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1만 명 게놈 지도 완성..유전병 없는 시대 '성큼'"

문희철 2021. 4. 2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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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화 UNIST 바이오학과 교수 인터뷰
"2015년부터 한국인 1만44명 유전체 분석
암이나 희귀병 치료할 수 있는 시대 열려
향후 진단 시약·해독기 국산화 도전해야"
박종화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사진 UNIST]

“한국인 게놈 지도만 완성하면 암이나 희귀병도 모두 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수 있습니다.”

박종화(54)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는 2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가 이끄는 ‘울산 만 명 게놈 프로젝트’는 이날 한국인 1만 명에 대한 게놈(genome·유전체) 해독을 완료했다고 선언했다. 게놈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의 합성어로 DNA로 구성된 모든 유전정보를 지칭하는 말이다. 흔히 ‘생명의 설계도’라고 불린다.

지난 2003년 영국을 중심으로 다국적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인간게놈 지도를 만들었다. 한 명의 유전자를 정밀하게 해독한 지도다. 이후 각국에서 자국민의 게놈 지도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게놈 지도를 통해 각종 질병의 해법을 찾을 수 있어서다. 가령 누군가 암에 걸렸다고 가정하자. 정상 세포와 비교해 암을 유발한 세포의 어떤 염기서열에 돌연변이가 발생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면 암을 진단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이를 위해서 한국인의 표준 게놈 지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1만명 이상의 자국민을 대상으로 게놈 지도를 완성한 국가는 영국·미국·중국 등에 불과하다. 게놈 해독에 워낙 많은 자금과 인력이 필요해서다. 박 교수 연구팀이 2015년 프로젝트를 시작해 지금까지 1만44명의 게놈 정보(Korea10K)를 수집·해독하는데 180억여 원이 투입됐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인의 표준 유전자 변이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게놈뿐만 아니라 전사체·외유전체·건강검진정보·임상정보·생활습관정보 등을 확보했다. 이렇게 얻은 정보는 차세대 게놈 사업(‘다중오믹스 빅데이터’)으로 이어진다. 다중오믹스 빅데이터는 인간의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특정 질병의 원인과 변화를 밝혀내는 연구 방식이다.

박 교수는 “전문인력 부족이나 연구자금 지원 등에서 아쉬운 대목도 있지만 자발적으로 참여해준 국민이 많아서 생각보다 빠르게 1만 명의 게놈 지도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팀은 앞으로 지금까지 완성한 1만 명의 게놈 지도를 분석할 계획이다. 다른 대학·연구기관·병원과도 협업한다. 나아가 한국인 10만 명의 게놈 지도 작성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한국인이 특히 잘 걸리는 유전 질환을 규명하기 위해서다.

게놈 분석에 필요한 시약·기계 개발이 시급하다는 쓴소리도 했다. 박 교수는 “인류가 장기와 세포를 가진 한 어차피 게놈 연구는 계속돼야 한다”며 “국가가 앞장서 시약·해독기를 국산화하는 등 게놈 연구를 기간산업화하는 한편 장기적 연구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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