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 동문들 "부산대·부산교대 통합 반대..근간 무너져"

문현경 2021. 4. 2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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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한국교총 단재홀에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육대학총동창회가 교대-일반대 통합 반대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현경 기자


전국 교육대학 동창회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최근 논의되고 있는 부산교대·부산대 통합에 대해 반대의 뜻을 모았다.

서울·부산·대구·경인·광주·춘천·청주·공주·전주·진주·제주교대 총동창회 회장은 23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우면동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관에서 교총과 함께 교대-일반대 통합 반대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지난 19일 부산대와 부산교대가 체결한 통합을 위한 업무협약(MOU)이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부산교대 학생과 동문의 반대가 큰 데도 서면 교환만으로 강행한 것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영희 부산교대 총동창회장은 “부산대 전 총장이 2016년 취임 당시 공약으로 부경대·해양대·부산교대와 통합해 부산대를 거점 대학으로 만들겠다고 했다"며 "이에 부경대·해양대 총장은 거절했는데 부산교대 총장만 동조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준비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교대 동문과 교총은 “경제 잣대로 설립 목적이 전혀 다른 일반대학과 통합하려는 것은 교원양성기관을 말살하는 것”이란 시각을 갖고 있다. 이들은 “(교대는) 초등교육에 특화·전문화된 교육내용과 분위기 등 교육과정 일체가 아이들을 위해 설계됐는데, 일반대와 통합하면 목적대학으로서의 독자성이 붕괴된다”고 주장했다.


“제주교대 통합 성과 없어…부산교대도 통합 말아야”
13년 전 제주대와 통합돼 이름이 사라진 제주교대의 정이운 총동창회장은 “2003년 교육부에서 통폐합 계획이 발표된 뒤 많은 동문이 반대했지만 2006년 결국 통폐합됐고, 2008년 2월 졸업을 마지막으로 제주교대 간판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며 “돌아보면 제주대와 제주교대 통폐합은 단순 물리적 통합에 지나지 않고 13년째 아무 성과가 없다”고 말했다. “당초 약속한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재정투입도 미약하고 인적·물적 교류 효과도 미미하다"는 게 정 회장의 설명이다.

통합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위해 19일 부산교대를 방문한 차정인 부산대 총장이 부산교대 총동창회 회원들의 반대로 되돌아가고 있는 모습. 결국 양 학교 간 서면 교환으로 양해각서가 체결됐다. 연합뉴스


부산대·부산교대가 합친다면 교대와 일반대간 두 번째 통합이 된다. 교대·일반대 통합 논의는 학령인구 감소 문제서부터 출발한다. 배울 학생이 줄어드니 임용 인원도 줄어든다. 대학 입학 인원도 줄어 지방에선 입학생 미달을 걱정하는 곳이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에서도 지난해 12월 “교대는 거점국립대와 통합하고 일반대 사범대학은 인원을 줄이라”고 교육부에 권고한 바 있다.

부산교대 이광현 기획처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학령인구 감소뿐 아니라 초등 예비교원들이 폭넓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종합대에서 양성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기 때문에 통합을 추진하게 됐다”며 “현재 부산교대는 단과대로 교수진이 80여명밖에 되지 않아 교양 수업 과정 폭도 넓지 않고 박사과정이 없어 연구에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교대생끼리만 교류하고 있지만, 부산대 교육대학이 되면 다른 단과대 수업을 듣거나 타과 학생과 동아리 활동·축제를 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이런 경험은 좋은 초등교사가 되는 자양분이 될 거란 설명이다.


“학령인구 감소, 위기 아닌 기회인데 통합 왜 하나”
한국교총과 교대 총동창회장들의 생각은 다르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학령인구 숫자로만 교원 수급을 재단해 교대의 존폐를 논할 게 아니라 오히려 학령인구 감소를 선진국 수준의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교육대학총동창회 회장인 장남순 서울교대 총동창회장은 ‘일반대 통합이 예비 교대생의 취업엔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학급당 인원수 감축으로 교원 수를 늘리는 것이 해결방안이다”고 답했다.

양 단체는 “부산대와 부산교대가 MOU 체결한 것을 무산시키도록 적극적으로 투쟁할 것이며 통합 강행 시 총장 퇴진 운동도 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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