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치매 앓던 90대 노인, AZ백신 맞은 후 '급성 뇌경색'
경기도의 한 요양원에 기거 중이던 90대 남성이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급성 뇌경색 진단을 받은 것으로 23일 파악됐다. 병원에서는 급성 뇌경색의 원인으로 혈전(피 응고)을 지목했다.
고혈압·치매 등 기저질환자인 A씨(94)는 지난달 31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았다. 이후 A씨의 가족은 지난 13일 A씨의 오른팔 마비증세 및 시야 흐려짐 증상을 확인했다. 증상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가족들은 17일 A씨를 일반병원으로 옮겼으나 급성 뇌경색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은 정밀검사를 통해 4월 초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혈전이 진행돼 급성 뇌경색으로 발전했다고 판단했다.
현재 A씨는 일반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씨의 딸 정모(64)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기 전까지 아버지는 연세에 비해 건강해 식사도 혼자 하고, 팔 마비나 시각, 걷는 데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일반병원 의사는 4월 초부터 혈전이 대동맥에서 시작돼 왼쪽 뇌와 언어중추 담당 뇌로 퍼져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보건소에 급히 신고하고 질병관리본부에도 연락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120일 동안 기다리고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더라. 이미 심각해진 상황에서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라며 "정부는 무조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만 할 게 아니라 40대 간호조무사 사례도 있는 만큼, 정부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정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국가를 믿고 (백신을) 맞아도 된다고 해 의무에 성실히 임했던 것 뿐"이라며 "백신이 아닌 기저질환이 원인이라는 명분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진행한다면, 대의를 위해 어느 정도 무고한 생명의 희생은 당연하게 감수해야 한다는 뜻인가"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지난달 12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은 간호조무사 B씨(45)의 경우 면역 반응 관련 질환인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을 진단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지난 22일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은 B씨에 대해 기존 복지제도를 연계한 지원을 약속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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