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 쿠팡맨' 찾았다..CCTV에 찍힌 한밤 부평 화재 순간 [영상]

함민정 2021. 4. 25.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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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배송 중 화재 현장을 목격하고 119에 신고해 피해를 막은 ‘의인 쿠팡맨’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의인 쿠팡맨의 정체는 쿠팡 친구(쿠팡 소속 배송 담당 직원)에서 근무한 지 10개월 차라는 최보석(28)씨. 그는 25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당연한 일을 한 건데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선행을 같이 하면서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보석씨는 소방대가 도착하자 119차량을 화재 현장으로 유도하고 화재 상황을 설명했다. 출처 보배드림

인천 부평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23시 43분쯤 인천 부평구 부평동 한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불은 건물 주차장 내 모퉁이에 있던 분리수거장에서 시작됐다. 늦은 밤 시간에 관리인이 없어 입주민들도 화재 사실을 몰랐다. 모두가 잠든 시간이었지만 쿠팡맨 최씨의 빠른 신고와 초기 대응 덕에 큰 화재를 막을 수 있었다.

화재 다음날인 23일 커뮤니티 보배드림 게시판에는 "의인을 찾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꼭 찾고 싶습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가 공개한 CCTV 영상에는 최씨가 차량을 멈추고 현장에 뛰어와 119에 신고하는 모습이 찍혔다. 최씨는 초기 진압을 위해 힘쓰는 한편, 소방대원들을 화재 현장으로 안내하고 상황을 설명했다.

글쓴이는 "새벽 시간이고 관리인분이 24시간 근무를 하지않아 입주민들은 화재를 인지하지 못했다"며 "세상이 각박하다지만 정말 택배 기사님이 아니였다면 인명 및 차량 피해가 심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당시 온라인 상에서 최씨의 선행이 화제가 되며 "세상이 아직 살 만하다" "누군지 찾아서 상을 줘야 한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지난 22일 0시 15분쯤 인천 부평구 부평동 인근에서 배송 작업을 하던 중 한 건물에 불이 난 것을 목격하고 즉각 119에 신고하는 쿠팡친구 최보석씨. 출처 보배드림

쿠팡은 이날 인사 및 포상위원회를 열고 새벽에 신속한 화재 신고로 대규모 피해를 막은 최씨에게 표창장 수여와 1직급 특별 승급, 소정의 상금 수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최씨와 일문일답.

Q : 새벽에 불을 끄고 대처한 '의인 쿠팡맨'이 화제가 됐다. 지금 심경은
A : 당연한 일을 한 건데 찾아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많이 부끄럽다.

Q : 화재 당시 상황은
A : 화재가 난 건물 건너편에서 배송을 담당했다. 당시 배송을 완료하고 내려 왔는데 갑자기 탄 냄새가 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길 건너편에서 불길이 보였다. 차량 안에 있는 비상용 소화기를 가지고 건너가면서 119에 일단 신고를 했다. 소방차가 오기까지 기다리기에는 불이 벽을 타고 올라가고 있더라. ‘내가 먼저 불을 끄려고 시도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가지고 있던 소화기를 분사했다. 초기 진압이 안 됐지만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서 뛰쳐나와서 수신호를 했다. 소방대원들 오고 나서는 상황을 설명한 뒤에 다시 업무에 투입됐다.

Q : 화재 신고부터 시작해 총 걸린 시간은
A : 20분 내외로 걸린 것 같다. 이날 업무 시간은 저녁 9시 30분부터 다음날 7시까지였다.

Q : 배송 시간에 쫓기진 않았나
A : 요즘 코로나 때문에 배송 물량도 늘고 해서 시간이 촉박하긴 한데, 배송보다는 사람 생명이 우선이니까. 다들 주무시는 시간인데 일단 (불을 꺼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더 중요한데. 배송이야 제가 열심히 뛰면 되는 거고 생명이라는 건 다시 돌아올 수 없으니까. 불을 끄는 것을 택했다.

Q : 애타게 찾던 보배드림 커뮤니티 글 작성자와 연락이 됐나
A : 통화가 됐다. “너무 감사하다, 꼭 한 번 뵙고 싶다” 하시길래 “저는 당연한 일을 한거다” 말씀드리니까 “입주민들과 본인은 그렇게 생각 안한다. 꼭 한 번 뵙자”고 해서 시간을 조율해서 조만간 만나려고 하고 있다.

Q : 커뮤니티 화제 됐을 때 본인 찾는 것 알고 있었나
A : 보배드림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오고 다음날 알았다. 동료가 관련 기사를 보여줘서 그 때 알았다.

Q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A : 제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했을 것이다. 다들 선행을 많이 하면서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지난 22일 인천 부평구의 한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건너편에서 최씨가 찍은 사진이라고 한다. 최씨 제공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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