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송은 무료?" 韓서 돈 쓸어가는 넷플릭스, 망 사용료 법적공방

조슬기나 2021. 4.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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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망 사용료'를 둘러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법적공방이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달 말 3차 변론에서는 기술자가 증인으로 참석해 '접속'과 '전송' 등 기술적 용어에 대한 논쟁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특히 대규모 트래픽을 발생 시키고 있음에도 망 품질 유지 의무나 망 사용료는 회피하며 사실상 국내 통신망에 '무임승차' 중인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에게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아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지 눈길을 끈다.

◆3차 변론 앞둔 SKB-넷플릭스...망 사용료 두고 '평행선'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3차 변론은 오는 30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다. 3차 변론에서는 기술자 등 전문가 증인 출석과 함께 기술 PT가 진행된다. 기술 PT는 넷플릭스 측에서, 전문가 증인 신문은 SK브로드밴드 측에서 요청한 사항이다.

두 회사의 법적 공방은 2019년 11월 SK브로드밴드가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와의 망 사용료 갈등 중재를 신청한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중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소송을 제기하며 비화했다. 국내 매출만 몇천 억대인 방송통신사업자가 규제 당국인 방통위의 중재조차 ‘패싱’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작년 10월 첫 변론에서는 ‘망 이용대가’와 ‘망 중립성’의 개념을 두고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넷플릭스측이 ‘인터넷 기본원칙’의 개념을 앞세워 동영상 콘텐츠의 데이터 전송 의무가 ISP, 즉 SK브로드밴드에 있다고 주장한 반면 SK브로드밴드측은 넷플릭스가 플랫폼 사업자의 망을 이용해 경제적 이익을 얻으면서 요금을 부담하지 않는 것은 ‘무임승차’라고 꼬집었다.

SK브로드밴드측은 ‘전송료 강제가 망 중립성에 위배된다’라는 넷플릭스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망 중립성은 콘텐츠 내용과 종류에 따라 차별을 금지하는 원칙으로 망 이용대가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1월에 실시된 2차 변론에서도 망 이용대가에 대한 세밀한 정의를 바탕으로 팽팽한 변론이 오갔다. 이날 넷플릭스측은 '접속'과 '전송'이 다른 개념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접속과 달리 전송은 '무상'이기 때문에 넷플릭스가 전송료, 즉 망 이용대가를 낼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넷플릭스측은 콘텐츠를 이용가능한 상태로 올려 두는 것을 넷플릭스의 의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반해 SK브로드밴드측은 "전송이 무상이라는 주장은 트래픽량에 따라 접속료를 다르게 산정한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과 배치된다"고 맞받아 쳤다. 또한 넷플릭스가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SK브로드밴드의 통신망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3차 변론에서는 기술자 등 전문가 증인 출석, 기술 PT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접속, 전송 등 기술적 용어의 정의와 함께 재판부가 넷플릭스 콘텐츠가 국내 이용자에게 전송될 때 국내 통신사 망을 이용하는 것으로 판단할 지가 관건이다. SK브로드밴드 측은 2차에서 넷플릭스 측이 밝혔던 '전송은 무상', '넷플릭스의 의무는 콘텐츠 제공까지'라는 주장을 일일이 반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 '망 무임승차' 논란, 왜 나왔나…해외서는 망 이용대가 내

향후 법원의 판단에 따라 글로벌 CP가 망 이용대가를 내야 한다는 판례가 나올 경우 국내 ISP와의 협상 구도 자체가 확연히 달라질 전망이다. 지난해 12월10일부터 일명 ‘넷플릭스법(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소송전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최근 미국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에서도 넷플릭스와 같은 CP가 ISP에 망 이용대가를 정상적으로 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들의 망 무임승차 논란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현재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CP가 차지하는 국내 발생 트래픽은 70% 이상에 달한다. 국내 인프라를 기반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 들이고 있지만 망 이용대가는 지불하지 않고 있다. 연간 수백 억원의 망 이용대가를 내며 서비스 안정성에 기여하는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CP들과는 대조적 행보다.

앞서 2차 변론에서 넷플릭스측은 해외 다른 국가에서는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전송료를 지급한 사례는 있지만 이는 당사자 간 합의에 따른 것"이라며 "전송료 지급을 강제하는 근거는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넷플릭스는 앞서 트래픽 지체 현상이 심각해지자 2014년께부터 컴캐스트, 버라이즌, AT&T 등 미국 주요 ISP와 망 이용대가 지급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확인된다. 이 밖에 프랑스 오렌지 등에도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잦은 먹통, 접속 장애에도 나 몰라라 하는 태도 역시 도마에 자주 오르고 있다. 넷플릭스는 작년 5~6월 보름 사이에만 무려 두 차례, 총 4시간30분가량 장애가 발생했지만 어떠한 사과 공지와 보상방안도 내놓지 않았다.

한편 조세 회피, 망 무임승차, 일자리 창출 소홀 등을 지적 받아온 넷플릭스는 지난해 국내에서만 4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앞서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매출은 4154억5000만원, 영업이익은 88억2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매출과 영업이익 대비 각각 123.5%, 295.5% 늘어난 수준이다.

높은 수익에도 넷플릭스가 작년에 낸 법인세 비용은 21억8000만원에 그쳤다. 지난해 4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국내 IT기업인 한글과컴퓨터가 법인세로 158억원을 낸 것과 큰 차이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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