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즉각적 폭력 중단' 합의날 미얀마선 시민 총격 사망

정우진 2021. 4. 2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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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미얀마 만달레이 찬미야타지 마을에서 군경의 총에 맞아 쓰러진 한 청년. 미얀마나우 캡처

‘미얀마 사태’의 해법을 논의하기 위한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한 회원국 정상이 즉각적인 폭력 중단 등 5개 사항에 합의했다. 하지만 같은 날 미얀마에선 군경이 시민을 구타하고 사살하는 등 유혈 사태가 반복됐다.

아세안은 지난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의장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즉각적 폭력 중단 ▲건설적 대화 ▲아세안 의장과 사무총장이 특사로서 대화 중재 ▲인도적 지원 ▲특사와 대표단의 미얀마 방문 및 면담 등 5개안에 대해 합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날 정상회의에는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의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직접 참석했다. 아세안의 나머지 9개 회원국 가운데 태국·필리핀·라오스 등 3개국 정상은 불참하고 외교부 장관이 대신 참석했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발언 시간 동안 미얀마 내부 상황을 설명하는 데 집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사날 볼키아 아세안 의장은 성명에서 “아세안 가족으로서 미얀마의 최근 상황에 대해 면밀히 논의했고 사망자 발생과 폭력 사태 확대 등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는 취재진에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아세안이 (미얀마 사태에) 건설적인 역할을 맡는 것과 특사의 방문 또는 인도적 지원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아세안과 협력하길 원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다만 미얀마 민주진영을 포함해 국제사회의 핵심 요구 사항이었던 정치범 석방 문제는 이번 합의에서 제외됐고 외국인을 포함한 정치범 석방 요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수준에 그쳤다.

미얀마 현지매체 이라와디는 이날 아세안이 흘라잉 최고사령관으로부터 확고한 약속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세안이 발표한 성명에 미얀마 유혈 사태 종식 등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얀마 인권운동가 유 아웅 묘 민은 “그런 성명은 대면 회담 없이도 가능하다”며 “합의를 제때에 이행시키기 위한 효과적인 플랜이나 구체적 일정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라와디는 “아세안의 ’내정 간섭 불가’ 원칙과 미얀마 군부에 호의적이었던 과거를 감안할 때 아세안의 해법에 대한 기대는 그리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어 “시민들은 이미 아세안이 정상회의에 반군부 민주진영인 국민통합정부(NUG)를 미얀마 대표로 초청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세안 정상이 모여 ‘즉각적 폭력 중단’ 등 내용에 합의한 날, 미얀마에선 군경이 또 다시 시민을 대상으로 총격을 가하는 일이 벌어졌다. 현지매체 미얀마나우는 지난 24일 만달레이 지역에서 젊은 남성이 총격으로 사망했고 시신은 군부가 탈취했다고 보도했다.

군경은 이날 오전 10시30분쯤 검문을 방해하기 위해 도로에서 타이어에 불을 붙이는 남성을 보고 총격을 가했다. 남성은 도망치던 중 머리와 복부에 총상을 입었다. 한 목격자는 “군경은 움직이지 않는 남성을 마구 구타하면서 차로 질질 끌고 갔다”며 “이후 군경이 직접 거리의 핏자국을 지웠다”고 전했다.

인근 마하 아웅미아이 마을에서도 유혈 사태가 반복됐다. 같은 날 오전 군경은 주택가로 도주하는 반군부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20대 주민 1명이 등과 가슴에 총상을 입었고 최소 5명의 시위대가 체포됐다. 현장에 있던 구조대원은 “그는 시위대가 아닌 마을 주민이었다”며 “군경이 총으로 구타하고 체포했다”고 말했다.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연합(AAPP)은 성명을 내고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린 날 적어도 시민 1명이 살해됐다”며 “군부가 계속 테러를 자행한다면 아세안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AAPP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군경의 유혈진압으로 지금까지 748명이 사망했고 아웅산 수치를 포함해 3400여명이 구금된 것으로 집계됐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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