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 40대 팀장 vs 20대 팀원에 담긴 사회상

김소연 2021. 4. 2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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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점가 자기계발 부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키워드는 ‘팀장’이랍니다. ‘팀장 리더십 수업’ ‘팀장의 말투’ ‘팀장혁명’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팀장의 탄생’ ‘팀장은 처음이라’ ‘불확실성의 시대 팀장의 생각법’ 등 제목에 팀장을 내세운 책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책을 펼쳐 보니 역시 이상적인 ‘팁’이 많더군요.

좋은 팀을 넘어 탁월한 팀을 만드는 팀장이 해야 할 첫 번째 고민은 무엇보다도 내가 운전하는 버스에 적합한 사람을 태우는 것이다.

한국에서 내 팀을 직접 꾸릴 수 있는 팀장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다음 문장은 “팀원 수준에 맞게 일을 맡기는 게 팀장의 능력이다.” ‘피식~’ 웃음이 나옵니다. 최근 만났던 A팀장의 하소연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팀원 중 유독 일이 느린 친구가 있다. 결과물 나오는 시기를 맞추려고 일을 덜 맡기곤 했는데 그게 문제가 됐다. 직원들이 ‘공정’을 얘기하며 업무 배분에 불만을 줄줄이 토로하는데 불만의 이유야 뻔히 알지만 해소해줄 수는 없고… 그냥 두자니 팀 분위기 안 좋아질 것 같고… 계속 고민 중인데 뾰족한 수가 없다.”

자기계발서를 읽고 그저 다시 한 번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 만족해야 할 때가 훨씬 많았다는 기억을 떠올려봅니다. 그럼에도 출판계가 팀장 리더십에 주목하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겁니다. 요즘 가장 세대 갈등이 첨예하다는 20대와 40대의 갈등이 20대 MZ세대 직원과 40대 팀장의 갈등으로 대표되고, 그런 분위기 안에서 팀장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해진 게 배경은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지난 호 20대와 40대만 콕 집어 분석했는데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특히 20대 남성과 40대 남성은 극명하게 엇갈리는 정치적 성향으로도 눈길을 끌었죠. “진보 정권 아래서 양육수당, 육아휴직 등 온갖 실질적인 혜택은 다 누리고 ‘영끌’ 30대보다 수월하게 부동산도 매입한 40대가 20대에게 ‘워라밸만 찾는다’며 개념 없다 하는 걸 참을 수 없다.” 목소리를 높이는 20대 B씨를 보면서 세대 갈등이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갈등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국민연금이 ‘투자할 수 있는 국내 주식 비중의 최소·최대 보유 범위를 더 넓히라’는 동학개미 주장에 굴복해 결국 운용 기준을 바꿨는데 이 또한 표피는 주식 투자 광풍에 휘말린 대한민국이지만 한 꺼풀 까보면 실상은 세대 갈등입니다. 연금 받을 날이 더 가까운 50대 이상 시선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억지에 밀려 마구 기준을 바꿔놓고 도대체 어쩌겠다는 것인지’ 한심한 일이고 20~30대 눈으로 보면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국민연금 사정이나 수익률은 전혀 관심 없고 대신 당장의 주가가 더 중요하다’가 될 수 있겠지요. 앞으로 이런 사태가 수시로 벌어질 텐데,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놓지 않으면 우왕좌왕하다 이도 저도 아닌 꼴이 되기 일쑤일 겁니다.

이번 호도 다양한 읽을거리를 준비했습니다. 커버스토리는 요즘 사람을 구하지 못해 난리 났다는 ‘개발자의 세계’입니다. ‘삼천스피와 천스닥’으로 불리는 증시 전망과 해일이 몰아닥친 부산 부동산 기사도 꼭 읽어보시길요.

[김소연 부장 sky659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6호 (2021.04.28~2021.05.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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