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코인 압류'..고액 체납자 13억 바로 냈다

허정원 2021. 4. 2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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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체납자 암호화폐 251억 압류
지자체 암호화폐 압류는 이번이 처음


서울시, 고액체납자 암호화폐 압류 '철퇴'

23일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고객센터에서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거래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서울 강남의 한 병원장 A씨는 최근 보유하고 있던 암호화폐 125억원을 서울시에 압류당했다. 총 9억9800만원의 지방소득세를 체납하고 있었던 탓이다. A씨는 암호화폐가 압류되자 부랴부랴 5억8000원의 세금을 즉시 납부했다. 암호화폐 가치가 앞으로 더 오를 게 분명한데 차라리 밀린 세금을 내고 돌려받는 게 이득이라는 생각에서다. A씨는 자신의 회사가 운영하는 예금 계좌까지 담보로 제공하며 '남아있는 세금도 낼 테니 암호화폐를 팔지 말아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다.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1000만원 이상 고액체납자 676명이 보유 중인 암호화폐, 251억원 상당을 압류했다고 23일 밝혔다. 지방자치단체가 고액 체납자의 암호화폐 압류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 압류 대상자들의 체납액은 총 284억원에 달한다.


“이자붙어도 좋으니 팔지 말아달라”

고액 세금 체납자의 가상화폐 보유액.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암호화폐 압류에 체납자 118명은 세금 12억6000만원을 즉각 납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암호화폐 가치가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한 체납자들이 차라리 세금을 납부하고 압류를 푸는 게 더 이익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자신의 전자지갑에 31억5400만원의 암호화폐를 보유하고도 세금 5600만원을 내지 않은 학원강사 B씨는 암호화폐가 압류되자 사흘 만에 체납액을 전액 납부했다.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로 11년 동안 지방소득세 3700여만원을 내지 않고 버티던 C씨 역시 암호화폐 1억6700만원이 묶이자 곧바로 체납 세금을 모두 냈다. 2000만원을 체납한 D씨는 암호화폐 300만원을 압류당한 후 “매월 0.75%의 중가산금(이자)이 추가돼도 좋으니 지금 당장 추심하지 말아달라. 2년 후엔 체납세액과 중가산금을 충당하고도 남을 액수가 될 것”이라고 매각 보류를 요청했다.


“세금 안 내면 현재가로 매각”

이병한 서울시 재무국장이 23일 중구 서울시청에서 '가상화폐 재산은닉' 고액체납자 676명 전격 압류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는 체납자들에게 암호화폐 압류를 통보하고, 세금 납부를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그래도 세금을 내지 않을 경우 압류한 암호화폐를 현재 거래가로 매각해 세금을 징수한다는 계획이다. 만약 매각 대금이 체납액보다 적을 경우엔 추가로 재산을 찾아 압류하고, 체납액보다 많을 경우엔 징수액 이외에 나머지 금액은 돌려주게 된다.

암호화폐 보유 중이지만 아직 압류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고액 체납자도 890명이나 된다. 서울시는 이들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압류에 나설 예정이다. 체납자들이 소문을 듣고 암호화폐를 매각, 대금을 빼돌릴 수 있는 여지가 있어서다. 서울시는 특히 “체납자의 암호화폐 관련 자료를 제출하거나 미루고 있는 거래소에 대해선 직접수색, 과태료 부과 등 법적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는 국내 14개 암호화폐 거래소에도 추가로 고액체납자 관련 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이병한 서울시 재무국장은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으로 지난달 25일부터 암호화폐 거래소도 금융회사와 같이 불법재산 의심 거래, 고액 현금 거래 등은 금융당국에 보고할 의무가 생겼다”며 “더는 체납자들이 재산을 은닉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체납자들이 보유한 암호화폐 중 가장 많았던 건 비트코인(19%)이었다. 드래곤베인(DVC), 리플(XRP)가 각각 16%, 이더리움(ETH)이 10%로 뒤를 이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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