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의 생명이야기<211> 암세포의 아픔과 고충

이근형 2021. 4. 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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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OECD 35개국의 사망원인을 보면 순환기질환이 36%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암이 26%를 차지하고 있는데, 2019년 우리나라는 암이 27.5%로 가장 많고,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 고혈압을 포함한 순환기질환 20.4%와 폐렴 7.9%가 뒤를 잇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0년까지는 순환기질환 사망자가 더 많았으나, 2001년부터 암 사망자가 추월하였으며, 최근에는 격차가 더 벌어졌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암이 더 큰 두려움을 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늘날의 암 치료는 암세포를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다. 최우선적으로 몸에서 암 덩어리를 수술하여 떼어내고, 차선책으로 암세포를 죽이는 데에 집중한다. 그 동안 암세포를 찾아내고 죽이는 기술은 많이 발전하였지만, 안타깝게도 암은 여전히 잘 낫지 않고, 환자는 고통을 받으며 죽어가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암 치료 기술 발전의 수혜는 주로 제약회사와 병원이 누려온 셈이다.

암세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이 몸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오는 병원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엄연히 내 몸의 정상세포로 태어나 내 몸의 활동을 돕던 고마운 존재였다가 어느 날 갑자기 섬기던 주인의 몸을 힘들게 하고, 심지어 죽게까지 만들며, 암세포라는 딱지가 붙은, 슬프고 가슴 아픈 존재다. 암세포라는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부터 독한 약과의 싸움이 이어지는 운명이다.

현미경으로 보는 암세포의 모습은 세포의 크기도 모양도 일정하지 않고, 세포핵은 크고 어두우며,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 등 정상세포에 비하여 흉측하다는데, 세포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암세포와 정상세포와의 차이는 크지 않다고 한다. 세포에 있는 2만여 개의 유전자 가운데 불과 수십 개의 유전자가 변질되었을 뿐인데, 이 변질된 유전자가 엄청난 말썽을 부리는 것이다.

변질되어 정상세포와 다른 특성을 보이는 유전자 가운데 세포의 성장과 관련된 유전자가 있다. 정상세포는 평소에는 분열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세포 분열이 필요할 때 성장을 촉진하는 단백질을 생산하는 유전자가 켜져 이 단백질을 생산해야 비로소 분열할 수 있다. 그런데, 암세포는 이 유전자가 변질되어 늘 켜져 있어 끊임없이 분열한다.

변질되어 정상세포와 다른 특성을 보이는 유전자에는 종양억제 유전자도 있다. p53 종양억제 유전자는 세포가 손상되면 세포분열을 중지시키고, DNA 수리 효소를 활성화시켜 손상된 부분을 수리한다. 세포가 너무 많이 손상되어 수리하기 어려우면 이 세포가 스스로 죽도록 유도한다. 암세포는 이 p53 유전자가 변질되어 작동하지 않으므로 손상된 세포가 수리되지도 죽지도 않는다.

암세포의 정체성을 정리해 보자. 암세포는 태생이 정상세포다. 우리의 정상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하던 고마운 세포였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러한 정상적인 세포의 일부 유전자가 변질되어 암세포가 되었다. 그 때부터 암세포는 전과 전혀 다른 행동을 한다. 잘 해오던 고유의 기능은 하지 않고, 나쁜 짓만 골라서 한다. 주인을 암환자로 만드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질되거나 암세포가 잘 성장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생명시스템이 세포 안에 유전자 형태로 설계되어 있다. 정상세포가 평소에는 분열하지 않다가 분열이 필요할 때만 분열하는 것이나 너무 많이 손상되어 수리하기 어렵거나 늙은 세포는 스스로 죽도록 만드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세포가 생기고 성장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정상세포는 활동하기 좋은 환경에서는 암세포로 잘 변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지만, 정상세포를 암세포로 변질시키는 발암물질에 많이 노출되거나(생명이야기 86편 참조) 우리가 세포가 살아가는 어려운 환경이나 면역세포가 활동하기 어려운 환경과 같은 ‘암 도우미’(88편 참조)의 삶을 살면, 생명시스템이 작동하기 어려워지므로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진다.

암세포는 사람과 비유하면 부모가 잘못 교육하여 강도나 조폭이 된 자식들과 같다. 평소에 자식을 잘 교육하는 것이 최선이고, 일단 강도나 조폭이 되었다면 내쫓는 것 보다는 잘못 가르친 부모의 책임을 반성하고 부모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사랑으로 안아주는 자세가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마찬가지로 평소에 ‘생명도우미(89편 참조)’ 생활로 내 몸의 세포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여 암세포로 변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고, 일단 암환자가 되었다면 독한 항암제나 방사선으로 암세포를 죽이는 치료에 목을 매는 것 보다는, 늦었지만 암세포에 미안한 생각을 갖고 생명도우미의 생활을 충실히 한다면 암세포에게 정상세포로 돌아올 기회를 주게 되므로 자연치유를 포함하여 훨씬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재호 독립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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