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차질 줄까 그랬나..가덕도 생태보고서 원본 조작 의혹"

황선윤 2021. 4. 2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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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자연환경조사보고서 원본 다시 게재

동남권신공항 건설 예정지인 부산 강서구 가덕도. 연합뉴스

동남권 신공항 건설 예정지인 부산 강서구 가덕도의 우수한 자연생태 환경을 기술한 ‘부산 자연환경조사보고서’ 원본이 조작돼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부산환경운동연합(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9일까지 부산시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던 ‘제2차 부산 자연환경조사보고서’가 원본과 달리 가덕도 생태환경 부분이 삭제되거나 조작된 채 공개돼 있었던 사실을 파악하고 23일 부산시에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자연환경조사보고서는 ‘부산시 자연환경 보전 조례’ 20조에 따라 산하기관인 부산발전연구원에 맡겨 10년 주기로 펴내는 환경보고서다. 문제의 2차 보고서는 2015년부터 1년여 조사 과정을 거쳐 2016년 5월 홈페이지에 게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고서에는 부산의 보호 야생 동식물,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국내 고유 생물종의 서식 현황, 지형·지질과 자연경관의 특수성 토양의 특성 등이 담겨 있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이 밝히 자연환경조사보고서 원본과 조작본의 일부.


“이전 보고서엔 가덕도 우수생태 내용 삭제돼”
하지만 환경운동연합이 원본 보고서와 비교한 결과 그동안 부산시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던 보고서에는 가덕도 관련, 14쪽 분량의 ‘12절 우수 생태계’ 단락이 완전히 삭제돼 있었다. 또 가덕도 권역의 멸종위기종 동식물(특정종 75종, 멸종위기 Ⅱ급 1종, 희귀식물 10종) 내용이 삭제돼 있었다.

이 보고서가 나올 당시에는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 결정을 놓고 논란이 일다 2016년 6월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김해 신공항 건설로 확정했다. 김해 신공항 건설은 지난 2월 가덕도 신공항 건설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폐기됐다.

연구 수행기관이었던 부산발전연구원이 원본을 수정한 적이 없는 사실을 확인한 환경운동연합은 부산시가 보고서 내용을 조작해 홈페이지에 게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원본과 달라진 내용을 정리한 결과 A4 용지 6쪽에 이를 정도”라며 “생태 자연도 1등급, 해양생태도 1등급, 멸종위기 야생생물과 천연기념물 분포지역인 가덕도의 가치가 알려져 신공항 건설에 차질이 생길까 봐 그런 것 같다”고 주장했다.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환경운동연합은 이어 “가덕도의 우수성을 애써 지우고자 하는 이는 누구인가”라고 되묻고 “부산시는 누가 어떤 목적으로, 누구의 지시로 조작했는지 경위를 명백히 밝혀 부산시민에게 낱낱이 설명해야 할 것”이라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부산시, “실수로 미완성 보고서 홈피 게재 추정”

부산 강서구 가덕도. [연합뉴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전임자가 퇴직하고 없어 어떤 경위로 미완성본이 홈페이지에 게재됐는지 정확한 경위를 알 수 없지만, 최종 보고서가 발간된 뒤 단순 실수로 중간 논의 과정에 있던 미완성 보고서가 게재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잘못된 자연환경조사보고서를 다른 곳에 활용한 적 없으며, 가덕도 신공항을 건설하면 정부로부터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을 받아야 하므로 조작할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지난 15일 ‘가덕도 신공항 건설반대 전국 공동행동’ 기자 회견을 여는 등 우수생태 지역인 가덕도에 공항을 건설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2월 26일 가덕도 신공항 건설 특별법이 제정됨에 따라 2030년 유치 예정인 2030 세계박람회(등록엑스포) 개최 전인 2029년 말까지 가덕도 신공항 개항을 추진 중이다.

부산시의 가덕도신공항 건설 계획안. [부산시]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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