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냐 실수냐' KT발 초고속인터넷 품질 논란 [차민영의 포스트IT]

차민영 2021. 4. 2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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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 '고의냐, 실수냐.' KT의 10기가 인터넷 속도 논란이 통신업계 전반에 대한 국민 불신으로 이어졌습니다. 정부는 KT를 시작으로 통신 3사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에 돌입하고 인터넷 속도 고의 저하 여부도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소비자들에게 속도 측정 의무를 떠넘기는 듯한 이용자 약관 허점도 개선할 방침입니다.

이번 논란은 17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IT유투버 '잇섭'이 일주일 전인 지난 17일 유튜브 채널에 자신이 이용하는 KT 10기가 인터넷 상품 서비스가 실제로는 100분의 1 수준인 100메가bps에 불과한 속도로 제공돼왔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는 KT의 약관상 10기가 기준 최저보장속도인 3기가bps에 한참 모자란 수준입니다. 이와 함께 고객에 속도 측정 의무와 잘못을 떠넘기는 듯한 고객센터 직원의 불친절한 대응 등 고객 대응 태도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KT는 사흘 뒤인 21일 공개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이미 소비자들은 등을 돌린 후였습니다. KT는 공식 홈페이지에 "최근에 발생한 10기가 인터넷 품질 저하로 인해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려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잇섭의 경우 10기가 인터넷 장비 증설과 교체 등의 작업 중 고객 속도 정보의 설정에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0기가 인터넷 이용자 중 비슷한 사례는 24명으로 조사돼 수정 조치됐습니다.

주무 부처도 점검에 나섰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KT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제기된 문제를 파악 중입니다. 통신사들이 고의적으로 인터넷 속도를 저하시켰는지 들여다보고 인터넷 설치 과정에서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를 위반했는지 점검합니다. 총 1만여명이 대상이며 다른 인터넷 상품들도 순차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구체적인 점검계획은 수립 단계로 현장점검도 수반될 전망입니다. 과기정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 초고속인터넷가입자는 총 2246만명입니다. 업체별로는 KT가 41.1%로 가장 많고 통신 3사 합산 시 90.4%에 이릅니다.

과기정통부는 국내 현황과 해외사례 등을 종합 검토해 이용약관 제도 개선을 추진합니다. 최종적으로 점검 후 통신사업자들에 약관변경을 권고하고 사업자가 개정해 과기정통부에 신고하는 형식이 될 전망이다. 기존에도 인터넷품질저하 손실보상 제도는 있었지만 고객이 직접 체크해야 하고 통신사에 고지의무가 없다는 허점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서비스 품질 확인 방법과 보상 기준에 대한 관심도 커졌습니다. 자신의 인터넷 속도도 느린지 스스로 확인해보고 싶은 소비자라면 통신 3사 사이트 또는 후이즈(Whois),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등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보상 여부를 정하는 기준인 최저속도(다운로드 기준)는 상품마다 달라 확인이 필요합니다. 속도 체크 후 최저속도 미달이 반복해 나온다면 고장 신고를 해 AS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셀프 측정 해봤다'는 인증 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네티즌은 "KT 인터넷 속도측정 저도 해봤다"며 점검 결과가 담긴 화면을 캡쳐해 공유했습니다. 해당 이용자는 SLA 품질 측정 결과 5번 중 4번은 '만족'을 받았고 1번은 '미달'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일각에선 '속도 높이는 법' 등의 글들이 인기 글에 올라가는 진풍경도 벌어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인터넷 상품 평균 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 구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은 "시청률을 조사하듯 일정 기간마다 속도를 측정해 소비자 요청 시 통신사업자들이 즉각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개인정보 침해 우려 역시 계약상 해결될 수 있는 부분으로 실제로는 정책적 판단의 영역이란 설명도 나옵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수시로 랜덤 샘플링을 통해 테스트하는 절차를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며 "로그를 기록해도 가입자 계약 동의에 따라 로그 기록이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개인정보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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