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뜨강' 이지훈 "재촬영 노개런티? 타 배우에 미안한 마음도" [인터뷰 종합]
[엑스포츠뉴스 조혜진 기자] ‘달이 뜨는 강’ 이지훈이 재촬영 당시 상황부터 출연료, 힘들었던 캐릭터 표현에 이르기까지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KBS 2TV 월화드라마 ‘달이 뜨는 강’(극본 한지훈, 연출 윤상호)에서 상부 고씨 계루부 고추가 고원표의 장남 고건 역을 맡아 활약한 배우 이지훈이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TH컴퍼니 사옥에서 엑스포츠뉴스와 만나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20일 종영한 ‘달이 뜨는 강’은 고구려가 삶의 전부였던 공주 평강(김소현 분)과 사랑을 역사로 만든 장군 온달(나인우)의 운명에 굴하지 않은 순애보를 담은 퓨전 사극 로맨스. 작품은 반 사전제작으로 진행돼 촬영을 거의 마친 상태였으나, 주연 배우였던 지수가 학교 폭력 논란으로 하차하면서 나인우가 교체 투입돼 재촬영을 진행하기도 했다.
재촬영을 하게 된 것에 대해 이지훈은 “그런 일이 있었을 때 휴차라 촬영장에 없었다. 전화를 통해 (상황을) 들었다. 감독님이 워낙 호탕하시고 보스 기질이 강하시다. 눈코 뜰 새 없이 촬영을 해버리니까 다른 걸 생각할 틈도 없었다. (나)인우 같은 경우는, 하루 만에 (대체 투입) 됐다고 기사를 통해 봤는데, 그 친구가 하루에 40신씩 찍고 그런데 제가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 저보다 동생이고 후배인데 그 앞에서 다른 생각을 하기보단 챙겨야 하는 입장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이지훈은 “소현이도 어떻게 보면 5개월 동안 드라마 두 개 찍는 거였다”며 “사실 재촬영을 많이 한 사람은 소현이밖에 없다. 전 3일에 몰아서 찍었기 때문에 괜찮은데, 소현이는 인우가 들어와서 재촬영하는 한 달을 계속 같이 찍었다”고 솔직한 이야기를 전했다.
또 그는 재촬영 출연료를 받지 않는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에 대해 “기사가 그렇게 난 것도 몰랐다가 친구들이 저한테 연락이 와서 ‘출연료를 왜 안 받아’하더라. 회사에서도 지금 재 촬영료를 논할 때가 아니라 드라마가 죽느냐 사느냐인데 현장에서 얼마나 힘들겠나 이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기사가 그렇게 나온 것 같더라”고 말했다. 이지훈은 “저랑 친한 형도 이 작품에 출연했는데, 그 형은 회사가 없어서 자기 혼자 차타고 간다. 그런데 그렇게 기사가 나 버리니까 형한테 저도 모르게 미안한 거다”라며 “연기만 신경 쓰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지훈은 첫사랑 평강을 마음에 품은 채로 해모용(최유화)의 손을 잡게 되는 고건을 연기하며 감정적으로 많이 어려웠음을 털어놓기도. 그는 “고건이 너무 힘들었다”며 “인물 관계에서 명확한 노선이 나오면 연기하는 데 있어 분석이나 표현이 편한데 고건은 항상 가운데에 있었다. 처음 맡겨주실 때부터 작가님이 ‘고건이 시놉에서는 참 매력적이지만 표현이 힘들고 연기할 때마다 힘든 캐릭터일 거다. 그렇지만 믿는다’며 어려운 게 있으면 언제든 연락을 하라고 하셨다. 사실 시놉시스가 좋아 욕심을 부려서 했는데 정말 힘들더라”고 이야기했다.
고건은 해모용을 향해 “사랑했었다”는 말을 남기고 비극적 최후를 맞았다. 이에 고건의 마음이 해모용을 향한 것인지, 평강을 향한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낳기도. 이와 관련해 이지훈은 “고건은 처음부터 죽을 때까지 마음속에 있는 유일한 한 사람이 평강이다. 권력에도 욕심이 없고 오로지 평강의 마음을 얻으려 했는데 그게 안 되다 보니 삶이 이렇게 흘렀다”며 “그렇다고 평강에게 외면당한 마음에 해모용을 찾은 게 아니라, 해모용이 제가 평강을 바라보는 그 마음일 걸 알아서였다”고 자신이 이해한 고건의 감정선을 설명했다.
덧붙여 이지훈은 “고건은 해모용을 아껴주려고 했는데, 해도 해도 안 됐기 때문에 마지막에 ‘사랑했었다’ 대사가 걸림돌이었다”며 “제가 좀 더 열어서 생각을 해야겠다는 마음에 촬영하는 날 아침에 최유화 씨한테 어떻냐고 묻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지훈은 고건에게 해모용이 거울 같아 인간으로서 따스함을 알려주고 싶지 마음에 없는 말을 하는 것이 걸렸으나, 작가의 의견은 달랐다고.
이에 이지훈은 최유화에게 “‘넌 내 거울이었고, 꿋꿋하게 살아가라’는 말을 듣고 살아가는 삶이 나을 것인지, ‘사랑했었다’는 말을 듣고 삶을 살아가는 게 나을 것인지”를 물었다. 최유화는 해모용이 사랑했었다는 말을 듣고 살아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고 했다. 이지훈은 “고건도 평강이한테 따뜻한 말을 들었으면 좋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며 “내가 부족해서라는 생각도 들고, 정말 어려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지훈은 고건을 표현하며 힘들었던 부분을 극복하기 힘들어 현장에서 더 감각이 예민한 사람이 되기도 했다고. 그는 “더 날카롭고, 예민하게 반응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남들이 봤을 때는 예민하게 느꼈을 수도 있었을 거다. 그런데 제가 물러 터져 있으면 (고건을) 표현을 못할 것 같았다. 현장에서 후반부엔 말도 거의 없었다. 하나가 틀어지면 다 틀어질 것 같았다. 초반엔 감독님과 장난도 많이 치고 그랬는데 감독님이 서운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할 정도였다”고 고건에 깊이 몰입해 표현하려 했음을 밝혔다.
치열한 고민 끝에 성공적으로 ‘달이 뜨는 강’을 마친 그는 ‘멜로’ 욕심을 드러냈다. 이지훈은 “로코가 아니라 멜로가 하고 싶다”고 강조하며 “‘천국의 계단’ 같은 멜로를 하고 싶다. ‘올인’이랑 ‘천국의 계단’을 다시 보고 있는데, 요즘은 그런 감성이 없는 것 같다. 제가 올드한 건지 모르겠는데, 대사가 유치하지 않고 너무 와 닿고 슬프더라”고 최근 영화를 보고 펑펑 울었던 일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늘 열정 가득하게 시작해서 하다보면 체력도 소진 되고, 현장이라는 게 항상 글과 같을 수 없으니까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며 작품을 마친 후 솔직한 감정을 터놓은 이지훈은 고생 많았던 ‘달이 뜨는 강’ 팀에 연말에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끝으로 그는 “회사 옮기고 첫 작품을 같이 끝냈다. 이제 다음 작품이 중요하다 보니 (회사랑) 같이 고민해서 제가 안 해본 것,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말로 배우 이지훈의 ‘다음’을 더 기대케 했다.
jinhyejo@xportsnews.com / 사진=TH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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