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 이건희콜렉션 기증..칭찬할건 칭찬하자
미술품이 '편법상속 수단'이란 비난 무색..초대박 사후 사회공헌
1. 빈 집에 소 들어온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합니다. 삼성이 고 이건희 회장이 소장해온 미술품을 기증하기로 했다고 28일 발표했습니다. 상속세 12조원 내고, 감염병 등 의료지원 1조원도 함께. 투자자들의 관심사였던 주식 배분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가장 피부에 와닿는 대목은 ‘이건희 컬렉션’을 6월이면 누구나 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일 겁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중앙박물관 등등에서.
2. 현대 문화예술이란 수퍼리치, 그 중에서도 아름다움에 편집광적인 극소수 덕분에 발전 유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너무 비싸니까요. 돈이 있다고 다 살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엄청난 돈을 가지고 평생 공을 들이며 기다려야 세계적 걸작을 모을 수 있습니다. 이건희 컬렉션이 전형적입니다. 자동차와 개, 그리고 아름다운 것에 광적이었던 이건희는 30대 때부터 미술품을 모았습니다.
3. 그래서 이건희 컬렉션은 세계최정상급입니다. 삼성이 밝힌 것만 봐도..교과서에서만 보던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 국내유일 고려불화 ‘천수관음보살도’(보물) 등 고미술. 이중섭의 ‘황소’와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등 한국근대 걸작.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과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등 세계적 마스터피스. 모두 2만3천점입니다. 대략 감정가 3조라는데..시가는 아무도 모릅니다.
4. 물론 미술품 기증에 곱지않은 시선도 있습니다. 12조에 달하는 세계최고 상속세 때문에 미술품을 기증했다는 주장입니다. 기증하면 상속재산이 줄어들고, 그만큼 세부담도 덜 수 있습니다. 초고가인 미술품은 팔아 현금화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부작용도 시비도 많이 생길 수 있는 건 사실입니다.
5. 지금까지 재벌가의 고가 미술품 구입은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대개 비자금으로 몰래 구입하면서 탈세에 이용된다는 비판이었습니다. 재벌이 이렇게 구입한 미술품을 자신의 문화재단에 기증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피해 편법 세습한다는 비난도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이건희는 결과적으로 이런 예상이나 비판과 달리 소장 미술품을 모두 내놓았습니다.
6. 기업인에게 가장 중요한 미덕은 기업을 잘 가꾸어,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세금 많이 내는 것입니다. 삼성 창업자 이병철이 첫째로 내세웠던 ‘사업보국’입니다. 이건희는 살아서 삼성을 세계적 기업으로 키웠고, 죽어서 세계최대 미술품 기증이란 사회공헌을 했습니다. 국내에선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공은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7.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미술관’이라면서 정작 ‘세계적 마스터피스’ 하나 없던 현대미술관도 체면을 차리게 됐습니다. 현대미술관이나 중앙박물관의 1년 작품구입예산이 각 40억원에 불과합니다. 이건희 컬렉션은 두 대표 박물관의 백년치 예산보다 많습니다. 미술관은 이런 벼락같은 기증에 당황하지 말고..제발 잘 관리하고 전시해주길 바랍니다.
〈칼럼니스트〉
202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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