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도 버거운데"..이통사 해외 OTT 모셔오기 '혈안'

김은경 2021. 4.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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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애플TV+·아마존 프라임' 협력 가능성 제기된 업체들
콘텐츠 역수출 효과 있지만..토종 OTT업체 경쟁력 '고사' 우려
국내 OTT ‘웨이브’ 앱 화면.ⓒ웨이브

웨이브·티빙·왓챠 등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지난해 나란히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이동통신사들은 글로벌 OTT와 제휴에 혈안이 된 모습이다. 플랫폼 파워가 보장된 해외 사업자와 제휴해 인터넷(IP)TV 가입자를 확대하고 콘텐츠 수출 기회를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종 OTT들은 이를 계기로 넷플릭스에 시장을 잠식당한 것처럼 국내 시장에서 완전히 설 자리를 잃게 되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장기적인 콘텐츠 제휴 효과보다는 급격한 수익성 악화로 사업 존폐를 논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웨이브와 티빙, 왓챠는 지난해 각각 169억원, 64억원, 15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콘텐츠 투자를 강화하고 가입자 확대를 늘리기 위한 단계이긴 하지만, 지난해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걷어간 수익을 떠올리면 뼈아픈 결과다.


넷플릭스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4155억원, 영업이익은 88억원으로 전년(매출 1858억원·영업이익 22억원) 대비 각각 124%, 300%가량 증가했다.


아마존 OTT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무료 체험 시작 화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홈페이지 캡처

이런 상황 속에서 국내 이동통신 3사는 국내 OTT가 아닌 해외 사업자와의 제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넷플릭스가 LG유플러스와 손잡고 국내에 진출한 사례를 통해 글로벌 대형 OTT와 제휴해 유무선 가입자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최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넷플릭스와 협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했다.


그는 지난 2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 IT쇼 2021’에 참가한 뒤 기자들과 만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만 아니면 넷플릭스와 만나야겠다”며 “지난해 부산에서 만난 넷플릭스 대표는 웨이브의 구성과 넷플릭스 간 제휴가 가능하다고 봤고, 때가 되면 만나자고 했다”고 언급했다.


디즈니와는 OTT 제휴 가능성이 없다고 못을 박으면서도 애플의 ‘애플TV+’, 아마존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대해서는 협력 논의 중임을 밝혔다.


디즈니의 경우 LG유플러스 또는 KT와 ‘디즈니+’ 제휴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디즈니+와 사업 진행 상황에 대해 “대화는 계속하고 있고 아직 확정된 건 없다”고 밝혔다.


특히 SK텔레콤은 지난 2019년 9월 국내 지상파 3사(KBS·MBC·SBS)와 손잡고 토종 OTT 서비스로 출범한 웨이브를 자회사로 두고 있음에도 해외 사업자 제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이제 해외 사업자와 손잡지 않고서는 국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게 됐음을 의미한다.


주요 OTT 앱의 국내 월 사용자 수 현황 및 넷플릭스 월 사용자 수 추이.ⓒ아이지에이웍스

올해 1분기 기준 넷플릭스의 전 세계 유료 구독 가구는 2억800만을 돌파했다. 국내 유료 구독 가구만 지난해 말 기준 380만에 달한다. 가구 수가 아닌 월 사용자 수는 1000만명을 넘어섰다. 넷플릭스 독주가 심화하면서 토종 OTT들은 기를 펴지 못하는 형국이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국내 OTT 애플리케이션(앱) 시장 분석에 따르면 올해 2월 넷플릭스의 월 사용자 수는 지난해 1월 대비 113% 증가한 1001만3283명으로 집계됐다.


국산 OTT 플랫폼의 경우 ▲웨이브 394만8950명 ▲티빙 264만9509명 ▲U+모바일tv 212만6608명 ▲시즌 168만3471명 ▲왓챠 138만5303명 순으로 나타났다. 국내 OTT 이용자를 모두 합쳐야 겨우 넷플릭스에 견줄 만한 수준인 셈이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전 한국OTT포럼 회장)는 “OTT 자체가 특정 국가가 아닌 글로벌 플랫폼이어서 웨이브 등 토종 업체들도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 강력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없고 투자 여력도 밀리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통사가 넷플릭스와 제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크게 2가지다. 독점 제휴를 통해 IPTV 가입자를 확 끌어 올리거나 콘텐츠 협업을 통한 시너지를 기대해볼 수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웨이브·티빙·왓차·시즌 로고.ⓒ각사

성 교수는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만든 콘텐츠를 띄운 순간 전 세계 2억만 구독자에게 전달되는 강력한 플랫폼 파워를 갖추고 있다”며 “이통사들은 장기적으로 해외 OTT와의 제휴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 비즈니스를 펼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텔레콤이 넷플릭스와 제휴할 경우 장기적으로 웨이브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넷플릭스를 통해 공급하는 등 콘텐츠 수출 판로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이통사가 코드컷팅(유료방송 가입 해지)이 이뤄지는 상황에 대비해 글로벌 OTT를 통해 가입자를 키운 뒤 자사 OTT로 이관하는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성 교수는 분석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해외 사업자 진입이 토종 OTT들에게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규모의 경제에서 밀리는 현재로서는 가입자를 지속해서 해외 OTT에 뺏기면서 고사 위기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 교수는 “국내 OTT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개별 회사의 콘텐츠 제작 경쟁으로는 안 된다”며 “한 콘텐츠에 공동으로 투자하고 연합해서 자체 생태계를 만드는 전략을 쓰지 않으면 해외 사업자에 시장을 모두 뺏기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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