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작전판] 손흥민과 레길론 조화, 메이슨 효과? 케인 부재 때문?

한준 기자 2021. 4. 2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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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왼쪽), 세르히오 레길론(이상 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주제 무리뉴 감독이 경질된 후 토트넘 홋스퍼는 라이언 메이슨 임시 감독 체제로 22일 목요일 새벽(한국 시간) 치른 사우샘프턴과 2020-2021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후반 45분 손흥민(29)의 페널티킥 득점으로 간신히 거둔 승리였지만, 감독 교체 후 개선된 경기력에 기대가 모였다. 


하지만 메이슨 임시 감독은 겨우 하루 훈련을 지휘하고 사우샘프턴전을 치렀다. 극적인 변화를 주기는 어려웠다. 실제로 토트넘은 무리뉴 감독이 플랜A로 삼았던 4-2-3-1 포메이션에 변화를 주지 않고 경기했다. 해리 케인이 부상으로 뛸 수 없었기 때문에 루카스 모우라를 제로톱으로 배치하고, 가레스 베일을 선발 명단에 복귀 시킨 것이 구성상의 뚜렷한 변화였다.


사우샘프턴과 전반전 경기력은 좋지 않았다. 실제로 전반전이 끝난 직후에는 일부 축구 팬들이 "무리뉴가 벌써 그립다"는 푸념을 할 정도로 밀렸다. 골키퍼 위고 로리스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큰 점수 차로 끌려가며 메이슨 임시 감독에데 최악의 데뷔전이 될 수도 있었다.


◼︎ 메이슨 신드롬, 요행인가 실력인가


경기 흐름이 달라진 것은 후반전이다. 이날 후반 15분 동점골을 넣은 가레스 베일은 "하프타임 대화가 좋았다"며 메이슨 감독을 칭찬했다. 골키퍼 로리스는 "많은 우승을 이룬 무리뉴 감독과 메이슨을 비교할 수는 없다"면서도 "메이슨에겐 그만의 철학이 있다"며 준비된 감독이라고 말했다. 


만 27세의 나이에 불의의 두개골 골절상으로 조기 은퇴한 전 토트넘 주장 메이슨은 이미 유럽 프로 지도자 자격증을 획득하는 등 착실히 지도자로 성장하고 있었다. 


메이슨은 맨체스터 시티와 2020-2021 카라바오컵 결승전을 앞둔 회견에서 자신의 지도 철학에 대한 질문을 받자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느끼는 것을 본능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자유룰 주는 것"이 자신의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전술 주기화 훈련법을 바탕으로 철저히 준비한 상대 대응 전략을 기반으로 경기를 조립하는 주제 무리뉴 전 감독의 방식과는 분명 다른 부분이다. 그러나, 사우샘프턴전에 토트넘의 경기 전술이 획기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다. 토트넘이 후반전에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전방에서 강한 압박은 물론 좋은 위치 선정 및 문전 파괴력을 보이던 대니 잉스가 부상으로 빠진 영향이 컸다.


에릭 다이어(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 레길론 손흥민의 엇박자 해결, 열쇠는 다이어?


전술적 의미에서 가장 뚜렷한 변화는 센터백 에릭 다이어가 얻은 자유다. 잉글랜드 대표 미드필더로 유로2016 대회에 참가했던 다이어는 센터백으로 포지션을 바꾼 뒤 오히려 불안한 플레이를 많이 보이고 있다. 무리뉴 감독은 다이어를 철저히 문전 부근의 스토퍼로 활용했는데, 메이슨 임시 감독은 보다 전진해서 공을 뿌리는 빌드업 수비수로 썼다.


토비 알더베이럴트가 오른쪽 센터백으로 조금 뒤로 내려가 전체를 조율하고, 다이어는 왼쪽으로 벌려서 한 칸 올라가 기점 패스를 뿌렸다. 피에르 에밀 호이비에르가 두 센터백 사이를 보호했다.


다이어가 왼쪽에서 플레이 기점이 되는 패스를 배급하면서 세르히오 레길론도 측면으로 벌린 자리에서 공을 받았다. 중앙 지역에서는 호이비에르가 확실히 중앙 후방 자리를 맡으면서 조반니 로셀소와 탕기 은돔벨레가 두 명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처럼 배치됐기 때문에 레길론이 이전처럼 중앙으로 들어와 드리블 돌파를 시도할 상황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로셀소와 은돔벨레의 앞으로는 가짜 9번으로 배치된 루카스 모우라가 상대 수비를 끌고 내려와 다시 공을 받으면 전진하고, 드리블하는 플레이에 주력했다. 모우라가 뒤로 내려오며 비운 공간을 왼쪽 측면 공격수 손흥민, 오른쪽 측면 공격수 가레스 베일이 차지하는 형태로 공격 패턴이 구성됐다.


베일은 오른쪽 측면에 머물다가 2선 중앙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고, 손흥민이 그보다 자주 문전을 습격했다. 해리 케인이 부상으로 빠져 전방에 9번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로 인해 레길론이 손흥민과 부조화를 이루게 된 결정적 문제가 사라졌다. 레길론은 하프 스페이스에서 드리블 돌파로 기회 창출을 시도하가 미숙한 마무리 패스와 터치로 턴오버를 야기했다.


손흥민은 레길론의 드리블 상황에 측면으로 빠져 상대 수비의 미끼가 되거나 레길론이 비운 왼쪽 후방 수비를 커버하느라 골문과 멀어지고, 체력을 소모했다. 사우샘프턴전은 다이어의 역할 변화과 중원 구성 변화, 가짜 9번 전술 가동 등으로 레길론이 단 한 차례도 드리블을 시도하지 않으며 경기했다. 패스 횟수는 직전 에버턴전보다 무려 50회 이상이 늘었다. 


라이언 메이슨 감독대행(토트넘홋스퍼). 토트넘홋스퍼 공식 홈페이지 캡처

◼︎ 메이슨은 두 경기 만에 우승 감독이 될 수 있을까?


토트넘은 메이슨 임시 감독 체제에서 이전보다 짧은 패스 빈도가 늘었고, 후반전에 해리 윙크스와 스테번 베르흐베인 등 무리뉴 감독이 전력 외로 거의 기용하지 않던 선수도 투입했다. 감독 교체는 팀에 자극을 주기 마련이다. 문제는 다음 경기 상대가 철저히 경기력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맨체스터 시티라는 점이다. 


맨체스터 시티는 볼 점유 상황은 물론 공수 전황 상황에서의 압박 능력 면에서도 토트넘에 월등한 실력을 갖고 있다. 이 경기는 오히려 무리뉴 감독의 철저한 상대 대응형 역습 축구가 적합하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전반기 대결에서 토트넘이 맨체스터 시티에 2-0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후반기 만남에선 0-3으로 패배했으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을 병행해야 하는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는 다른 양상이 될 수 있다.


케인을 쓸 수 있을 때 메이슨 임시 감독은 어떤 구조를 적용할지, 이번에도 선발 출전이 어렵다면 사우샘프턴전 후반전 구조를 재현할지, 아니면 상대의 허를 찌르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선발 선수가 등장할지, 경우의 수는 많다. 확실한 것은 손흥민이 최전방에서 득점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으리란 점이다.


메이슨 임시 감독은 맨체스터 시티전 사전 회견에서 "감독을 맡고 나서 하루에 2, 3시간만 자고 있다. 온종일을 경기 준비에 쓰고 있다"고 했다. 


1991년생으로 프리미어리그 최연소 감독 데뷔 및 최연소 승리 기록을 세워 영국 전역의 기대를 받고 있는 메이슨 감독이 두 경기 만에 우승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까? 13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토트넘은 토트넘 유스 출신이자, 토트넘 유스 지도자로 경력을 쌓고 있는 메이슨의 성공을 간절히 희망하고 있을 것이다.


토트넘과 손흥민이 2020-2021시즌 말미에 또 다시 잉글랜드 축구계의 주연이 될 기회를 잡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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