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팀 분석실] '4월의 세계 최강 미드필더' 말리노프스키 활약 비결

김정용 기자 2021. 4. 2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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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슬란 말리노프스키(왼쪽, 아탈란타).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4월 한 달 동안 세계에서 가장 활약한 미드필더는 아탈란타의 루슬란 말리노프스키다. 말리노프스키는 3월 A매치 이후 아탈란타로 돌아와 5경기에서 전경기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3골 5도움을 올렸다.


26일(한국시간)에도 활약은 이어졌다. 아탈란타는 볼로냐를 홈으로 불러들여 5-0 대승을 거뒀다. 말리노프스키는 선제골을 넣었고, 두반 사파타가 넣은 팀의 4번째 골을 어시스트했다.


아탈란타는 최근 7경기 6승 1무로 세리에A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내며 33라운드 현재 2위로 뛰어올랐다. 특히 유벤투스를 1-0으로 꺾으며 직접 2위를 빼앗은 31라운드가 결정적이었다. 이날 결승골도 말리노프스키의 왼발 중거리슛이었다.


말리노프스키는 득점력이 뛰어난 중앙 미드필더다. 지난 2018-2019시즌 벨기에 명문 헹크에서 13골 10도움을 몰아치면서 잠재력이 폭발했고, 곧바로 아탈란타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 시즌 리그 8골 3도움으로 준수한 기록을 남겼지만 스스로 적응기였다고 말했던 말리노프스키는 이번 시즌 6골 9도움으로 한결 강해진 공격 생산성을 보이고 있다. 이번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한 아쉬움도 최근 상승세로 털어냈다.


최근 아탈란타가 새로 도입한 변형 포백의 핵심으로 맹활약하는 모습에서 말리노프스키의 전술 수행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말리노프스키는 창의적인 선수는 아니다. 판단이 기민하고 왼발 슛이 강력하긴 하지만 허를 찌르는 플레이는 드물다. 플레이메이커보다는 득점력 있는 미드필더에 가깝다. 전성기가 오기 전 프랭크 램파드와 비슷해 보일 때가 있다.


그런데 왼발잡이 미드필더인 말리노프스키가 종종 오른쪽 윙백으로 표기된다는 점이 최근 아탈란타의 특이한 점이다. 피오렌티나와 우디네세를 상대한 두 경기에서 모두 오른쪽 윙백으로 나왔는데, 각각 2도움씩 기록하며 팀의 한 골 차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잔피에로 가스페리니 감독의 변칙 전략이 말리노프스키를 잘 살린 것이다.


말리노프스키가 스리백 옆 윙백으로 표기돼 있을 때는, 사실 변칙 포백에 가깝다. 스리백 중 가장 오른쪽에 위치한 하파엘 톨로이가 자주 전진하면서 오른쪽 풀백처럼 뛰고, 말리노프스키는 윙백이 아닌 윙어처럼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왼발 스루 패스와 중거리 슛을 노리는 방식이다. 최근 이탈리아 대표로 귀화한 브라질 출신 수비수 톨로이는 센터백 중 기동력이 눈에 띄게 좋다. 톨로이와 말리노프스키의 특성을 잘 살려 전문 오른쪽 윙백 없이 경기하는 실험을 했다. 이 실험은 공격 측면에서 2경기 모두 3득점을 만들어내며 성공했지만, 수비 구멍이 자주 생기는 바람에 매 경기 2실점을 내주기도 했다.


포백으로 표기돼 있을 때와 스리백으로 표기돼 있을 때의 전술 운용이 사실상 같았다. 아탈란타는 포백으로 표기된 경기에서 전문 센터백만 4명 기용하는 속칭 '포터백' 상태였다. 그 때는 포백 중 가장 오른쪽에 있는 톨로이가 사실상 윙백으로 전진하면서 나머지 3명이 스리백을 형성했다. 이때 말리노프스키는 오른쪽 윙어로 표기된다.


변칙 전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뒤, 최근 2경기에서는 본업 역시 완벽하게 해냈다. 로마와 볼로냐를 상대한 2연전에서 아탈란타는 좌우에 전문 윙백을 기용한 3-4-2-1 포메이션으로 회귀했다. 말리노프스키는 약간 오른쪽에 치우쳐 뛰는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다. 왼발 패스와 왼발 슛으로 골과 도움을 번갈아 쌓았다.


말리노프스키는 세리에A가 친숙한 안드리 셉첸코 우크라이나 대표팀 감독에게 많은 조언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아탈란타 이적을 결심할 때 셉첸코 감독이 "세리에A는 아주 도전이 심한 리그고 축구 문화가 많이 다르다. 기량을 발전시키기 딱 좋다"고 말해줬다. 말리노프스키는 셉첸코의 기대대로 아탈란타에서 더 파괴력 있는 선수가 됐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 김정용 취재팀장이 연재하는 분석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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