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폐공사 여권발급노동자들 "민주당이 나서라"
[장재완 기자]
▲ 한국조폐공사ID본부 여권발급노동자들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은 여권발급원의 부당해고 문제와 정규직전환 문제를 즉시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
ⓒ 공공연대노조 |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지난 한 달가량 박범계(대전 서구을, 법무부장관)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농성을 벌여오던 한국조폐공사 여권발급(제작)원 노동자들이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를 찾아갔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약속한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이 책임지고 이 문제를 해결하라는 요구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대전지부 한국조폐공사ID본부지회(지회장 김보영)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여권발급원의 부당해고 문제와 정규직전환 문제를 즉시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조폐공사(사장 반장식)에서 여권 제작 업무를 하고 있는 여권발급 노동자들을 지난 14년 동안 일용직 형태로 일해 왔다. 관리자가 하루 전 네이버 밴드를 통해 '나오세요', '쉬세요'라고 통보하면 출근하는 형태였다는 것.
정부가 지난 2017년 7월 정부가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한국조폐공사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코로나19로 여권발급량이 급감하자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해고의 사유를 한국조폐공사는 '계약기간 만료'라고 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한 '보복해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출한 A씨에 대해 노동위원회가 지난 해 12월 15일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한국조폐공사는 복직시키지 않고 있다.
이들은 한국조폐공사가 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과 정부지침에 따라 여권제작업무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해고자들을 복직시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공약한 민주당이 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면서 지난 달 25일부터 대전 서구 월평동에 위치한 박범계 국회의원 사무소에서 농성을 벌여 왔다.
▲ 한국조폐공사ID본부 여권발급노동자들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은 여권발급원의 부당해고 문제와 정규직전환 문제를 즉시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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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이유는 노동존중을 실현하지 못하고 민생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며 "문재인 대통령도 '노동존중 사회에 반드시 도달할 것이라는 의지를 갖고 수많은 전태일과 함께 나아가겠다'고 말했지만 현실은 '노동존중'과 반대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많은 노동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신음하고 괴로워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2007년부터 현재까지 14년 이상 여권을 만들고 있지만 이들의 신분은 일용직 노동자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한국조폐공사를 대상으로 한 근로감독에서 여권발급원은 '상용직'이라고 판단했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서도 여권발급원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해 부당해고가 인정되고, 무기계약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그런데도 한국조폐공사는 이들을 '일용직'이라고 주장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반장식 현 한국조폐공사 사장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일자리 수석을 역임했던 것을 거론했다. 이들은 "당시 반 사장은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제정에도 참여했고, '정규직 전환' 비율도 발표한 당사자"라며 "그렇다면 행정기관의 판단을 받아들여 여권발급원들을 즉각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당사자 발언에 나선 송은영 한국조폐공사지회 조합원은 "우리는 노동법이 무엇인지, 부당함이 무엇인지 몰라 그동안 발급실에서 기계처럼 시키는 대로 일만했고, 일용직이라는 프레임에 갖혀 눈치만 보고, 입다물고 일해왔다"며 "그러나 이제는 절대로 바보처럼 당하고만 있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전지방노동청에서도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서도 우리는 무기계약직이라고 하는데, 대체 어떤 법의 잣대가 더 필요한 것이냐"며 "다리가 끊어질 듯 아프고, 어깨와 손목이 아픈 근골격계 질환도 참아가며 밤낮으로 일만한 대가가 겨우 위로금 몇푼 쥐어주고 나가라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바쁠 때는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일만 시키더니 이제는 일 없으니 나가라고 하면 끝인 것이냐"며 "명색이 공사고, 신의 직장이라는 한국조폐공사에서 기본적인 인권존중도 모르는 것인가, 부끄러운 줄 알라"고 말했다.
한편,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박해철 전국노동위원장과 면담을 갖고, 문제 해결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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