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내느니 호텔 산다..코로나가 이뤄준 日 '호텔족' 꿈
자구책으로 '호텔 살기' 플랜 내놔
도심 한달 월세로 호텔 생활 가능
지방 호텔과 연계한 상품도 인기
올해로 창업 131주년을 맞은 일본 도쿄의 제국호텔은 지난 2월 숙박객에게 한 달간 객실을 빌려주는 '장기 숙박 플랜'을 내놨다. 호텔에 머무는 동안 담당 직원이 배정되고 수영장·스파 등 부대시설을 무료로 이용하며 할인된 비용으로 세탁과 룸서비스도 제공하는 이 플랜의 가격은 30박에 36만엔(약 372만원). 전체의 10%에 해당하는 99개 객실의 예약을 받았는데, 하루 만에 매진됐다.
해외에서 찾아오는 정치인이나 기업 임원 등이 많이 찾는 제국호텔은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객실 가동률이 10%까지 떨어졌다. 10개 중 9개의 방이 내내 비어있었던 셈이다.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내놓은 게 이번 '호텔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이다. 호텔 측은 코로나19로 재택 근무가 늘어난 상황에서 주중엔 호텔을 일터로 이용하면서 주말엔 부대시설을 즐기려는 직장인, 전문직들을 타깃으로 삼았고 이는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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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도심 한 달치 월세보다 싼 호텔 생활
도쿄에서는 2018~2019년 120여개 호텔이 새로 문을 열었다. 2020년 여름 예정됐던 올림픽 특수를 노리고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도산 위기에 처한 호텔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국호텔의 신사업 성공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호텔들은 비슷한 프로그램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이를 놓고 코로나19가 뜻하지 않게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호텔리빙(Hotel+Living)족'을 탄생시키고 있다고 마이니치 신문이 22일 전했다.
제국 호텔, 오쿠라 호텔과 함께 '도쿄 3대 호텔'로 꼽히는 뉴오타니 호텔도 장기 체류 플랜을 출시했다. 30박에 2인 기준 97만엔(약 1000만원)으로 고가지만, 호텔 레스토랑에서의 총 3회 식사, 일일 청소·세탁 서비스까지 포함된 가격이다. 신주쿠에 있는 게이오 플라자 호텔도 20개 객실 한정으로 30박에 16만엔(약 165만원)의 플랜을 내놔 2시간 반 만에 예약이 마감됐다.
도쿄 중심가의 맨션 월세가 소형 평수도 보통 20만엔을 넘는 걸 고려하면, 한 달 월세보다 저렴하게 호텔 생활이 가능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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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은 도심, 주말은 여행지 "꿈같은 계획"
각지에 있는 호텔망을 활용한 '이동형'도 인기다. 21일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도큐 호텔은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오키나와 미야코 섬까지, 전국 39개 계열 호텔을 30박에 18만엔(약 186만원)에 이용하는 상품을 출시했다. 일이 있는 평일엔 도심의 호텔에, 주말엔 지방 호텔에서 휴가를 즐기려는 이들을 겨냥했다.
호텔 간 이동 비용도 호텔 측이 일부 부담한다. 이 상품에 관심이 있다는 30대 회사원은 아사히 신문에 "비싼 임대료를 내고 도심의 좁은 집에 사는 생활에 대해 늘 의문을 가져왔다"면서 "(호텔살이는) 꿈같은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쓰이부동산이 운영하는 미쓰이 가든 호텔도 전국 35개 호텔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장기 숙박 상품을 발표했다. 가격은 호텔의 등급에 따라 30박에 16만 5천엔(약 170만원)~21만엔(약 217만원)인데, 100명 모집에 800명 넘게 신청했다.
오릭스 그룹도 삿포로, 교토, 오사카에 있는 세 호텔을 30박 13만 5천엔(약 139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아사히는 "코로나19로 이동이 제한된 가운데 도심 호텔에서 '가까운 비(非)일상'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이런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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