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84㎡ 17억..2년 새 2배 급등 '수두룩'

김경민 2021. 4. 2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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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덮친 '부동산 해일'

“해운대 경남마리나 전용 84㎡가 17억원에 팔렸다는 소식에 집주인들이 죄다 매물을 거둬들였어요. 그나마 나와 있는 매물이 1층 13억5000만원짜리밖에 없습니다. 경남마리나뿐 아니라 대우마리나, 경동마리나 등 인접 단지 호가도 줄줄이 치솟는 분위기예요.”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서 만난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얘기다.

서울, 수도권 못지않게 부산 부동산 투자 열기가 뜨겁다. 부산 인기 지역 ‘해수동(해운대, 수영, 동래구)’ 중심으로 입지가 좋은 재건축 아파트는 올 들어 매매가가 수억원씩 뛰었다. 박형준 부산시장 당선 효과로 향후 재건축, 재개발, 리모델링 등 개발 호재가 있는 집값 상승세가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요즘 부산에서 가장 핫한 단지는 해운대구 우동 경남마리나아파트다. 전용 84㎡가 지난 3월 17억원에 거래됐다. 직전 실거래가인 7억5600만원 대비 무려 9억4400만원 뛰었다. 몇 달 새 매매가가 10억원가량 오르면서 3.3㎡당 5000만원 선을 훌쩍 넘어섰다. 매수자는 홍콩 법인으로 매수하자마자 3억5000만원에 전세를 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실거주 용도가 아닌 갭투자에 나선 셈이다.

경남마리나아파트는 1996년 준공해 입주 20년을 훌쩍 넘은 단지다. 입주 30년이 되지 않아 재건축 준공 연한을 채우지 못했다. 총 624가구로 대단지로 보기에도 애매한 규모다.

그럼에도 경남마리나아파트 가격이 치솟은 이유는 뭘까. 교통, 학군, 조망권, 편의시설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탄탄한 입지를 자랑하는 덕분이다.

이번에 거래된 17억원 신고가 매물은 해변에 인접한 101동 7층 매물이다. 아파트 입구에서 나와 길 하나만 건너면 곧장 요트경기장에 다다른다. 단지 앞쪽이 확 트여 광안대교뷰, 일명 ‘광대뷰’를 한눈에 누릴 수 있다.

교통도 편리하다. 단지 바로 뒤편에 부산 지하철 2호선 동백역이 위치했고 마린시티, 해운대해수욕장도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 단지 인근에 해강초가 위치한 ‘초품아’ 아파트면서 우수한 학군을 자랑한다. 이 때문에 바다 조망권을 갖춘 101동, 107동 매물은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수도권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저평가된 지방 인기 지역으로 시중 유동자금이 쏠리는 분위기다. 경남마리나의 경우 재건축 추진 기대가 큰 데다 입지도 좋아 단숨에 해운대 대장주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경남마리나뿐 아니라 인접한 대우마리나1차 집값도 상승세다. 대우마리나1차 전용 84㎡는 지난 3월 14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실거래가(12억9000만원) 대비 1억원 넘게 올랐다. 최근 14억5000만원 선에 매물이 나와 있다. 인근 마린시티 초고층 주상복합단지 해운대아이파크 전용 80㎡ 실거래가(9억원, 56층)보다 훨씬 높은 가격이다. 해운대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인근 마린시티 주상복합단지 상당수가 입주한 지 10년을 넘어 신축 메리트를 잃어가는 상황에서 경남마리나는 재건축 후 신축 랜드마크 단지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다. 인접한 대우마리나와 함께 매매가가 동반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귀띔했다.

전용 84㎡ 매물이 최근 17억원에 거래돼 화제에 오른 부산 해운대구 우동 경남마리나아파트. <윤관식 기자>

▶부산 대어급 재건축 날개

▷‘부산의 은마’ 수영 삼익비치 눈길

부산에서는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 사업도 여느 때보다 활발하다. 이 중 재건축 대장주로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타운’이 손꼽힌다.

광안대교를 지나다 보면 마치 섬처럼 자리 잡은 바닷가 대형 아파트 단지가 시선을 끈다. 삼면이 바다에 접해 있는데다 인근에 광안리해수욕장이 위치해 탁월한 입지를 자랑한다.

1979년 준공된 삼익비치타운은 총 가구 수만 무려 3060가구에 달한다. 재건축을 통해 지하 3층~지상 최대 61층, 12개동, 3200가구의 초고층 대단지로 거듭날 계획이다. 2016년 말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워낙 입지가 좋고 규모가 큰 재건축 단지이다 보니 ‘부산의 은마아파트’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한동안 조합 내부 갈등으로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했지만 최근 속도를 내는 중이다. 삼익비치 재건축 조합은 오는 5월 중 수영구청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재건축 기대감에 삼익비치 매매가도 연일 상승세다. 전용 84㎡는 최근 15억7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1년 새 무려 7억원가량 오른 가격이다. 바닷가에 인접한 동 고층 매물은 호가가 16억원 선이다.

삼익비치 재건축 효과로 수영구 일대 집값도 날개를 달았다.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수영구의 ㎡당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784만1000원으로 해운대를 제치고 부산 지자체 중 가장 높았다. 서울에서 평균 매매 가격이 가장 낮은 금천구(776만5000원)보다도 높다.

▶동래구 재개발 속도전

▷‘부산 부촌’ 온천 대단지 줄줄이 입주

부산 해운대, 수영구 일대에서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낸다면 동래구 등 도심 일대에서는 재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곳이 ‘부산 부촌’으로 손꼽히는 동래구 온천동 일대다. 부산 지하철 미남역에서 언덕 위로 올라가다 보면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대규모 단지가 눈에 띈다. 올해 말 입주를 앞둔 ‘동래래미안아이파크’다.

2018년 10월 당시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온천2구역을 재개발한 동래래미안아이파크를 분양할 때만 해도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다. 3.3㎡당 평균 분양가가 1490만원에 달해 당시 부산 시세를 감안하면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이 적잖았다.

하지만 입주를 앞둔 지금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전용 84㎡ 분양가가 5억3000만원 안팎이었지만 새 아파트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2배 넘게 뛰었다. 전용 84㎡ 분양권이 올 들어 11억6396만원에 거래됐다. 웃돈만 6억원 넘게 붙은 셈이다.

동래래미안아이파크는 지상 25층, 3853가구 대단지로 입주 이후 동래구 랜드마크 단지로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다. 부산 지하철 동래역, 미남역, 명륜역 등 여러 역이 인접해 있고 단지 뒤로 금정산, 앞쪽으로는 온천천이 흘러 우수한 입지를 자랑한다.

동래래미안아이파크 입주 효과로 동래구가 옛 명성을 되찾을지도 관심을 끈다. 부산 중심부에 자리 잡은 동래구는 한동안 부산 대표 부촌으로 손꼽혔다. 교통망이 편리한 데다 학군이 우수해 ‘부산의 목동’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하지만 바닷가를 끼고 개발된 해운대구, 수영구에 밀리면서 어느새 부산 부촌 자리를 내주게 됐다.

그러다 최근 동래구 일대 정비 사업이 속속 진행되면서 ‘새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하자 부동산 투자 수요가 대거 몰리는 모습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동래구에서 진행 중인 정비 사업 구역만 18곳에 달한다. 정비 사업 구역 면적만 138만㎡를 넘어 가히 택지개발지구급 규모라는 평가다.

일례로 온천3구역을 재개발한 e편한세상동래아시아드는 지난해 7월 입주를 마쳤다. 삼성물산이 온천4구역을 재개발한 래미안포레스티지는 머지않아 일반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래미안포레스티지는 35층, 4043가구로 동래래미안아이파크보다 규모가 더 크다 보니 실수요자 관심이 뜨겁다. 조합원, 임대 물량을 제외한 일반분양 물량이 2331가구에 달해 청약 경쟁이 여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타운은 부산 재건축 대장주 중 한 곳으로 손꼽힌다. <윤관식 기자>

▶리모델링도 잰걸음

▷7374가구 LG메트로시티 추진위 결성

부산 시내에는 오래된 구축 아파트가 꽤 많다. 애초 재건축을 염두에 두지만 사업성이 높지 않은 경우 리모델링으로 눈을 돌리는 단지가 부쩍 늘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선거 기간 ‘10만가구 구축아파트 리모델링 지원’을 부동산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재건축 사업성이 낮은 단지마다 리모델링 기대가 커지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수혜 단지가 부산 남구 용호동 LG메트로시티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순차적으로 준공된 이 단지는 80개동에 가구 수가 무려 7374가구로 국내 최대 단일 리모델링 단지로 손꼽힌다. 가히 미니 신도시급 규모다.

LG메트로시티는 지난해 말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추진위는 입주민들이 추정한 분담금을 토대로 조합설립인가, 시공사 선정, 안전진단 등 리모델링 절차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LG메트로시티를 시공한 GS건설을 비롯해 대형 건설사들이 벌써부터 수주전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리모델링이 속도를 내면서 LG메트로시티 가격도 뚜렷한 상승세다. LG메트로시티1차의 경우 올 3월 전용 84㎡ 매매가가 7억1500만원으로 지난해 3월(3억8800만원)보다 3억원 넘게 뛰었다. 용호동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아직 리모델링 초기 단계지만 국내 최대 리모델링 단지라는 상징성에다 광안대교 조망권까지 갖춘 덕분에 최근 투자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귀띔했다. 이 밖에도 해운대구 상록아파트, 부산진구 양정현대, 연제구 거제1차현대홈타운 등이 리모델링에 나섰다.

재건축, 재개발, 리모델링 등 개발 호재가 쏟아지는 데다 수도권 투자 수요까지 몰리면서 부산 초고가 아파트 거래도 급증하는 중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부산은 지난해 15억원 이상 아파트 매매거래가 495건에 달했다. 2017년 28건, 2018년 36건, 2019년 47건 등으로 매년 20~40건에 불과했던 고가 아파트 거래가 지난해 갑자기 급증한 셈이다. 엘시티더샵 전용 186㎡는 매매가가 35억원에 달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서울 강남권의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각종 규제가 쏟아지는 데 비해 부산 고가 아파트 시장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다. 서울, 수도권 대비 저평가됐다는 인식에 시중 유동자금이 몰리면서 당분간 부산 대장주 투자 열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산 동래구 일대에는 정비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사진은 동래구 온천2구역을 재개발한 동래래미안아이파크. <윤관식 기자>

▶부산 부동산 투자해도 될까

▷신규 분양 노려볼 만, 재건축 규제 변수

그렇다면 지금 부산 아파트에 투자해도 괜찮을까. 전문가들은 시세 대비 분양가가 저렴한 단지 청약을 받거나 재건축 급매물을 노려볼 만하다고 얘기한다.

올해 부산 분양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온천4구역 래미안포레스티지는 일반분양가가 3.3㎡당 1600만~1900만원 선에 결정될 전망이다.

전용 84㎡의 경우 5억~6억원 안팎으로 인근 동래래미안아이파크(11억6000만원 선)보다 훨씬 저렴한 만큼 시세차익 기대가 크다. 재건축 단지 중에서는 해운대 경남마리나, 대우마리나를 추천하는 이가 많다. 한태욱 동양미래대 경영학부 교수는 “1991년 준공한 대우마리나1차아파트는 재건축 호재를 갖춘 데다 교통, 교육, 바다 조망권, 편의시설 측면에서 투자가치가 높다”고 내다봤다.

물론 ‘해수동’ 지역 중심으로 단기간 내 아파트값이 급등한 만큼 언제든 상승세가 꺾일지 모른다. 부산 집값이 이상 과열 양상을 보일 경우 정부가 규제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특히 재건축 가격이 급등할 경우 정부뿐 아니라 부산시가 나서서 안전진단 강화 등 재건축 속도 조절에 나설 수도 있다. 부산 동래구 온천동 동래럭키아파트는 지난해 말 재건축 안전진단을 위한 구청 현지조사(예비안전진단) 결과 ‘안전진단 불필요’ 결정을 통보받았다. 건물이 대체로 양호해 재건축을 위한 정밀안전진단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이 여파로 해운대구 경남마리나와 대우마리나, 수영구 수영 현대 등 주요 단지 재건축 사업도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있다.

“부산 아파트값이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향후 집값이 조정을 받고 거래도 급감할 가능성이 있어 공격적인 투자는 자제해야 한다. 부산은 지역 경제 여건이 서울보다 취약해 투자 수요가 빠진 자리를 실수요자가 채우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의 진단이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6호 (2021.04.28~2021.05.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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