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 윤여정의 매력..미국인들은 착각말라

오병상 2021. 4. 2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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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넘치는 윤여정의 수상소감이 오스카 최대화제
사실은 까칠한 윤여정..그 말 속엔 다 뼈가 들어있다
오스카상을 거머쥔 윤여정이 브래드 피트와 함께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1.배우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은 맘껏 축하할 일입니다. 수상식장에서도 윤여정은 단연 돋보였습니다. 미국 언론들도 윤여정의 수상 장면을 이날 행사의 베스트로 꼽는 곳이 많았습니다. 특히 파격적인 수상소감에 시종일관 폭소가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미국인들이 착각하는 거 같더군요. 그들은 윤여정을 잘 모르나 봅니다.

2.윤여정은 수상자로 발표되자 시상대에 올라 당황스러워하다가..수상자 발표자로 나온 작년 남우조연상 수상자 브래드 피트를 향해 버벅거리며 말합니다.
‘미스터 브래드 피트..마침내..만나서 반갑습니다..그런데 우리가 영화촬영할 때 당신은 어디 있었나요?’
브래드 피트는 헐리웃의 대스타입니다. 그래서 미국 언론들은 윤여정의 이런 모습에 대해 ‘스타를 만나 정신 못차리는(Starstruck) ’행동으로 착각한 듯합니다. 어떤 언론은 여성팬의 추파(flirt)로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3.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윤여정은 ‘브래드 피트의 팬’이랍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브래드는 ‘미나리’ 제작자(Plan B)입니다. 윤여정은 촬영현장을 한번도 찾지않은 제작자에게 까칠한 질문을 한 겁니다. 윤여정은 수상식 직후 회견에서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순간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무의식 중에 그런 질문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촬영기간 중 한번도 현장을 찾지않은 제작자에 대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 겁니다.

4.윤여정은 원래 까칠한 여자입니다. 수상식 직후 회견에서 미국 기자가 ‘브래드 피트에게서 어떤 냄새가 났나’라고 질문했습니다. 수상자 윤여정의 기자회견인데..도우미에 불과한 브래드 피트의 냄새를 묻다니..모욕적입니다.
윤여정이 ‘나는 개가 아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물론 앞뒤로 예의바른 멘트를 붙였지만..한마디로 욕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속 시원합니다.

5.윤여정이 수상소감 말미에서 ‘밖에서 나가 일하게 만든 아들’에게 감사한 대목도 시니컬합니다. 윤여정은 늘‘생계형 배우’를 자처해왔습니다. 35년간 아들 둘을 혼자 키우면서 겪었던 ‘끔찍한 시간’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이혼녀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싸워 ‘마침내 승리했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양육책임을 외면한 전남편이자 외도남(조영남)에 대한 시원한 복수입니다.

6.윤여정의 그런 삶은 그의 연기와 일맥상통합니다. 원래 강한 성격의 배우인데..이혼 이후엔 말 그대로 살아남기위해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죠. 딸 복수를 위해 인신매매 조직원에게 황산을 뿌리는 엽기엄마(에미.1985년. 박철수 감독)에서부터 진짜로 사람을 죽여주는 박카스할머니(죽여주는 여자.2016년.이재용 감독)까지..목숨 걸고 연기했습니다. 배우는 배고플 때 가장 연기력이 좋답니다..

7. 마침내 ‘연출을 최소화하는’ PD 나영석의 예능으로 빵 터졌습니다. ‘꽃보다 누나’(2013)부터 시작해 ‘윤식당’(2018) 과 ‘윤스테이’(2021)까지. 까칠하면서도 쿨하고, 세상풍파 다겪은 유머까지..인간 윤여정의 진면목이 드러났습니다.
‘꽃보다 누나’에서 함께 여행갔던 막내 배우 이미연이‘나쁜 배역’을 걱정하자 ‘X 밟았다고 생각하고 하는 거지’라던 말이 충격적으로 쿨했습니다.

8.윤여정은 미나리에 대해 ‘진심으로 만든 영화’라고 했습니다. 윤여정이 조영남과 결혼해 미국 갔다가 13년간 생고생 끝에 한국으로 돌아오기까지 고통이 연기에 묻어 있습니다. 정이삭 감동의 가족사이기도 하지만 윤여정의 아픈 개인사이기도 합니다. 연기가 너무 자연스러워 그냥 동네 할머니 보는 듯했습니다. 윤여정의 삶과 연기가 진정성이란 접점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빛이 바랜 아카데미였지만..
〈칼럼니스트〉
2021.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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