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선거 끝나면..유권자는 노예로 돌아간다

오병상 2021. 4. 25. 21:1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성윤 중앙지검장 이어 이광철 비서관도 현직유지한채 몰래 소환조사
박범계 장관은 후임총장 관련 '국정철학'강조..'검찰개혁 비판' 민심 외면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작년 1월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관련 수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 비서관은 2018년 울산시장 선거 당시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일하며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첩보의 생산과 이첩 과정에 개입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끼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를 받고 있다. 지난 24일 수원지검에서 조사받은 '김학의 불법출국 의혹'과 별건이다.뉴스1

1.지난 토요일(24일)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검찰조사를 받았습니다. 그 전 토요일(17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같은 사건(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으로 같은 검찰청(수원지검)에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토요일은 사실상 대부분 언론이 쉬는 날입니다. 일요일엔 절반 이상이 정상근무합니다. 소환조사는 조사 이후 검찰 공지로 알려졌습니다.

2.두 사람에 대한 소환조사가 주목되는 건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검찰개혁은 지난 4ㆍ7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주요 원인입니다. 선거결과는 내로남불식 검찰개혁에 대한 민심의 경고인 셈이죠.그런데 선거후 검찰개혁이 이전과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예감이 듭니다.

3.취재진 몰래 소환하는 건 피의자를 예우하는 관행입니다. 국민적 관심사일 경우 공개소환하는 것도 관행입니다. 이들의 경우 충분히 국민적 관심사가 될만함에도 불구하고 몰래 소환했다는 건 특별한 예우로 보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모두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막강한 현직을 유지한채 소환됐다는 기록도 남겼습니다. 초기 내사 단계의 ‘피내사자’ 신분과 달리 ‘피의자’는 상당한 범죄 의심을 받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피의자가 되는 순간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라면 물러나야 맞습니다.

4.같은 맥락에서 또 주목되는 건 박범계 법무장관의 발언입니다. 박범계는 23일 새 검찰총장 추천과 관련해 ‘대통령 국정철학과 상관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을 쉽게 설명해준 건 조응천 민주당의원입니다. ‘말 잘 듣는 총장을 원한다는 걸 장관이 너무 쿨하게 인정해 당황스럽다’고 SNS에 글을 남겼습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비판입니다. 지금까지의 검찰개혁이 비판받는 가장 큰 이유가..자기편은 봐주고 상대편은 죽이는..정치적 내로남불이었습니다.

5.박범계와 이광철은 새 검찰총장 임명과정에서 중요한 자리며, 이성윤은 유력한 총장 후보입니다. 윤석열 총장 퇴임(3월4일) 후 총장추천위원회 소집(4월 29일 예정)이 미뤄져 온 것도 이성윤의 검찰조사 등 주변정리를 위해서란 의심이 있습니다.
이에 앞서 이성윤은 지난달 7일 공수처장 차를 타고 몰래 공수처로 들어가 공수처장과 면담했습니다. ‘황제조사’란 비아냥을 받으면서 공수처의 위상까지 동반추락했습니다. 그 정도로 이성윤은 아주아주 특별예우를 받아왔습니다.

6.민주당 역시 같은 맥락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초선의원들의 반성에 대한 친문세력들의 집중비난 이후 선거 이전으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친문 윤호중 원내대표의 압도적 득표당선이 그렇습니다. 친문들이 더 주도권을 가지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질서 있는 쇄신’을 하겠다는 겁니다. 다음달 당대표 선거에서도 친문 성향이 강한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고 있습니다.

7.이런 흐름에 대해 시사평론가 유창선은 ‘2016년 새누리당 대표선출의 재판’ 가능성을 점쳤습니다. 당시 총선에서 참패를 당하고 친박이 심판을 받았는데, 친박 이정현을 대표로 뽑았습니다. 이후 새누리당의 몰락은 가속화됐습니다.
‘투표가 끝나면 인민은 이전과 같은 노예가 돼버린다’고 루소가 경고한 게 벌써 250년전입니다. 기분 나쁘지만 인정해야겠습니다.
〈칼럼니스트〉
2021.04.25.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