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시작된 손편지 교환.. 기적을 바라게 되다

김준모 2021. 4. 2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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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김준모 기자]

 
 <비와 당신의 이야기> 포스터
ⓒ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주) , (주)키다
'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따뜻함과 설렘이다. 봄이 되면 무언가 새로 시작하고 싶은 감성에 젖어든다. 마치 기적과도 같은 일이 겨울이란 오랜 기다림 끝에 펼쳐질 것만 같다.

현대 청춘의 고민을 아날로그 감성으로 담아낸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부활의 노래처럼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이 작품이 아날로그 감성의 배경으로 삼은 시점은 2000년대다. 영화는 그 시절과 현대 청춘의 고민을 엮어 아날로그의 정취를 풍긴다.  

삼수생 영호는 꿈도 목표도 없다. 다시 우울한 재수생활을 시작한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추억 속 그리운 얼굴을 떠올린다. 초등학교 시절 자신의 마음을 훔치고 바로 전학 간 소연이란 학생.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영호는 그녀에게 무작정 편지를 보낸다. 이 편지는 망망대해 같은 현재를 떠도는 영호가 희망을 얻기 위해 쏜 신호탄과 같다.     스마트폰과 SNS가 등장하기 이전엔 서로의 소식을 묻고 전하는 데 손편지가 많이 사용됐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스마트폰을 통해 편하게 이메일을 확인할 수 없었다. 손편지에는 기다림과 설렘이 있다. 손편지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피어나는 설렘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청춘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영호의 편지를 받게 되는 소희 역시 기다림의 시간을 겪는다. 영호의 청춘이 대학에 가기 위한 공부의 연속이라면, 소희의 청춘은 무엇을 해야 좋을지 알 수 없는 어둠의 연속이다. 소희는 어머니를 도와 책방에서 일을 하지만 막상 자신은 무엇을 좋아하고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영호의 편지를 받은 소희는 몸이 아픈 언니, 소연을 대신해 편지를 보낸다. 이 편지는 영호와 소희 모두에게 희망이 된다. 두 사람은 서로의 편지를 기다리며 설렘의 시간을 보낸다.  

최근 청춘을 뜻하는 계절은 봄이 아니라 여름에 가깝다. 무더운 여름처럼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더위가 지속된다는 의미다. 많은 청춘들이 연애, 꿈, 결혼 등 많은 것을 포기하고 취업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청춘이 아름다운 순간이 아닌 고통스러운 시간으로 인식돼고 있는 것이다. 낭만과 행복이 담긴 봄을 기다리는 건 청춘에게 사치처럼 느껴진다. 때문에 영화는 봄을 기다리는 시간을 기적이라 말한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 스틸컷
ⓒ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주) , (주)키다
소희는 편지를 빛에 비춰야 볼 수 있도록 거꾸로 적어 보낸다. 영호는 소희의 주문에 따라 하늘에 대고 편지를 읽으며 행복을 느낀다. 고개를 숙여 문제만 풀던 영호에게 하늘을 보며 세상을 향한 꿈을 품을 수 있도록 소희가 배려한 것이다. 이런 소희를 소연이라 생각하고 희망을 품어오던 영호는 연락과 만나는 걸 금지한 소희의 규칙을 깨고 12월 31일 만나고 싶다는 편지를 보낸다.

자신을 언니라 생각하는 영호를 만날 수 없지만, 동시에 언니에게 영호를 보여주고 싶은 소희는 한 가지 조건을 건다. 그날 비가 오면 만나자는 약속. 영호는 자신의 무더위를 식혀줄 소나기를 기다리고, 소희는 꿈이 없는 척박한 마음에 내릴 단비를 기다린다.

두 주인공뿐 아니라 관객도 이 기다림의 시간이 기적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때문에 이 영화가 주는 분위기는 설렘이란 따뜻함을 지닌다. 작품이 이런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연출할 수 있었던 건 두 배우의 힘이 크다. 실제 90년대 학창시절과 청춘을 보냈던 강하늘과 천우희는 기억 속 그 감정을 되살린다. 영호 역의 강하늘은 특유의 선한 이미지로 설렘의 감정을 표현한다. 삼수생의 무기력한 모습에서 손편지를 주고받으며 점점 밝아지는 그의 얼굴은 순수함 그 자체다. 그의 선한 마음이 가족과 친구들, 편지 너머의 소연과 소희는 물론 관객들에게도 전달되며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만든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 스틸컷
ⓒ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주) , (주)키다
소희 역의 천우희는 특유의 러블리한 매력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언니를 대신해 편지를 보내는 독특한 모습부터 영호를 비롯해 다소 독특한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동안외모는 캐릭터에 대한 몰입을 더한다. 여기에 영호의 재수학원 친구 수진 역으로 강소라가 특별출연해 밝은 기운과 웃음을 선사하는 건 물론 극적인 서사를 풍부하게 만든다.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남녀노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감성무비다. 손편지가 주는 기다림과 설렘은 아날로그의 향수를, 영호와 소희가 겪는 현실적인 고민은 청춘을 향한 위로와 힐링을 전한다. 가로본능 핸드폰, 2002 월드컵, 헌책방, 빨간 우체통 등 2000년대에 남은 아날로그의 자취를 통해 기다림이 기적이 되는 순간을 선사하는 이 영화는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 봄과 같은 따뜻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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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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