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타국에서 본 오스카 시상식

2021. 4. 28. 04:0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부다페스트 현지시각으로 새벽 2시.

현재 부다페스트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수가 많아져 모든 음식점의 야외 테이블 영업이 가능해졌다.

그간 힘들게 버텨준 상인들을 위로한다며 야외 테이블 영업에 대한 세금을 정부에서 면제해준 덕분에 부다페스트는 금방 활기를 되찾았다.

불과 2개월 만에 달라진 부다페스트를 보고 있자니 금방이라도 코로나19가 사라질 것만 같은 희망이 느껴졌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원하 시인


부다페스트 현지시각으로 새벽 2시. 나는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품에 끼고 오스카 시상식을 보고 있었다. 곧이어 들려온 배우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 소식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마치 내가 수상한 것처럼 온몸에 전율이 흐르고 손이 떨렸다. 타국에서 듣는 한국인의 기쁜 소식이라서 그런지 기쁨이 더 크게 다가왔다. 떨리는 목소리로 수상 소감을 발표하는 윤여정의 모습을 집중해 바라보았다. 암울한 이 시기에 희망을 주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희망도 생겼다. 현재 부다페스트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수가 많아져 모든 음식점의 야외 테이블 영업이 가능해졌다. 그간 힘들게 버텨준 상인들을 위로한다며 야외 테이블 영업에 대한 세금을 정부에서 면제해준 덕분에 부다페스트는 금방 활기를 되찾았다. 길거리에는 꽃이 풍성해지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풍부해졌다. 불과 2개월 만에 달라진 부다페스트를 보고 있자니 금방이라도 코로나19가 사라질 것만 같은 희망이 느껴졌다.

지난주부터 타국에서 혼자 지내느라 생긴 우울감을 이겨내기 위해 찬물로 샤워하기 시작했다. 왠지 찬물로 샤워하면 우울감과 나태함이 사라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3일만 해보자고 시작한 것이 일주일이 넘어가도록 하고 있다. 매번 씻을 때마다 몸에 닿는 찬물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되지만 샤워가 끝난 뒤에는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온몸의 모든 세포가 깨어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앞으로 뭐든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희망이 생긴다.

희망은 뒤돌아보면 뒤에 있고, 옆을 돌아보면 내 옆에 있다. 부다페스트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암울한 이 도시가 2개월 만에 활기를 되찾을 줄 꿈에도 몰랐다. 그런데 되찾았다. 나도 희망을 갖고 운동도 시작하고 그동안 멈춰뒀던 영어 공부도 다시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부다페스트에서의 고독한 삶도 희망차게 이겨낼 것이다.

부다페스트(헝가리)=이원하 시인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