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즌 최다골' 손흥민.. 무관의 한 푼다
[박시인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역사를 만들고 있는 손흥민(토트넘)의 다음 도전은 프로 커리어 첫 번째 우승이다. 오랜 우승의 바람을 이뤄낼 수 있을까.
손흥민은 오는 26일 0시30분(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의 2020-21 잉글랜드 카라바오컵(리그컵) 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2020-21시즌 진정한 월드클래스로 발돋움
손흥민은 2010-11시즌 18살의 나이에 독일 함부르크에서 프로로 데뷔했다. 첫 시즌 3골을 넣으며 가능성을 보인 손흥민은 2012-13시즌 리그 12골을 넣으며 첫 번째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했다. 레버쿠젠으로 이적한 뒤 2시즌 동안 각각 리그 10골, 11골을 넣으며 정상급 분데스리가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행선지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이었다. 2015-16시즌 리그 4골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2016-17시즌 자신의 약점이었던 '오프더볼'(공이 없을 때의 움직임), 볼터치, 드리블, 공간 활용, 패싱력을 향상시켰다.
2년차인 2016-17시즌부터 5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한 손흥민은 토트넘의 주요 득점원으로 자리 잡으며 성공적으로 프리미어리그에 연착륙했다.
특히 2018-19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토트넘의 사상 첫 결승 진출에 크게 기여했으며, 2019-20시즌 득점과 도움 모두 두 자릿수를 올리며, 프리미어리그 10-10 클럽을 달성했다.
손흥민은 올 시즌 들어 또 한 단계 성장했다. 지난 22일 사우샘프턴전에서 리그 15호골로 자신의 한 시즌 리그 최다골 기록을 갈아치웠다.
토트넘 13년 무관 벗어날 기회
사실 전반기만 하더라도 손흥민의 골 감각은 두드러졌다. 해리 케인이 2선으로 내려오고,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어 손흥민이 해결하는 전술적 움직임이 잘 맞아떨어지면서 한동안 득점 선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팀들이 손흥민과 케인에 대한 동선을 파악하며, 집중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했다. 손흥민이 공을 잡으면 최소 두 명이 막아서며 슈팅할 수 있는 공간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이에 손흥민은 이타적인 플레이로 어시스트에 주력하며 생존법을 터득했지만 후반기 득점력 감소는 불가피했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지난 12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지긋지긋한 골 침묵을 깨고 부활포를 쏘아올렸다. 9경기 만에 득점이었다. 17일 에버턴전에서는 파트너 케인이 발목 부상으로 이탈하는 악재가 겹치면서 손흥민의 활약은 잠잠했다.
케인의 부재는 토트넘에게 치명적인 손실이었다. 또, 조세 모리뉴 감독이 경질됨에 따라 유스팀 감독인 라이언 메이슨이 감독 대행으로 지휘봉을 이어받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사우샘프턴전을 치렀다. 이날 토트넘은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으나 후반 가레스 베일의 동점골로 원점을 맞춘 뒤 후반 45분 손흥민의 페널티킥 역전골로 승리를 거뒀다.
이날 손흥민은 2선 왼쪽에서 활발한 돌파와 플레이메이킹으로 공격을 주도하는 등 케인의 부재 속에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토트넘에게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는 승리였다.
물론 다가오는 맨시티와의 결승전은 험난한 경기가 예상된다. 맨시티는 리그 1위,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을 이뤄내며 압도적인 포스를 자랑하고 있다. 아무래도 객관적인 전력에서 맨시티가 토트넘을 앞선다.
토트넘은 여전히 원톱에 대한 고민을 남겨두고 있다. 사우샘프턴전에서 선발 출전한 루카스 모우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 이에 반해 2선 좌우에 포진한 손흥민, 베일 듀오의 활약상은 큰 소득이다. 후반 중반 베일이 전방으로 침투하면서 감각적인 힐 패스를 내주고, 손흥민이 슈팅으로 이어가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두 명의 유기적인 호흡이 살아난다면 맨시티전에서 가공할만한 공격력을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손흥민은 대표적인 맨시티 킬러로 통한다. 맨시티를 상대로 통산 12경기(6승1무5패)에서 6골 1도움을 올린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경기는 2018~2019시즌 챔피언스리그 맨시티와의 8강전이다. 당시 손흥민은 홈 1차전에서 결승골을 넣은데 이어 원정 2차전에서도 멀티골을 작렬하며 맨시티를 탈락시킨 바 있다.
맨시티는 기본적으로 수비 라인을 최대한 위로 끌어올리고, 공격 지향적인 축구를 구사한다. 이는 양날의 검이다. 점유율 싸움에서 우세를 점할지 몰라도 수비 뒷 공간을 노출함에 따라 빠른 주력과 공간 침투에 능한 손흥민에게 먹잇감을 제공할 수 있다.
올 시즌 토트넘과 맨시티는 두 차례 맞붙어 1승 1패를 거뒀다. 이 가운데 손흥민은 전반기 열린 홈경기(2-0승)에서 전반 5분 선제 결승골로 2-0 승리를 견인했다.
축구 커리어 최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손흥민에게 한 가지 아쉬움이라면 우승 트로피다. 토트넘에서 몸담은 여섯 시즌 동안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과거 분데스리가 시절에도 마찬가지다.
손흥민은 이번 맨시티전을 앞두고 "결승전 출전으로 자랑스러워하는 것에 만족할 생각은 전혀 없다. '위너'가 되는 것으로 자랑스러워하고 싶다"고 우승을 향한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토트넘은 FA컵과 유로파리그 탈락, 리그에서는 6위에 머무르며, 챔피언스리그 진출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상 우승할 수 있는 유일한 대회가 이번 리그컵이다.
2008년 리그컵 우승 이후 13년 째 무관인 토트넘으로선 손흥민의 활약이 절실하다. 만약 손흥민이 이번 맨시티와의 결승전에서 활약한다면 토트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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