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패스 농지자격⑨]축구선수·LH직원·국회의원도 발급..'경자유전' 어떻게생각하십니까
사문화된 '경자유전' 재검토 필요하단 지적도
5년간 경기도 농지자격취득증명 합격률 98.27%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김동표 기자] “국가는 농지에 관해 경자유전(농사짓는 사람이 밭을 소유함)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다른 사람 농지를 빌려 농사를 짓는 일)는 금지된다.”
헌법 제121조에 담긴 내용이다. 핵심 단어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이다. 헌법은 경자유전 원칙을 천명하고 있으며 자세한 규정은 농지법에 명시돼 있다. 하지만 법 조항과 현실은 괴리가 상당하다.
경자유전 사문화..非농업인 농지소유 많아
최근 축구선수 기성용은 ‘밭작물을 재배하겠다’고 영농계획서를 쓰고 농지취득자격증명을 졸속으로 발급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승수 전주시장 부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장모 최모씨 등도 농사를 짓는 농부가 아닌데 농지를 소유해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다. 땅투기 의혹을 촉발시킨 LH직원들도 광명, 시흥 등지에서 허위로 농지자격취득증명을 발급받아 농지투기에 나선 것이 문제가 됐다.
몇몇의 일탈이나 위법으로 보기에 ‘농지법 위반’ 사례는 광범위하고 오히려 관행에 가깝게 여겨질 정도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국회의원 300명 중 76명(25.3%), 정부 고위공직자 1862명 중 719명(38%·배우자 포함)이 농지를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21대 국회의원 300명 중 25.3%에 해당하는 76명이 소유한 농지는 총 약 12만968평(40㏊)·133억6139만원 규모다. 1인당 평균 약 1592평(0.52㏊)·1억7500만원의 농지를 가진 셈이다.
반면 실제 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겐 땅이 턱없이 부족한게 현실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업인의 농지소유 면적은 94.4만ha(2015년 기준)로 경지면적 대비 56.2%에 불과하다. 지난달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소속 농민들은 ‘농지투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가장 만만한 투기대상 중 하나가 농지라는 점에 망연자실할 뿐”이라면서 “농지투기 재발 방지와 식량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농사짓는 농민만 농지를 소유하게끔 농지법을 전면 재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지법 현실과 맞게 전면 재검토 거쳐야
이 때문에 농지법을 적절하게 개정해, 농지가 ‘땅 투기’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외지인 소유 농지에 대해 ‘농업에만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명문화한 농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3월 국회를 통과됐지만, 비농업인 농지소유 강화와 관련된 농지법 개정안과 관련된 국회 논의는 아직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임영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변호사는 “농지 소유와 이용에 대한 전수조사 의무화 규정을 농지법에 신설하고 농지 심의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동천 홍익대 법대 교수는 농지자격취득증명이 ‘임대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조항이 문제라고 했다. 사 교수는 “농지법 제23조 1항6호를 보면 임대 규정이 있는데, 누구라도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아 받자마자 바로 임대를 줘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구조”라면서 “100%회피가 가능케 한 조항을 고치고 사후검증 시스템을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자유전 원칙 갑론을박...현재진행형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현실과 맞지 않는 경자유전 원칙에 대해선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기도 해 ‘경자유전’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투기 목적의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는 엄격히 가려내되, 주말농장·체험영농이나 스마트 농업 등 변화된 거래현실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의 농지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은 빌게이츠”라면서 시대착오적인 경자유전의 법칙에 의한 토지 사용과 소유의 규제가 가져온 전세계에서 한국에서만 죄가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농업인구가 60%에 가까울 때 만들어진 원칙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면서 “농지법을 시장 거래 현실에 맞게 고쳐 비정상적으로 이뤄져오던 관행들을 정상화하고, 차제에 '경자유전' 원칙에 대한 재검토와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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