 나서고 있다. 제조 공정 개선과 폐기물 재사용 등의 방법을 통해 지금까지 약 22억달러를 절감했다. 과학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더욱 야심 찬 지속 가능성 목표를 수립했다. 그 결과 2000년 이후 기업가치가 지속적으로 성장함과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였고, 글로벌 본사의 전력은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된다. 창업한 지 10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M을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포춘지는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꼽았다.

AXA(악사)는 지속 가능 보고서를 별도로 공시하지 않고 매년 발표하는 사업 보고서에 ESG 활동을 포함시켜 통합 보고서 형태로 발표한다. 보고서에서 ESG 정보를 전진 배치하고 재무 정보를 뒤로 뺄 정도로 ESG 정보 공시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한다. 이에 AXA는 S&P의 DJSI와 MSCI ESG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고, 특히 투자책임 부문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AXA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산업에 대해서는 보험 인수를 거절할 만큼 엄격한 ESG 경영을 원칙으로 한다.

글로벌 식품 기업 다농(DANONE)은 ‘One Planet, One Health’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기업의 경영 전략과 비전을 ESG 목표와 일치시킨다. 기업의 모든 경영 전략은 ESG 관점에서 검토되고 결정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MSCI ESG 지수에서 최고 등급인 AAA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ISO 14001, B Corp certification 등 글로벌 인증서를 획득해 공시 우수 기업 사례로 꼽힌다.

이창현 삼일PwC ESG 플랫폼 파트너는 “ESG 경영을 한발 앞서 시작한 글로벌 기업들은 ESG 성과를 적극적으로 알림으로써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투자자는 이를 통해 기업의 지속 가능 경영 수준을 고려한 사회책임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ESG 공시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AXA(악사)는 매년 발표하는 사업 보고서에 ESG 활동을 포함시켜 통합 보고서 형태로 발표한다(위). 국내 기업 중에서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을 주목할 만하다. ESG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실천하는 기업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아래). <AFP, 포스코인터내셔널 제공>

▶국내 기업 적극적 공시 필요

▷실적 안 잡힌 미공시 데이터 챙겨야

국내 기업도 ESG 정보 공시 의무화를 향해 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와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먼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만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했던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는 2022년부터 1조원 이상, 2024년부터 5000억원 이상, 2026년부터 전체 코스피 상장사로 공개 범위가 확대된다. 국내 기업도 이에 맞춰 ESG 경영 활동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지속 가능 보고서를 작성할 때 유의할 점은 삼일PwC ‘ESG 로드맵’을 참고할 만하다.

삼일PwC는 ▲보고서 반영 ▲이니셔티브 대응 ▲내부 고도화 순으로 지침을 제시했다. 보고서 반영 단계에서 기업은 ESG를 고려한 포트폴리오를 작성해야 한다. 또한 성과가 있었는데도 실적으로 잡히지 않은 ‘미공개 데이터’를 챙기는 일도 중요한 과제다. 이니셔티브 대응은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KCGS), 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DJSJ),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 보고서(SASB) 등 국내외 주요 평가기관 요구에 적극적으로 맞춰가는 전략을 뜻한다. 예를 들어 평가기관에 확실하게 피드백하고 별도 증빙자료를 준비하는 식의 노력이 필요하다.

내부 실행 고도화 단계는 전사적인 통합 ESG 정책 개발이 핵심이다. 현재의 윤리·안전·품질 등 정책을 ESG와 연계한다. 이사회 수준 ESG 관리체계를 갖추고, 기후 변화 관련 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삼일PwC는 아울러 ‘ESG 보고서 제작 프로세스 개선과 관리’를 위한 ‘PoC(Proof of Concept·기술 검증)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막상 보고서를 낼 때는 지속 가능 보고서 작성에 수(手)작업 업무 부담이 만만치 않다. 또한 최종 보고서에서 데이터가 맞지 않아 전량 폐기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이를 막기 위한 방안이 플랫폼 구축이다. 부서별로 입력 화면을 만들고, 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작성 경과를 모니터링한다. 이렇게 하면 책임자가 리뷰하고, 변경 사항을 관리하기가 편해진다. 삼일PwC 측은 “로우코드(Low Code·소프트웨어를 빠르게 개발하고 배포할 수 있게 지원하는 개발 환경) 기술로 해당 화면을 쉽고 빠르게 구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은 ESG 관련 공시를 잘 하고 있을까.

KB금융지주가 우수 기업으로 꼽힌다. KB금융지주 계열사 KB자산운용은 2018년 10월 TCFD(기후 관련 재무공시 협의체)에 가입했다. TCFD는 2015년 12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 위임을 받은 금융안정위원회(FSB)가 만든 조직이다. 올 3월 기준 78개국 1900개 이상의 기관이 가입해 있다. KB자산운용은 ESG 운용위원회도 신설했다. 이현승 대표이사를 위원장으로 각 운용본부장으로 구성된 ESG 운용위원회는 ESG 운용 프로세스에 대한 의사 결정을 주도적으로 진행한다. KB손해보험은 ‘ESG 경영’ 철학을 반영해 최근 홈페이지를 개편했다. 이번 개편으로 ESG 경영 범주를 신설하고 관련 활동을 공시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역시 ESG에 앞장선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이 회사는 2019년과 2020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정 ESG 대상에 연속 선정됐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3월 국내 기업 최초로 지속 가능한 팜 사업 환경사회정책(NDPE)을 선언하고 선제적으로 친환경 경영을 추진해왔다. 최근 자회사 포스코SPS를 통해 전기자동차용 구동모터코어, 수소 연료전지 분리판 사업에 참여하는 등 환경 영향 저감·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또한 적극적으로 ESG 활동 사항을 알리며 공시에 공을 들인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4월 발행 예정인 회사채 총 1500억원 가운데, 800억원으로 ESG 채권을 발행한다고 밝혔다. 국내 상사 업계로서는 최초의 ESG 채권 발행이다.

인터뷰 |이진규 삼일PwC ESG 플랫폼 파트너

ESG 정보 정리해서 투자자에게 꾸준히 알려라

투자자들은 기업들에 ‘ESG’ 정보를 알려달라고 꾸준히 요구한다. 요구가 늘어날수록 기업 고민도 커진다. ‘무슨 기준으로 어떤 정보를 공시해야 하나’ ‘이게 정말 투자자들이 원하는 정보가 맞나’ 등의 고민이 CEO의 머릿속을 휘젓는다. 투자자에게 제대로 ‘ESG’ 경영을 알리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의문를 풀기 위해 이진규 삼일PwC ESG 플랫폼 파트너에게 질문을 던졌다.

Q.투자자는 기업에 어떤 ESG 정보를 원하나.

A. 투자자는 투자한 기업의 가치 향상에 늘 관심을 둔다. 이들은 ESG 경영이 기업 미래 현금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기업 현금흐름과 실적은 투자 수익과 연관이 깊다. 이 때문에 확실한 ESG 정보를 얻으려 한다. 특히 기업을 둘러싼 ESG 위험과 기회에 관한 정보를 1순위로 요구한다.

Q.ESG 위험 정보라는 용어가 낯설다.

A. 쉽게 말해 기업이 발생시키는 ‘사회적 비용’에 관한 정보다. 기업은 생산 활동을 하면서 원자재·인건비 등 직접 비용 말고도 사회적 간접 비용(Societal Costs)을 발생시킨다. 기후 변화 유발, 천연자원 고갈, 환경 훼손, 생물 다양성 훼손, 불공정거래, 인권 훼손 등이 대표적인 예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켜도 ‘비난’이나 가벼운 처벌로 끝나고는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사회적 비용을 기업에 직접 부과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는 추세다. 기업들이 막대한 비용을 직접 배상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Q.ESG 위험만큼 ESG 기회 요인에 관심 갖는 투자자도 많을 텐데.

A. 맞는 말이다. 투자자들은 ESG 성과를 토대로 기업가치를 향상시키는 회사를 높이 평가한다.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를 예로 들어보자. 사실 친환경 제품을 만들면 단기적으로는 생산 비용이 급증한다. 기업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확률도 높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친환경 공정을 통해 신기술을 발견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ESG 성과가 회사 가치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된 것이다. 이렇게 ‘ESG’ 기회를 살려 기업가치를 올리는 기업은 투자자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Q.ESG 공시가 ‘우수’한 기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A. 현재 많은 기업이 ‘공시’를 어려워하는 게 사실이다. 통일된 ESG 정보 공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정확한 기준이 없는 현재 ESG 정보 공시 시스템은 한계점이 명확하다. 다만 공시 우수 기업으로 자리 잡는 방법이 아예 없지는 않다.

우선 기업 내부에서 ESG 정보 공시에 대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어 합리적이고 일관된 기준을 바탕으로 기업을 둘러싼 ESG 위험과 기회에 관한 정보를 계속 알리는 게 좋다. 계속한다면 투자자들에게는 다른 기업과 비교했을 때 공시를 잘하는 기업으로 눈도장을 찍게 될 것이다.

[명순영·류지민·반진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