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호의 미래당겨보기] 질병 예방이 열어갈 미래 의료

2021. 4. 2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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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손씻기 등 생활방역 준수..총진료비 감소 이어져
보건·예방 통한 관리..건강수명 10년 연장
건강 모니터링 등 스마트 헬스케어..질병 예방 디지털 의료 재편 필요

팬데믹으로 확산된 코로나19로 의료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오히려 총 진료비 등 전체 건강보험 의료 이용량이 감소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진료와 검사라는 추가 의료비 항목이 발생했지만 진료 인원, 내원 일수, 총 진료비가 모두 감소했다. 건강보험 진료비는 최근 3년 평균 9.5%씩 증가하고 있었는데 지난해에는 무려 9.2% 낮은 0.3% 증가에 그쳤다. 코로나19로 인해 환자들이 병원 방문을 줄인 이유가 크겠지만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생활방역 준수로 호흡기 질환 등이 크게 줄어든 데 따른 것이기도 하다. 물론 코로나 블루라는 현상에 따라 정신과는 유일하게 진료 인원과 입·내원 일수가 증가했다. 건강에 있어 위생과 예방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보건 및 예방을 통한 건강 관리를 효과적으로 실시하면 질병에 따른 비용 부담을 약 40% 줄이고, 건강 수명을 10년 연장할 수 있다고 한다. 2040년에는 세계 GDP에 12조 달러(8% 증가)를 기여하고 매년 0.4% 추가 성장이 가능하다고 예측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노동인구 증가율은 지난 50년간 연 1.8%에 달했으나 앞으로 50년 간은 연 0.3%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건강 수명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 어떤 정책보다도 효과적인 경제 성장 정책이 될 수 있다. 실제 지난 세기 동안 선진국에서의 건강 개선이 경제 성장에 기여한 부분은 교육보다 높은 1/3 정도에 달한다. 건강 개선의 효과가 높기 때문에 많은 의료비가 건강 개선, 특히 예방에 쓰일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2015년 OECD 국가에서는 의료비 지출의 3% 미만(2~4%)이 예방에 사용되었다. 예방 지출 중에서도 50%는 건강검진 및 치과검진과 같은 건강 상태 모니터링 프로그램, 25%는 건강 증진, 예방 접종 및 선별 프로그램은 각각 10% 미만이었다. 3% 정도의 예방 의료비 비중으로는 증가하는 만성질환에 대응하기 어렵다. 만성질환은 오래 지속되거나 회복이 어려운 질환 상태나 질병을 말한다.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 등의 만성질환은 주로 잘못된 식습관과 생활 습관, 운동 부족 등에 따른 것으로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병도 고치기 어렵지만 습관도 고치기 어렵다. 그래서 의료비 지출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고령화·도시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선진국도 ‘휘청’

영국의 경우 전체 의료비의 70%가 만성질환이 있는 30%의 인구에 집중되고 있다. 한국도 2017년 기준으로 만성질환자 수는 전체 인구의 33.6%인 1730만 명을 차지하며 매년 만성질환 진료비로 쓰이는 28조2000억원은 전체 의료비 69조원의 41%를 차지한다. 2030년이 되면 만성질환은 전체 사망자의 7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적으로 만성질환 중 당뇨병 환자는 2045년까지 48% 증가한 6억23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이 무려 1억1440만명, 인도 7290만명, 미국 3200만명으로 전체 질병 중에서 1위가 된다. 고령화와 도시화에 따른 각종 성인병, 만성질환, 암 등에 의한 의료비 증가로 선진국들은 휘청거리고 있다. 2017년 기준 GDP 대비 경상의료비 지출 비중은 미국이 17%로 가장 높고, 일본이 11.1%, OECD 평균은 8.8%에 달한다. 특히 한국은 의료비 증가율이 가파르다. GDP 대비 의료비 비중이 2010년 5.9%, 2016년 6.9%, 2019년 8%로 급증하고 있다.

결국 만성질환을 예방하면 의료비 지출을 크게 줄이고 건강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문제는 만성질환이 생활습관에 기인하기 때문에 병으로 발전하기까지 적극적인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일반적으로 비만이라는 신체적 변화를 동반하지만 심각하게 느끼지 못한다. 주기적인 건강검진으로 이상 징후가 질병으로 발전하기 전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1년에 한번의 검진 정도도 병이 진행되기 전에 발견하는 효과는 있으나 생활습관의 개선과 예방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가장 좋은 것은 매일 건강검진을 하는 것이다.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이상으로만 여겨지던 것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스마트 헬스케어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고 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등 디지털 기술을 융합해 개인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및 관리하고 맞춤형 진료를 가능케 하는 지능형 서비스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실시간 모니터링이 이상적이긴 하지만 가능성과 효과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었다. 병원의 의료장비가 아닌 자그마한 부착형 디바이스(주로 스마트워치)가 어느 정도 효과적인가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코로나19는 스마트 헬스케어, 실시간 모니터링의 유용성을 확인해줬다. 복수의 연구진들은 스마트워치를 사용해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기 2-3일 전에 체온, 심박수, 심박 변동 등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여 감염 여부를 90%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면봉을 활용한 비강 시료 검사 등 다른 방법을 활용하는 것보다 조기 확인에 유리하고 검사를 받으러 가지 않아도 일상생활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2차 확산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다.

스마트 헬스케어 통한 예방의학 발전이 미래 의료 지향점 돼야

물론 이때 이용된 기술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이다. 많은 일반인과 환자들의 관측 데이터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신체 리듬의 변화 패턴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는 앞으로 조기 진단의 신기원을 열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워치를 비롯해 여러 측정 기능을 갖춘 휴대 및 신체 부착형 디바이스로 충분한 양의 일상적인 생체 리듬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으면 질병의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스마트워치 뿐만 아니라 화장실 변기에 대소변 분석 센서를 붙이고, 거울에 얼굴 및 피부 변화를 감지하는 기능을 부착하고, 칫솔에서 피부 조직을 채취하고, 미세 혈액을 채취 분석하는 장비 등을 갖추게 되면 집 화장실은 건강검진 시설이 될 수 있다.

예방이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었지만 예방하는 방법이 쉽지 않았던 문제는 디지털 기술로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질병으로 발전해 막대한 치료비를 지불하기 전에 예방을 위한 스마트 헬스케어에 예산을 투자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고 비용을 줄이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 코로나19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전화 처방이 원격의료로 여기던 시대는 한참 지났다. 일상적인 신체 리듬의 모니터링으로 질병을 예방하는 디지털 의료로의 재편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이명호 (재)여시재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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