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이닝 무실점' 두산 최원준, 작년 빚 갚았다

양형석 2021. 4. 2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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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23일 NC전 무실점 호투, 두산 공동 3위 도약

[양형석 기자]

두산이 하루 만에 공동 6위에서 공동 3위로 순위를 끌어 올렸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1방을 포함해 장단 11안타를 터트리며 5-1로 승리했다.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을 4승2패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던 NC와의 시즌 첫 경기에서 깔끔한 승리를 거둔 두산은 하루 만에 NC,kt 위즈, KIA 타이거즈와 함께 공동 3위로 순위가 상승했다(9승8패).

두산은 2회2사2루에서 적시 2루타를 때려낸 박계범이 결승타를 포함해 2타점1득점을 기록했고 호세 페르난데스가 3회 솔로 홈런을 포함해 2안타1타점1득점, 장승현이 3안타, 양석환이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마운드에서는 작년부터 두산의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해주고 있는 잠수함 투수 최원준이 7이닝을 3피안타3사사구4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 막으며 시즌 2승 째를 챙겼다. 

입단 전부터 팔꿈치 수술에 감상선암 투병까지

지금은 박종훈(SSG랜더스)과 고영표(kt 위즈), 임기영(KIA 타이거즈),한현희(키움 히어로즈) 등 잠수함 선발 투수가 많이 줄었지만 KBO리그 역사에는 위대한 잠수함 투수들이 많이 있었다. kt의 이강철 감독은 현역 시절 10년 연속 두 자리 승수와 세 자리 수 탈삼진이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한희민(80승)과 박충식(77승), 박정현 등 쟁쟁한 잠수함 선발투수들이 즐비했다. 임창용도 선발로 활약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3년 동안 44승을 챙기기도 했다.

하지만 두산은 전통적으로 잠수함 투수가 그리 강하지 못했다. 베어스 역사상 최고의 잠수함 투수로 꼽히는 김진욱 전 감독은 세 번이나 두 자리 승수를 올렸지만 고질적인 허리 부상 때문에 프로 생활을 10년 밖에 하지 못했다. OB베어스가 2년 연속 꼴찌에 머물렀던 1991년 김상진(두산 재활코치)과 함께 동반10승을 기록했던 김동현도 그 해가 선수생활의 처음이자 마지막 전성기였다.

동국대 출신의 최원준은 지난 2017년 1차 지명을 받아 두산에 입단했다(그 때는 개명 전 이름인 최동현으로 불렸다). 최원준은 두산에 지명될 때부터 팔꿈치가 좋지 않아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상태였지만 두산은 장기적인 시각으로 대학야구 최고의 잠수함 최원준을 1차 지명으로 선택했다(물론 고우석과 이정후가 앞 순번에서 지명이 되면서 1차 지명으로 선택할 대어급 선수가 부족하기도 했다).

최원준은 한창 팔꿈치 재활을 진행하던 2016년 10월 갑상선암이 발견돼 수술을 받았다. 아직 프로에서 단 하나의 공도 던져 보지 못한 투수가 팔꿈치 인대 수술에 이어 암투병까지. 야구팬들은 젊은 나이에 부상과 병마까지 겹친 최동현이 프로에서 제대로 된 활약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었다. 최원준이 재활과 투병에 집중하는 사이 프로 입단 동기인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로 성장했다. 

최원준은 2018년 7월25일 SK 와이번스와의 경기를 통해 뒤늦은 프로 데뷔전을 치렀고 그 해 6경기에 등판했다. 하지만 무실점을 기록한 경기는 7월27일 한화 이글스전이 유일했고 나머지 5경기에서는 모두 실점을 기록했다. 6경기에서 승패 기록 없이 평균자책점은 무려 10.61. 마침 입단 동기였던 박치국이 두산 불펜의 희망으로 떠오르면서 최원준에 대한 두산팬들의 기대치는 거의 사라지는 듯 했다.

NC에게 7이닝 무실점 설욕

하지만 최원준은 묵묵하게 다음 시즌을 준비하며 기회를 기다렸고 롱릴리프로 활약한 2019 시즌 드디어 두산팬들에게 최원준이라는 이름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선발 4경기를 포함해 34경기에 등판한 최원준은 1승2패1세이브4홀드2.65라는 알토란 활약을 펼쳤다. 시즌 피안타율은 .256였지만 득점권에 주자가 나가면 최원준의 피안타율은 .229로 뚝 떨어졌다. 그만큼 위기에 강했다는 뜻이다.

최원준은 작년 시즌에도 2019년과 비슷한 롱릴리프 보직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용찬의 조기 시즌 아웃, 크리스 플렉센(시애틀 매리너스)의 잦은 부상으로 두산의 선발진은 구멍이 뚫렸고 최원준은 7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그리고 기회를 잡은 최원준은 작년 42경기(선발18회)에 등판해 10승2패3.80의 성적으로 리그에 단 8명 밖에 없었던 토종 10승 투수에 등극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연봉이 1억6000만원으로 상승한 최원준은 지난 6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첫 등판에서 4.1이닝 만에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최원준은 11일 한화전에서 5이닝을 던지며 선발 투수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고 17일 LG트윈스전에서는 6이닝1실점으로 시즌 첫 승과 함께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두산 토종 선발진에서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최원준은 23일 NC전에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7이닝 이상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으면서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다. 최원준은 작년 9월 SK를 상대로 8이닝 투구를 한 적이 있지만 당시엔 5회 한유섬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하며 무실점 투구를 하지 못했다. 특히 작년 한국시리즈 2경기에서 3이닝4실점(평균자책점12.00)으로 뭇매를 맞았던 NC를 상대로 펼친 만회 투구라 최원준에게는 더욱 가치 있는 호투였다.

두산은 현재 두 외국인 투수가 기대 이상으로 활약해 주고 있는 반면에 토종 선발 유희관(1패10.45)과 이영하(1승2패9.00)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두산 입장에서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이들을 대신할 대체 자원도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이처럼 토종 선발진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평균자책점 3위, 다승 공동4위를 달리며 선발진을 지탱해 주고 있는 최원준의 활약은 김태형 감독과 두산팬들을 기쁘게 하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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