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공급 필수요소된 '토지거래허가구역'.. 그 효과는?

이택현 2021. 4. 24.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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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이익 노린 투기세력 차단 목적
지정 땐 집값 상승률·거래량 잠잠
재산권 침해·실효성 논란은 여전


토지거래허가제도가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다시 한번 전격적으로 활용됐다.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서울시가 칼을 뽑아 든 것이다. 시장에서도 재건축 규제 완화를 앞두고 당장 급격히 치솟는 집값을 누르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했다. 토지 거래를 제한할 목적으로 운영되던 토지거래허가제는 이처럼 지난해부터 연이어 집값 과열을 막기 위한 구원투수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토지거래허가제를 주택 거래 제한 목적으로 ‘용도 변경’하는 것을 놓고 재산권 침해와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1일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신규 지정했다. 구체적인 지정 대상 구역은 압구정아파트지구 24개 단지와 여의도아파트지구 및 인근 단지 등 16개 단지, 목동택지개발사업지구 14개 단지,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총면적은 4.57㎢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집값이 오른 뒤에 사후 약방문인 느낌이지만 집값 상승이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일은 일단 막았다”며 “강남과 한강변을 시작으로 수도권으로 혼란이 확산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제약을 걸어야 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들어 주택 거래 제한 등 활용도가 커진 토지거래허가제도는 1978년 처음 도입됐다. 이명박정부 때는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할 때 서울 외곽 그린벨트지역 땅 투기를 막기 위해 쓰였다. 1990년대에는 강남구 개포동과 세곡동, 수서동, 율현동의 자연녹지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지금까지 연이어 갱신 중이다. 이후 토지거래허가제도는 신규 택지 발표 과정에서 필수적인 절차가 됐다. 개발이익을 노린 투기가 빈번하면서 이를 차단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 5월 서울 용산 정비창 일대에 대한 공급계획을 발표했을 때도 시장의 관심이 용산 일대에 쏠렸다. 정부는 투기가 몰릴 것을 우려했지만 당장 구역을 지정하지 않고 지켜보기로 했다. 그러자 용산 일대 집값이 크게 올랐다. 정부는 곧 서울 용산구(이촌, 한강로1·2·3가, 용산동3가)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고, 투기 세력의 접근은 원천 차단됐다.

집값 열기가 거세지면서 주택 거래를 제한하는 데도 토지거래허가제가 활용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잠실~코엑스 일대에 조성 중인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4개동(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동·청담동·대치동) 총 14.4㎢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택지 공급 시 토지거래 제한 용도로 주로 사용되던 제도가 사실상 주택거래 제한 용도로 사용되면서 당시에도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도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제도를 도입한 것은 강남권 아파트 매매가격이 요동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국토교통부가 국제교류복합지구 관문 역할을 할 ‘강남권 복합환승센터 개발 계획안’을 승인하자 20주 넘게 내림세(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통계 기준)였던 강남 3구 집값이 일제히 큰 폭으로 올랐다. 이를 막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자 강남권 집값 상승세는 7주 만에 잠잠해졌고 거래량도 줄었다. 집값 열기는 6·17 대책 여파로 자연스럽게 서울 외곽으로 옮겨갔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일단 효과를 발휘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곧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요 단지 신고가 행진이 이어졌다. 오 시장 당선 전후로 강남구 압구정동을 중심으로 재건축 열기가 거세지면서 강남권 전역 집값이 다시 치솟기까지 했다. 토지거래허가제로도 실수요자 거래는 막을 수 없는데 ‘똘똘한 한 채’를 매수하기 위한 관심이 이 지역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이후 토지거래허가제도를 둘러싸고 실효성 논란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주택 거래를 제한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애초에 효과를 보기 어려웠다고 분석한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장은 “토지거래허가제가 사실상 주택 거래 제한 용도로 쓰일 경우 무주택자와 1주택자 등 실수요자들에게는 제도가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주택은 토지와 달리 투기와 실수요의 구분이 애매하고, 요건만 갖추면 지방자치단체도 이를 따져 묻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신규 지정돼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재건축 규제 완화로 수혜를 입을 아파트 단지에 한해 현금청산 기준일을 공표하는 등 강력한 대처를 하는 게 낫다는 주문도 나온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도 결국 투기 세력의 재건축 단지 입주권 취득을 어렵게 해 가격 상승을 막겠다는 것인데, 굳이 에둘러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제도의 본질대로 사용하고 주택 거래를 제한하려면 새로운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토지거래허가제는 심리적으로 주택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실효성이 미미하다”며 “투기를 억제하려면 토지거래허가제도가 아니라 주택 거래가 실수요 중심인지 판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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