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세월호냐'는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 하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7년. '또 세월호냐', '세월호 피해자들은 보상 다 받은 것 아니냐'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생존자와 부상자들은 아직도 정신적 후유증을 겪고 있으며 생존 당시 입은 부상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세월호 의인과 꼴통, 김동수 가족 이야기' 마지막 회에서는 세월호 피해자 지원이 무엇이 문제인지 생존자와 부상자들을 돕고 있는 최정규 변호사의 말을 들어보았습니다. <편집자말>
[변상철 기자]
▲ 2019년 5월 세월호 참사 5주기가 지난 뒤 전남 목포 신항을 찾았다. 세월호는 거칠게 손상된 모습으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
ⓒ 이희훈 |
지난 2020년 2월 제주에는 '제주 세월호 생존자와 그들을 지지하는 모임'(이하 제생지)이 설립됐다. 이 단체의 전 공동대표인 최정규 변호사는 2012년 경기도 안산에 원곡법률사무소를 개소하고 이주민, 학대 피해 장애인, 국가 폭력 피해자, 공익 신고 피해자,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갑질 피해 소상공인 등을 법률 지원하고 있다.
그가 제생지를 만나게 된 것은 2019년 세월호 생존자 김동수씨의 응급의료법 위반 사건 변론을 맡게 되면서부터다. 세월호 피해자 지정병원이던 고대안산병원이 트라우마 환자인 김동수씨를 제대로 대하지 못해 의료 문제가 생겼는데도 오히려 김동수씨가 가해자가 되어 처벌받아야 하는 상황을 보고 변론을 통해 김씨에게 작은 위로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 김동수씨의 응급의료법 위반 사건 판결문 |
ⓒ 변상철 |
그가 제생지를 꾸려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는 김동수씨 재판을 통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6년(제생지 설립 기준)이 지나도록 김씨와 가족들이 힘겹게 사는 것을 보면서부터였다. 그는 생존자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배려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치유되지 않고 여전히 고통스러워하는 그들을 우리 사회는 기다리거나 귀 기울여주지 않는다. 특히 제주 세월호 생존자들은 피해 실태가 제대로 밝혀지거나 조명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크다고 한다.
그는 제주 세월호 생존자들이 하루빨리 정상적인 삶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생존자를 지원하는 모임을 만들었고 어쩌다 보니 공동대표까지 맡게 되었다고 한다.
지난 3월 10일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수상한 흥신소' 사무실에서 최정규 변호사를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 세월호생존자 김동수씨 |
ⓒ 이희훈 |
-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7년이 지났지만 세월호 생존자들은 여전히 그날, 그 바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동수씨 재판 변론하며 김동수씨와 그 가족들을 만나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일단 세월호 생존자분들은 '나도 피해자'라는 걸 세상이 좀 알아주기를 바란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냥 살았으니 괜찮은 거 아니냐? 감사하게 살아라'라고 하는 생각이 그분들을 힘들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동수씨는 아이들을 구조하다가 결국 다 구조하지 못한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는 생각에 매우 괴로워하고 있어요. 그 당시 피해자들을 구조해야 했던 건 해경, 군인 등 국가 공무원들일 텐데 세월호 생존자인 김동수씨가 이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한다는 게 참 마음이 무겁습니다."
- 세월호 생존자들을 만나 보니 박근혜 정부 당시 이들에 대한 보상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셨네요?
"참사 직후 세월호피해지원법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생존자들에게 법이 만들어진 후 6개월 이내에 피해 신청을 하라고 압박을 합니다. 세월호 생존자들은 트라우마 치료가 다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보상 신청 압박에 고민할 시간도 없이 그 보상이라도 받기 위해 장애 진단을 받게 되었는데요. 그 시점에 받은 장애 진단으로 받은 보상이 과연 적절할까요.
세월호 생존자들이 당시 제주대학교병원이나 고대안산병원에서 받은 장애 진단서를 보면 장애 진단을 받은 시점이 사고 발생 2년이 경과되기 전이라 의학적으로 정확한 평가가 불가능한 시점이라고 의사가 기재했더라고요. 진단 내용이 졸속이라는 것이 확인 되었죠.
그래서 다시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하려고 합니다. 세월호피해지원법상 보상을 받은 경우 더 이상 소송을 제기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그 규정은 세월호 생존자와 같이 오랜 기간 트라우마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들에게는 그대로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규정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주장도 펼쳐볼 생각입니다."
- 세월호 생존자들은 왜 하필 7년이 지난 지금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시작하려는 걸까요.
"트라우마는 7년이 지나도 치료가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세월호 생존자들은 지금도 생업에 전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2015년과 2016년에 3년 또는 5년분의 장애에 해당하는 보상만 해주었는데 평가 당시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없었던 시기였다는 것은 앞서 말씀드렸습니다. 지금이라도 재평가해 국가가 정당한 배상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국가배상소송을 시작합니다.
이번 소송을 준비하면서 생존자들과 그 가족의 고통이 아주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적인 부분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공통적으로 당사자와 가족 모두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트라우마라는 것이 참으로 오랫동안 사람을 괴롭고 힘들게 하며, 또 이를 지켜보는 가족까지도 참 힘겨운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또다시 4월이 다가오고 있다. 여전히 대한민국은 4월이 되면 모두 크고 작은 몸살을 앓게 된다. 한편에서는 슬픔에 잠기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세월호 피해자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본다.
- '또 세월호냐', '이젠 세월호 이야기 지겹다', '세월호 피해자들은 보상 다 받은 것 아니냐'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살았으니 괜찮은 거 아니냐? 그냥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라'라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생존자들과 그 가족이 겪는 트라우마는 우리가 직접 겪지 않은 것이기에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분들이 정상적인 삶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지해 주어야 합니다.
한편으로 급하게 보상을 밀어붙인 국가는 지금이라도 생존자들에게 사과하고, 다시 새로운 장애 평가를 하고, 보상 절차를 진행해야 합니다. 생업에 전념하기 어려운 생존자들이 트라우마 치료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제주 세월호 생존자와 그들을 지지하는 모임의 회원들이 참사 7주기를 만나 생존자를 위로하고 기억하는 모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맨 오른쪽이 필자 변상철 시민기자. 왼쪽에서 세번째는 동수씨의 큰 딸 예람. |
ⓒ 변상철 |
제주도에서 지원하고 연강재단이 위탁운영하는 제주세월호생존자지원센터의 정원이 팀장은 세월호 생존자들은 여전히 힘들어하고, 세월호라는 말을 꺼내거나 듣는 것조차 싫어한다고 한다. 여전히 고통을 잊으려고 술에 의존하는 생존자들이 많고, 작년 코로나19 이후로 직장을 잃는 이들도 있어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2015년 만들어진 세월호피해지원법 시행령을 통해 세월호 생존자와 유가족 등 참사 충격으로 신체적·심리적 피해를 입은 이들에 대해 의료비 지원을 하고, 2018년에는 이 지원을 2024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2018년 기준 그간 의료지원금은 1만 3598건에 22억 6900만 원, 정신질환 검사·치료는 3831건에 6억여 원이 지급되었다.
그런데 시행령과 달리 의료비는 세월호 유가족에게만 지급돼 왔다. 생존자와 부상자는 앞서 수령한 정부의 배·보상금에 의료비가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빠졌다. 앞서 말했듯이 생존자와 부상자에 대한 보상금은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졸속행정의 전형이었다. 이들은 유족들 못지 않은 정신적 후유증을 겪고 있으며 생존 당시 입은 부상으로 생계에 직접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늘도 세월호의 악몽에 시달리며 운전대를 잡고 도로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 지금까지 생존자들의 고통에 대해 말씀하셨는데요. 세월호 참사 7년을 돌아보며 우리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세월호 참사는 이제 여러 갈래의 물줄기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교육과 사회적 인식개선 노력.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에 대한 국가의 무한 책임 노력과 지원이죠. 3년 후면 맞이하게 될 10주년. 그 사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더 안전해지고 상처에 더 빨리 회복하는 힘을 가지게 될지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 변호사는 앞으로 제생지가 세월호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을 하겠다고 말한다. 그 밖에 생존자들을 지원하고 위로하는 여러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시민들이 세월호 생존자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최 변호사의 당부처럼 시민들이 이들을 잊지 않는 것은 생존자들이 세월호 참사 후유증에서 벗어나는 길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트라우마를 시민 모두가 함께 극복해 나가는 길이기도 하다.
* 세월호 생존자들에게 힘이 되어주세요. 여러분이 주시는 '좋은기사원고료'는 전액 피해생존자와 그 가족들의 구술 채록 작업에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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